왜 이렇게 많이 생긴 거지?
이태리에서 보석디자인을 공부하고 얼마 전에 귀국한 박선주(25세, 학생)씨.
그녀는 며칠 전 이대 앞에서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니골드」 「로이드」 「골드트리」 「쥬얼리아」…한 집 건너 한집에 생겨있는 주얼리 샵들이 언뜻 봐서도 40여 개는 족히 넘어 보였던 것.
한국에 돌아와 친구들과 조그마한 액세서리 샵을 하려고 생각했던 그녀의 머리 속에는 순간,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주얼리 샵들이 많이 생긴 거지? 내가 한국에 없었던 5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그녀는 「던킨도너츠」매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보석’이 아니라 ‘패션’이다
이대 앞에서 만난 김지현(26세, 대학원생)씨는 예비신랑 정대원(29세, 회사원)씨와 예물반지를 사러 이곳에 들렀다.
“디자인이 심플하고 늘 낄 수 있는 반지를 사려고 한다. 어머니는 사파이어, 다이아…나중에도 돈이 될만한 비싼 예물을 사라고 하시지만 장롱 속에 묻어두는 것은 싫다”는 것이 그녀의 얘기다.
또 그녀는 “학교가 이 근처라 평소에도 이곳에서 귀걸이, 펜던트 등을 자주 구입하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디자인도 다양한 것 같아 이대앞에서 사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소비자들은 반지, 귀걸이, 목걸이…가 재산의 가치가 있는 ‘보석’이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로 생각한다. 더 이상 동네 금은방에서 사파이어, 루비가 박힌 반지를 구입하지도 이 반지는 금 몇 돈, 얼마라고 환산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해 화려하고 묵직한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제 액세서리는 옷에 맞추어, 혹은 옷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포인트인 것.
「미니골드」매장에서 만난 이지영(25세, 논현동)씨는 “액세서리는 정장, 캐주얼…그날의 옷의 분위기를 더 살려준다. 왠지 아무 것도 안 하는 날이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허전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그녀는 “한 달에 5∼10만원 정도는 주얼리 제품을 사는데 쓴다. 주로 14K의 귀걸이를 많이 사는데 24K나 18K 제품이 값어치는 있을지 몰라도 14K가 더 단단하고 가격 또한 저렴해 실용적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예물에 대한 의식 또한 바뀌어 더 이상 나중에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귀금속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예물의 시장규모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쥬얼리아」명동점 이규선 점장은 “2층 매장은 예물전문 브랜드, 「크리스찬 오로」의 제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에 비해 2층의 매장규모는 절반수준이고 제품 수 또한 적다. 요즘은 예물을 구입한다고 해도 백여만원 선의 제품이 인기이고 예전처럼 다이아몬드가 박힌 천만원 상당의 예물을 찾는 손님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제 ‘예물’시장이 작아지고 ‘선물’시장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100일 기념,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여기에 우정반지까지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의식도 선물시장을 확대하는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로이드」 민혜정 차장은 “「로이드」의 선물용도 매출비중은 48%에 이른다. 해마다 예물보다는 선물용으로 제품을 구매해 가는 고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는 ‘기프트샵’으로 로이드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작년 10월 오픈한 「로이드」강남점은 기프트샵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리본, 포장케이스 등을 매장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남녀노소 불문, 남성·어린이 신 고객으로 부상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2·30대 젊은 여성은 물론이고 5살 꼬마에서 중·고등학생, 50대 아줌마, 20·30대 남자들까지…남녀노소불문하고 반지, 귀걸이, 목걸이를 한 두개쯤 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귀를 뚫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
「줄리엣」압구정점 김명숙 실장은 “매장을 오픈한지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가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랬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20대 여성고객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5살 꼬마아이도 엄마 손을 잡고 귀를 뚫으러 온다. 어떤 50대 아줌마는 아들의 여자친구 반지를 사기 위해 들리기도 하고, 50대 부부가 함께 커플링을 사가기도 한다. 남자손님의 경우에도 반지, 목걸이는 말할 것도 없고 귀를 뚫고 귀걸이를 사가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주얼리 매장 「루블루」의 김규용 사장은 “예전에 금은방이 50∼60대 실버를 타겟으로 한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아이들’, ‘남성’을
남지은·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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