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밝고 씩씩한 한 시골소녀 등장.
부모님이 진 빚을 갚기 위해 할머니와 헤어져 서울로 상경, 한 부잣집에 가정부로 취직한다.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꿋꿋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녀. 가정부로 취직한 부잣집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계속되는 주변의 방해와 계략.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국 일과 사랑 모두 성공을 거둔다.
최근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의 스토리다. 얼핏 들어도 ‘웬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뻔한’ 내용의 드라마다.
하지만 현실성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이 드라마는 최근 시청률 30%를 웃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3월13일 첫 방송 이후 4월2일까지 VOD 이용횟수 70만건, 이용자수는 40만명을 기록한 것. 특히 3월27일과 28일에 방송된 5, 6회는 이용횟수가 각각 10만건을 돌파, 마지막회 10만건을 기록한 〈피아노〉를 가뿐히 앞질렀다.
7, 8회 때 여주인공 양순(장나라)이 메고 나왔던 「쌈지」의 분홍색 가방은 매장에서 동이 난 상태.
너무도 뻔한 결말의, 만화 같이 황당무계한 내용의 드라마가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왜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왜냐고? 그냥… 재밌잖아!”
‘재미’가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엽기(獵奇)’에 이어 ‘재미’가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올랐다.
최근 TV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코믹한 무드의 드라마나 시트콤, 혹은 연예·오락 프로그램.
심지어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도 어렵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가볍고 재미있게 변신했다. 개그맨 김용만·유재석 콤비가 진행하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바로 그것. 이 코너 방영 이후 전국 대형 서점들의 매출이 30% 이상 늘어났고, 최단 기간 베스트 셀러 탄생, 인쇄소 종이 부족 현상, 군소 서점 호황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푼수끼 섞인 오버액션도 서슴지 않는 ‘주접스러움’도 최근 떠오른 코믹연기의 키워드 중 하나다. MBC의 〈목표달성 토요일〉에서 ‘주접 브라더스’로 명성을 떨친 이성진과 김동완, SBS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이전의 중후한 이미지를 산산이 깨뜨린 노주현, SBS 일일시트콤 〈대박가족〉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심혜진 등이 주접연기의 대가.
재미만 있다면 기존의 우아한(?) 이미지가 구겨지는 것도 불사하지 않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에서도 ‘조폭’ 열풍에 이어 ‘코믹’ 열풍이 불어오고 있는 상황.
최근 개봉한 이미숙·김원희·김민 주연의 〈울랄라 시스터즈〉, 차인표 주연의 〈아이언 팜〉, 김정은의 〈재밌는 영화〉 등이 이러한 코믹무드의 영화들이다. 특히 〈재밌는 영화〉는 각종 영화에서 톡톡 튀는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 조연들이 대거 등장하는 본격 패러디 영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예쁘고 잘생긴 꽃미남·꽃미녀 탤런트보다 약간 모자란 듯이 보여도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류승범, 장나라 등의 탤런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최근 나타난 기현상(奇現象) 중 하나다.
패션 브랜드들도 이러한 조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쌈지스포츠」는 독특한 캐릭터의 여배우 배두나와, 「스포트리플레이」는 MBC의 〈목표달성 토요일〉을 통해 유명해진 악동클럽과 계약을 하는 등 소위 쭉쭉빵빵한 모델이나 스타급 탤런트들만 선호하던 패션계의 관행을 깨고 나선 것.
대홍기획 광고팀의 한 PD는 “사회가 각박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웃을 일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심각하고 진지한 것보다는 가볍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현상이 붐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웃음과 재미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로, 전세계 남녀노소, 문화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마케팅의 기본 요소다. 특히 최근 20∼30대의 ‘키덜트족’이 하나의 소비군으로 등장하면서, 재미와 복고 성향이 혼합된 제품과 광고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옷? 입는 게 아니다, 노는 거다!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 흐름은 옷 입는 것에 대한 사고방식 또한 바꿔놓고 있다. 옷을 단순히 입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즐기는 현상도 나타난 것.
만화, 영화, 드라마 등 가상인물의 의상과 분장 등을 모방하는 ‘코스튬플레이(Costume Play)’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들 코스튬플레이어들에게는 옷 입는 것이 바로 ‘재미를 주는 놀이’로 간주된다.
코스튬플레이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연지 씨(17세, 서초동)는 “‘뭐 할 일이 없어서 시간과 돈을 들여 저런 걸 다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만화, 혹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일상생
조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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