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혹은 토요일 격주 휴무제가 이미 많은 회사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변화된 생활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직까지 소비자는 유통업계의 제안을 받고 있을 뿐, 소비자가 선택하는 단계까지는 오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는 과정인 만큼 ‘반짝 테마’보다는 보다 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라이프스타일혁명, ‘주5일 근무제’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즐기라는 한 카드회사의 광고는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카피가 됐다.
주말을 레저로 보내는 사람들을 겨냥해 여행사에는 일명 ‘올빼미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금요일 밤에 여행을 떠나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직장인을 위한 여행상품도 등장했다. 29만9천원 정도면 일본 여행을 다녀올 수 있고, 근무시간에 지장을 주지도 않아 주말을 쉬는 직장인들에게 부담 없는 상품이다.
싼타페, 쏘렌토, 카니발 등 여행을 위한 레저용 RV(Recreation Vehicle) 차량의 수요도 증가했다.
보험사에서는 여행 중 소지품 분실이나 상해에 대한 손해보험을 내놓았으며, 카드사는 물론 은행들도 ‘파인-위크엔드’, ‘레토피아’ 등 레저전용 신용카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 원불교 법당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되면 주말을 레저로 보낼 것에 대비해 일요일 오전 10시 법회뿐 아니라 평일의 야간에 법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주일예배 참여자수 격감에 대비해 한적한 교외에서 여가를 즐기고 예배도 드릴 수 있는 전원교회 설립도 늘고 있다.
중앙M&B에서는 「위클리프라이데이」를 창간했고, 한겨레커뮤니케이션즈 등 잡지사에서도 여가문화를 다룬 잡지를 곧 창간할 예정이다. 외국어학원에는 금요일저녁과 토요일오전을 위한 직장인 강좌가 크게 늘어났다.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여행·레저 업계의 신상품 뿐 아니라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생활 곳곳의 변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현대백화점 유통연구소 김인호 차장은 “올 상반기 유통업계의 화두가 ‘월드컵’이었다면 하반기에는 ‘주5일 근무제’ 실시와 관련한 상품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활 속에 자리 잡아가는 주5일 근무제의 파장. 패션과 유통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일까?
열심히 일한 당신, 프라이데이 패션을 입고 떠나라∼!
주5일 근무제는 금요일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금요 마케팅을 성공시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영화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금요일 개봉을 시작한 메가박스를 시작으로 현재는 CGV 등 대부분의 영화관들이 새 영화를 금요일에 개봉하고 있다.
메가박스 마케팅팀 하두선씨는 “일부 대기업들의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금요일 관람객을 잡으려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재는 주말이나 금요일 입장 관람객 수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금요일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패션업체에서도 주5일제 근무를 앞두고 금요일만큼은 근무 후 바로 여행을 떠나도 손색없는 ‘프라이데이 패션’을 제안하고 있다. 프라이데이 패션은 일과 여가에 두루 어울리는 일종의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제일모직의 「빈폴레이디스」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을 겨냥한 캐주얼한 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해 상반기 판매율이 86%를 넘겼고 전년대비 매출이 50% 이상 신장했다.
「빈폴레이디스」 안선진 과장은 “주5일제를 염두에 두고 브랜드를 런칭한 것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향후에는 일한 후 바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온-오프 겸용 아이템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남성캐주얼 「프라이언」도 금요 마케팅으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프라이언」은 패밀리레스토랑 T.G.I.F와 공동마케팅을 펼치고 금요일에 개봉하는 영화초대권을 제공하는 등의 홍보전략으로 올 하반기 46개 매장에서 두 배에 가까운 매출 신장을 나타냈다.
「어바우트」 「CP컴퍼니」는 ‘시어서커 수트(seersucker suit)’라고 불리는 면 소재 재킷, 가먼트 다잉으로 약간은 낡은 듯한 자연스러움을 주는 컬러와 심플한 디자인으로 20∼30대 메인 고객층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에프지에프의 「CP컴퍼니」는 9월말까지의 누계매출이 지난해보다 45% 신장했다.
여성 커리어 브랜드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상품인 상·하 같은 컬러와 소재로 구성된 수트정장의 판매는 올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롯데본점 「앤디앤뎁」 매장의 원영신씨는 “우리 매장을 주로 찾는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고객들은 목선이 깊이파인 원피스나 쉬폰 블라우스 등을 예복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근무복으로 입기는 어렵지만 예전과 같은 투피스정장의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여성캐주얼
민경애 기자
minky@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