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얼어붙음에 따라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올 하반기는 지난해까지 부족한 물량 때문에 느꼈던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물량을 잔뜩 준비했는데, 초가을부터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억제, 신용 불량자 정보공유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업체 관계자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패션인사이트는 현재 체감경기와 패션시장의 악재·호재, 내년 상반기 경기전망 등 11개 항목에 대해 주요 패션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했다. 또 늘 패션업계를 주시하고 있으면서도 업계 종사자들과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진 금융권 종사자들의 의견도 실어 내년 상반기 경기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국내 패션시장 경기는 내년 상반기에 바닥(최저점)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은 본지가 최근 주요 패션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패션기업 CEO들은 10월 중순 현재 국내 경기는 이미 정점(최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며 올 하반기보다는 내년 상반기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13명의 경영자 가운데 12명이 현재 경기를 ‘정점찍고 하락세’라고 답했으며 9명의 CEO는 내년 상반기가 바닥일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경영자들은 주가폭락과 부동산시장 악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 경기 하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으며 개인 채무와 무리한 신용카드 영업에서 비롯된 ‘서민가계 부실’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또 줄어든 수요에 반해 공급은 지나치게 확대되어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수요감소와 공급량 과잉이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신규 사업과 물량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설문은 현재 체감경기와 패션시장의 악재·호재, 내년 상반기 경기전망 등 11개 항목에 대해 13개 주요 패션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했다. <6면 *표 참조>
가계부실과 공급과잉이 가장 큰 악재
경영자들은 소비심리 위축이 패션경기에 가장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올 들어 정부의 특소세 인하와 금융기관의 저금리정책, 월드컵 특수 등이 맞물리면서 외상소비를 바탕으로 한 내수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하고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길거리에서까지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등 무리수를 뒀던 신용카드사들이 신용불량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의류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매출은 백화점 위주의 영업을 하는 중고가 브랜드 매출의 90% 이상이 신용카드를 통해 발생하고 있어 일명 ‘플래스틱(신용카드) 버블’이 빠지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리점 중심의 중저가 브랜드들도 신용카드 매출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러한 금융기관의 압박은 경기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것.
박상돈 예신퍼슨스 사장은 “IMF는 금융기관과 대기업, 정부의 부실이 원인었지만 최근 경기 하락세는 서민들의 가계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는 서민들의 경제무대인 부동산 시장까지 악화되면서 회복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제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자칫 최악의 경기상황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과 미국, 일본의 경기불황 등 국제정세의 영향도 악재로 손꼽았다. 수출경기 악화로 최근 수출업체들이 내수시장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요 패션기업의 CEO들은 지적했다.
특히 대량생산 설비를 갖춘 수출업체가 내수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한 공급과잉이 예상된다는 것.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은 “중동에 전운이 높아짐에 따라 유가가 불안하고 불안한 유가는 곧바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원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 중국산 저가제품의 대량 유입은 국내 시장에 공급과잉을 부추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말 대선으로 인한 혼란과 기후 불안정 등도 악재로 꼽았다.
신정부 출범에 기대하지만…
3명의 CEO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공란으로 남겨둘 만큼 특별한 호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다만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책이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그러나 대선과 마찬가지로 신정부 출범 또한 새로운 정책변화와 그에 따른 혼란 등으로 호재가 아닌 악재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 중국의 WTO가입과 개방정책 가속으로 국내 업체들의 중국진출이 활기를 띌 것으로 내다보는 경영자들도 있었다.
금병주 LG상사 부사장은 “중국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됨에 따라 패션 브랜드 사업에 노하우가 많은 국내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
정인기 기자
ingi@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