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 지배구조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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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리점 중심서 소비자지향 구조로

2007-01-10 오후 6:27:54

레포츠를 즐기고 헬스클럽에 가고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2천년대의 소비자는 몇시간씩 걸리는 백화점 나들이를 할 시간이 없다. 인터넷의 생활화와 함께 가격에 대한 정보도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소비자들은 최소의 가격에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에만 가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홈쇼핑, 아웃렛몰, 할인점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대해가면서 이제 백화점과 대리점 등 제도권 유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의 힘’이 유통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인터넷과 젊은 유권자들의 힘이 상고 출신의 대통령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소비자의 힘과 유통의 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둔감한 것은 아닐까? IMF한파가 거세던 1998년 3월, 콧대높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샤넬」과 국내대형백화점간에 힘겨루기 싸움이 벌어졌다. 「샤넬」이 자사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인상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등 4개 대형 백화점들은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하의 국내 경기하에서 이 같은 가격인상은 당시의 국내정서와 맞지 않게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인상폭을 낮추기 위해 공동 대응했고 이에 「샤넬」은 백화점 영업을 잠정 중단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다. 이 싸움은 결국 「샤넬」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일부 백화점이 이탈하면서 전열이 흐트러졌고 결국 백화점들은 「샤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백화점들은 「샤넬」의 요구대로 가격을 평균 30% 인상했으며 이에 따라 「샤넬」도 백화점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패션브랜드가 백화점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와 같은 상황은 국내 브랜드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백화점과 국내의류업체와의 관계는 완벽하게 역전되기 때문. 백화점 매장 개편 시즌만 다가오면 의류업체들은 백화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잔뜩 긴장한다. 백화점이 퇴점 조치를 무기로 수수료 인상, 매출규모 유지 등 여러 가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도 패션기업들은 아무 말 못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과잉공급시대에 접어들면서 제조업자와 유통업자의 위치도 바뀌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던 과거에는 제조업자의 힘이 막강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더군다나 패션은 감성의 문제가 적용되는만큼 그것을 포장해주는 유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라면서 “빠르게 변하는 환경속에서 패션기업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 좀 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너무 많은 브랜드, 비슷한 컨셉의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 주요상권의 매장과 백화점이라는 한정된 유통망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브랜드력 강화에 집중하고 신유통을 개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션기업과 유통업체가 악어와 악어새같은 공생관계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변질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노면점, 백화점 박터진다 유통망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최근 캐주얼 브랜드에서 가장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의 경우 매장의 위치와 크기가 브랜드력과 직관되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마다 상품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유통망 전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들은 “중저가 캐주얼 같은 저관여(低關與) 상품은 목적구매보다는 충동구매의 비중이 많다. 또 상품의 질이나 특성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마케팅이나 유통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캐주얼 브랜드들은 주요 상권 매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올 봄 런칭한 신규 캐주얼 브랜드들은 주요 상권 매장을 두고 유력백화점 입점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신규 브랜드들에게 주요 상권의 매장 오픈 여부는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부산광복동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A사장은 “신규 브랜드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들고나와 고민을 안 할 수 없었다. 이익보장, 인테리어 전액지원, 통마진 등의 조건을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명동, 동성로, 광복동, 충장로, 은행동 같은 전국 핵심상권은 캐주얼 브랜드들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다. 코엑스, 강남 상권도 최근 급부상하면서 치열한 점주 포섭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B브랜드의 C이사는 “명동에 대형매장 개설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이다. 물밑 작전으로 점주를 포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개적으로 매물이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나 대학입시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야 매장을 얻을 수 있다”며 “최근 나왔던 A급 매장을 얻기 위해 점주를 찾아가 사업전략을 3번이나 브리핑을 했지만 결국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D 브랜드에 낙점됐다”고 밝

안주현기자
sugar@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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