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 외면 비판 속 패션그룹형지 계열사 실적도 줄줄이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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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그룹형지를 이끌고 있는 최병오(오른쪽) 회장과 2세 최준호 부회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
최근 대한민국 축구계는 시작부터 끝까지 ‘절차적 공정성’을 무시한 채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정상적인 검증 시스템을 패싱한 밀실 조율,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 귀를 닫은 불통의 리더십이 초래한 대가는 참혹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섬유패션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오는 8월 18일로 예정된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가 현 최병오 회장(패션그룹형지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제17대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는 전언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온 것이다. 그런데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최 회장 연임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소문이어서 뜻있는 업계 관계자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창업한 패션그룹형지가 ‘기업 도덕성 해이’와 ‘오너 리스크’라는 두 가지 커다란 암초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최 회장 연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마디로 송도 사옥 분양사기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최 회장이 또다시 3년 임기의 섬산련 회장직을 맡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연임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섬유패션업계는 심한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식 있는 인사들의 충정이다.
현재 섬산련은 최현규 대한니트협동조합연합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5인 추대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인선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섬산련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5인 추대위원회는 △최현규 대한니트협동조합연합회 회장 △방주득 한국섬유수출입협회 회장 △오병철 정우섬유 회장 △성래은 한국패션협회 회장 △조정문 전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회장으로 구성돼 있다.
5인 추대위를 두고도 뒷말이 많다. 업계 안팎에서는 “5인 추대위가 내부 반대 여론이나 수장의 도덕성 검증을 치열하게 따지기보다 ‘관례’라는 미명 아래 최 회장의 연임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라며 “그렇더라도 최 회장이 이끄는 패션그룹형지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 무능’에 따른 실적 부진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여서 우리나라 섬유패션 산업의 총본산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수장으로서의 자격론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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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그룹 분양사기 피해자모임이 지난 5월 18일 형지 송도 사옥 앞에 모여 패션그룹형지의 도의적 책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 회장 연임 가도에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것은 패션그룹형지의 야심작이었던 인천 송도 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둘러싼 2년째 표류 중인 분양·전세사기 사태다.
본지 6월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준공 후 분양 제한 규제를 우회하려던 변칙적 임대차 계약 구조가 대행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면서, 수십 명의 수분양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순록 형지 분양사기 피해자모임 대표는 “형지의 기업 신용을 믿고 계약한 것이 화근이 됐다”며 “최 회장을 비롯 실질적으로 패션그룹형지를 이끌고 있는 2세 최준호 부회장 등 오너가의 책임 있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형지 측은 ‘법적 책임이 없다’며 2년째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형지가 묵묵부답으로 모른 척하면서도 분양사기 관련 법적 대응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분양피해에 대한 법적 및 도의적 책임이 아닌,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스테이송도와의 법적 분쟁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는 곧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니란 해석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이번에 또다시 섬산련 회장 연임에 도전하려는 것 자체가 결국 송도 사옥 분양사기 피해자들의 원성을 가리고 진실을 호도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깎아내렸다.
여기에 패션그룹형지와 계열사들의 경영난은 또 다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최 회장 2세 최준호 부회장이 경영하는 핵심 계열사 형지글로벌(옛 까스텔바작)은 4년 연속 심각한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글로벌의 영업손실은 2023년 -10억 원, 2024년 -94억 원, 2025년 -80억 원으로 내리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장의 공분을 사는 지점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도 오너 일가의 보수 승계와 안위는 굳건하다는 사실이다.
패션그룹형지 내 상장사인 형지I&C와 형지글로벌의 소액주주들은 “실적 연동 없는 오너가의 터무니없는 보수 체계 유지와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조 패싱은 기업의 성과를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에만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섬산련 회장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권익을 대변하고 정부 정책을 조율하는 막중한 자리”라며 “내부 오너 리스크도 해결하지 못해 연일 시위와 잡음을 내는 기업의 수장이 과연 한국 섬유패션업계 전체의 상생과 통합을 외칠 자격이 있는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5인 추대위와 섬산련 이사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우현 기자
whk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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