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K캐주얼’ 감도와 팬덤으로 시장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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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의 시대 지나 세대교체 본격화

2026-07-22 오후 3:55:59

상품보다 세계관, 유통보다 콘텐츠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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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네버댓은 중국 편집숍은 물론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국내 캐주얼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전통 캐주얼 브랜드 대신 감도 높은 디자인과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앞세운 이른바 ’2세대 K캐주얼’이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2세대 K캐주얼’은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과거 국내 캐주얼 시장이 가격 경쟁력과 유통망 확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지금은 브랜드가 제안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소비를 이끄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유행을 좇는 브랜드가 아니라 국내에서 팬덤을 구축한 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히며 K패션의 새로운 성장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캐주얼 시장은 TBJ, NII, 폴햄, 프로젝트엠, 후아유 등 대중 브랜드가 주도했다. TV 광고와 스타 마케팅, 전국 단위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경쟁력의 핵심이었고, 얼마나 많은 유통망을 확보하느냐가 시장 점유율을 좌우했다.


반면 지금의 K캐주얼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매장 수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가격 경쟁보다 감성과 취향이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소비자는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세계관에 공감하며 소비하고, SNS와 디지털 콘텐츠는 브랜드 경험을 확산시키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 주자로는 마뗑킴, 이미스, 스탠드오일,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앤더슨벨 등이 꼽힌다. 여기에 온라인을 기반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논타입까지 가세하면서 세대교체 흐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스타일과 가격대, 성장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이자 문화로 소비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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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중국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현지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을 뒤집어 놓다


2세대 K캐주얼의 성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 시장,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거 국내 패션기업의 해외 진출이 OEM 생산이나 라이선스 사업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이다. 약 800억~8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4위 패션 시장인 일본에서는 국내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팝업스토어마다 오픈런이 이어지고, 백화점과 편집숍의 입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해외 진출 방식의 변화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온라인 판매에만 의존하기보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를 먼저 소개한 뒤 플래그십 스토어와 상설 매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현지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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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뗑킴 2026 여름 시즌 남성 앰버서더 제노



실제로 마뗑킴은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에 일본 1호점을 연 데 이어 오사카 팝업과 나고야 PARCO 2호점을 선보였으며, 올해 4월에는 하라주쿠에 일본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역시 시부야 팝업을 시작으로 하라주쿠 플래그십과 지역별 팝업을 잇달아 선보이며 현지 접점을 넓히고 있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일본 스트리트 문화의 중심지인 하라주쿠 우라하라에 브랜드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커버낫도 도쿄 시부야에서 첫 일본 단독 팝업스토어를 개최하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고, 스탠드오일 역시 일본 팝업과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K캐주얼 브랜드들은 제품 수출에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 경험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패션 플랫폼과 유통업계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물린다. 무신사는 글로벌 스토어와 일본 현지 팝업 등을 통해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백화점과 유통기업들도 일본에서 K패션 브랜드를 모은 팝업과 쇼케이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현지 시장 안착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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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낫은 글로벌 팬덤을 가진 수빈과 함께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감’ 먼저


2세대 K캐주얼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세계관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디자인과 가격이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면, 지금은 브랜드가 제안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공감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는 SNS에서 브랜드 콘텐츠를 접하고,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브랜드가 만든 공간과 문화를 경험한 뒤 제품을 구매한다. 제품은 이러한 경험의 결과물이자 브랜드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각 브랜드의 성장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이미스는 볼캡을 대표 아이템으로 키우며 ‘데일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고, 백화점 팝업마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오프라인 경쟁력까지 입증했다. 스탠드오일 역시 가방을 중심으로 미니멀한 디자인과 브랜드 감성을 앞세워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으며,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방문객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논타입 역시 특정 스타일에 자신을 한정하지 않는 ‘무경계 캐주얼’을 내세우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팬덤을 확대하고 있다.


브랜드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제품군 역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 커버낫은 키즈와 뷰티 라인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고, 마뗑킴과 이미스 역시 의류를 넘어 액세서리와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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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타입은 특정 스타일에 자신을 한정하지 않는 ‘무경계 캐주얼’을 내세우며 빠르게 팬덤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과 함께 성장


유통 환경의 변화도 세대교체를 앞당긴 요인이다. 과거에는 백화점 입점이나 대리점 확대가 성장의 필수 조건이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과 자사몰만으로도 전국은 물론 해외 소비자까지 직접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무신사는 2세대 K캐주얼 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뒤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일본과 해외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는 구조가 하나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생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다만 업계는 플랫폼 자체보다 브랜드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한다. 동일한 플랫폼 안에서도 브랜드마다 성과가 크게 갈리는 이유는 결국 디자인과 콘텐츠, 브랜드 스토리의 완성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것은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정체성과 콘텐츠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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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스는 볼캡을 대표 아이템으로 키우며 ‘데일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일본 넘어 중국·동남아·유럽까지


일본이 K캐주얼의 대표적인 시험무대라면,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은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중국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현지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고, 이미스는 태국을 시작으로 대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중국 편집숍은 물론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유통망을 넓히고 있으며, 앤더슨벨은 파리 쇼룸과 밀라노패션위크 참가를 통해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K캐주얼 브랜드들은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시장별 특성에 맞춰 유통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팝업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중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유럽과 미주에서는 편집숍과 온라인 셀렉트숍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확장은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높아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도 맞물린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패션이 제조 경쟁력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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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벨은 파리 쇼룸과 밀라노패션위크 참가를 통해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콘텐츠와 팬덤이 경쟁력으로


2세대 K캐주얼의 경쟁력은 단순히 디자인에만 있지 않다.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콘텐츠와 팬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SNS를 통한 자연스러운 바이럴, 셀러브리티 협업, 팝업스토어, 한정판 제품 출시 등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는 광고보다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접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브랜드가 제안하는 경험을 즐기며 팬덤을 형성한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패션산업의 구조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제조 역량과 가격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던 시대에서 디자인과 브랜드 IP, 콘텐츠, 글로벌 팬덤이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캐주얼 시장의 세대교체는 이제 시작이며, 이들이 앞으로 K패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이끌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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