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즈·더바디샵·탐스 사례가 보여준 웰니스 브랜드의 생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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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버즈는 고객이 처음 기대했던 편안하고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는 본질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했다. |
웰니스 브랜드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의외로 ‘완벽함’이다.
웰니스는 원래 불완전한 삶에서 출발한다. 지친 몸과 흔들리는 마음, 불안한 일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소비 방식 속에서 더 건강하고 균형 있는 삶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몸과 마음을 돌보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웰니스의 본질이다.
그런데 많은 브랜드가 웰니스를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완벽한 브랜드가 되려 한다.
더 깨끗한 원료, 더 윤리적인 생산, 더 완전한 지속가능성, 더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운다. 물론 이런 가치는 중요하다. 그럴수록 문제는 브랜드가 어느 순간 고객의 삶보다 자신이 만든 완벽한 이미지를 지키는 데 더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브랜드는 더 높은 기준을 만들고, 더 많은 가치를 설명하며, 더 완벽한 메시지를 쌓아 올린다. 하지만 고객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을 하루 정도 거르기도 하고, 친환경 제품을 사고 싶어도 가격을 먼저 고민하기도 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다짐하면서도 때로는 편리함을 선택한다. 삶은 늘 이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든다.
브랜드 철학 역시 마찬가지다. 철학은 브랜드의 출발점일 수 있지만 목적지는 아니다. 소비자는 철학을 읽고 제품을 사지만, 결국에는 제품을 사용하며 브랜드를 판단한다.
신발은 오래 신어도 편해야 하고, 화장품은 피부에 좋은 경험을 줘야 하며, 웰니스 브랜드라면 고객의 일상을 실제로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철학은 제품과 경험으로 구현될 때 비로소 고객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아무리 훌륭한 철학도 고객의 몸과 감각, 일상 속에서 경험되지 못한다면 오래 기억되기 어렵다.
브랜드의 가치는 슬로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고객은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보다 제품을 사용하며 느낀 만족감, 서비스에서 받은 신뢰, 일상 속에서 쌓인 작은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기억한다.
이 점에서 올버즈(Allbirds), 더바디샵(The Body Shop), 탐스(TOMS)는 웰니스 브랜드가 꼭 들여다봐야 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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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소재의 함정, 올버즈
지난 3회 차 칼럼에서 필자는 올버즈를 ‘투명성’의 모범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지금도 그 평가는 변함이 없다. 모든 제품에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표시한 시도는 패션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브랜드에 불리할 수도 있는 정보까지 공개하며 지속가능성을 투명하게 보여준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다.
하지만 좋은 철학이 곧 좋은 브랜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올버즈는 울 소재와 친환경 원료, 미니멀한 디자인을 앞세워 ‘지속가능한 신발’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소비자는 단순히 신발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선택한다는 경험에 공감했다. 신발 한 켤레가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면서 브랜드는 빠르게 성장했고,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에는 4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성장 이후에도 브랜드가 내세운 철학만큼 제품 경험도 계속 발전해야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초기 울 러너(Wool Runner)의 내구성에 아쉬움을 제기했고,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역시 실제 착용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문제를 보도했다. 매장은 늘고 제품군은 확대됐지만, 고객이 처음 올버즈에서 기대했던 편안하고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는 본질은 충분히 강화되지 못했다.
고객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철학에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구매 이후 고객이 매일 마주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라 제품이다. 오래 신어도 편한지, 쉽게 닳지 않는지, 다시 사고 싶은 경험을 주는지가 결국 브랜드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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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바디샵은 혁신과도 같았던 브랜드 철학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계속 발전시키지 못했다. |
완벽한 철학의 함정 ‘더바디샵’
더바디샵은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을 대중화한 브랜드였다.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환경 보호는 오늘날 많은 브랜드가 사용하는 언어지만, 더바디샵은 그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제시했다. 화장품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든 선구자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상황도 달라졌다. 한때 차별화 요소였던 윤리와 지속가능성은 이제 업계의 기본이 됐다. 시장이 더바디샵을 따라온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고객은 더 이상 윤리적인 브랜드라는 말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제품의 품질과 사용감은 물론 매장 경험, 디지털 서비스, 커뮤니티, 브랜드와의 소통까지 모두 함께 평가한다.
결국 더바디샵 영국 법인은 202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브랜드가 잘못된 가치를 추구해서가 아니라, 한때 혁신이었던 철학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경험으로 계속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학은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경쟁력은 고객이 매일 경험하는 제품과 서비스 속에서 다시금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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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스는 결국 2021년 원 포 원 모델을 종료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
완벽한 선의의 함정 ‘탐스’
탐스는 ‘원 포 원(One for One)’ 모델로 브랜드 역사를 새롭게 쓴 기업이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한 켤레를 기부한다는 단순한 구조는 소비를 선행과 연결했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좋은 제품을 사는 일이 곧 좋은 일을 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는 당시 소비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질문도 함께 커졌다. 일회성 기부가 지역사회의 자립에 도움이 되는지, 현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선의가 정말 지속가능한 방식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고객이 브랜드에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도 점점 더 구체적이고 정교해졌다.
탐스는 결국 2021년 원 포 원 모델을 종료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와 풀뿌리 단체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선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변화였다.
탐스가 보여준 것은 선의의 실패가 아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의도가 실제 변화를 만드는 구조와 시스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브랜드의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완벽함이 아니라 온전함이 중요
올버즈, 더바디샵, 탐스는 모두 처음부터 잘못된 브랜드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먼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소비 문화를 제안했다. 올버즈는 지속가능한 소재와 투명성을, 더바디샵은 윤리적 소비를, 탐스는 소비와 기부를 연결하며 브랜드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제는 가치 자체가 아니었다. 삶은 계속 변했지만, 브랜드는 자신이 만든 성공의 공식에 오래 머물렀다. 지속가능성, 윤리, 선의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지만, 그것이 변하지 않는 정답이 되는 순간 브랜드는 고객의 현재와 멀어진다. 좋은 철학도 제품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구현되지 않으면 결국 과거의 상징으로 남을 뿐이다.
웰니스 브랜드가 경계해야 할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웰니스는 더 완벽한 몸이나 더 완벽한 소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회복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더 소중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웰니스는 쉽게 경쟁의 언어가 된다. 더 깨끗한 원료, 더 순수한 철학, 더 완전한 지속가능성을 앞세우며 또 다른 '완벽함'을 요구받는다. 고객에게 쉼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자연스러움을 말하면서 또 다른 이상적인 삶을 제시한다. 그것은 웰니스가 아니라, 웰니스의 이름을 빌린 또 하나의 압박일 수 있다.
삶은 원래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웰니스도 완벽함을 향해 가서는 안 된다. 웰니스의 본질은 결점을 지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삶이 다시 회복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결국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장 완벽한 브랜드가 아니라, 삶의 현실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의정 회장
dorr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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