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것은 ‘실행’, 웰니스가 결정하는 것은 ‘방향’
이번 호에는 필자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웰니스 비즈니스 포럼 2026’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대의 좌표를 WX(웰니스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에서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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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열린 ‘웰니스 비즈니스 포럼 2026’에서는 AI 전환 시대를 맞아 건강·뷰티·관광·주거·헬스케어를 아우르는 웰니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논의됐다. |
AI 시대에 던져진 또 하나의 질문
포럼 전날 밤, KBS에서 다큐멘터리 ‘인재전쟁 2’가 방송됐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시대에 필요한 네 가지 역량인 생각하는 근육, 적응하는 근육, 공감하는 근육, 그리고 바디스킬에 대해 언급했다.
흥미로운 것은 AI 반도체를 만들고, 누구보다 AX(AI 트랜스포메이션)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인이 정작 미래 경쟁력으로 효율이나 속도, 기술력을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인간이 생각하고, 회복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몸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능력에 대해 강조했다.
칼 융은 이런 순간을 ‘동시성’이라 불렀다. 인과관계는 없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의미를 가리키는 현상 말이다. 최 회장은 웰니스 비즈니스 포럼을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그의 메시지는 웰니스가 가리키는 바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웰니스는 유행하는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성이란 점에서 서로 상통한다.

위기의 시대, 그리고 성장 공식의 한계
지난 5월 29일 서울 섬유센터에서 열린 웰니스 비즈니스 포럼 2026의 주제는 ‘위기의 시대, 웰니스에 기업의 본질을 묻다’였다. 기업, 투자, 교육, 관광, 헬스케어, AI, 주거, 식품, 피트니스 등 다양한 산업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번 포럼을 준비하며 필자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단어는 ‘대위기(Great Crisis)’였다.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 저성장, 초고령화, 사회적 고립, 번아웃 등 다양하다. 오늘날의 위기는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얽혀 하나의 거대한 압력이 되어 개인과 기업, 사회 전체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 위기의 뿌리는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른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가 믿어온 성장 공식, 즉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빨리 움직이며,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 공식은 분명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자연에는 기후위기를, 사회에는 분절과 갈등을, 개인에게는 피로와 소진을 남겼다. 우리는 지금 그 성장 모델에서 발생된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는 셈이다.

AX는 강력하다. 그러나 방향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 거대한 위기 앞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해법은 AX, 즉 AI 전환이다.
인재전쟁 2에서 최태원 회장은 이제 AI가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전망도 내놨다. 기존에는 능력이 10인 사람과 100인 사람 사이에 10배의 차이가 있었지만, 1000의 역량을 가진 AI가 모두에게 제공되면 실제 경쟁력 차이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망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앞으로는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 아니라, 기술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철학과 방향성이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AX는 실행의 혁신이다. 더 빠르게 만들고, 더 많이 분석하며,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AX는 우리에게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 하지만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WX 시대가 온다
필자는 그 답을 WX(웰니스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찾고자 한다.
최태원 회장이 말한 네 가지 근육은 결국 웰니스의 다른 표현이다. 생각하는 힘, 적응하는 힘, 공감하는 힘, 그리고 몸으로 살아가는 힘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 관리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WX는 기업이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시장을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 자연이 연결된 생태계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성장을 숫자의 확대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만드는 과정으로 재정의 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AX와 WX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AX가 실행의 엔진이라면 WX는 방향을 잡는 나침반이다. AX가 기업의 능력을 확장한다면 WX는 그 능력이 향해야 할 이유를 설명한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 보다 AI를 어떤 가치와 철학 위에서 활용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웰니스 비즈니스 포럼’이 확인한 공통된 결론
이번 포럼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업종과 배경이 다른 전문가들이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했다는 점이다.
먼저 투자 분야에서는 K-뷰티 이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주목했다. 기업 조직 분야에서는 구성원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동반자로 바라보는 문화가 지속가능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라면, 웰니스는 인간의 삶을 지키는 가치라는 데 의견을 공유했다.
이는 곧 기업, 투자, 교육, 관광, 주거, 식품, 피트니스 등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해도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웰니스는 특정 산업의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시대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포럼은 무엇을 더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을 비워낼 것인지를 함께 묻는 자리였다.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우리가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는 어떤 삶을 확산시키고 있는가, 기술은 과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기술을 위해 적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혼자 고민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방향 없는 속도가 가장 위험하다
AI는 앞으로도 우리를 더욱 빠르게 빠르게 압박할 것이다. 실행의 장벽은 계속 낮아지고, 누구나 강력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행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결국 남는 것은 방향의 격차다.
AI 시대에 기업이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것은 생각하는 힘, 회복하는 힘, 공감하는 힘, 그리고 몸으로 살아가는 힘이다. 다시 말해 AX를 넘어 WX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은 방향이 될 수 없다. 방향은 결국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분명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있는가.”
정의정 회장
dorr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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