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별 현장 사례로 분석한 글로벌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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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 스탠다드 상하이 신육백YOUNG점’ 랜더링 이미지 |
국내 패션 시장의 무게 중심이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내수 한계와 경기 둔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국내 브랜드들은 한류와 K콘텐츠가 만든 인지도를 기반으로 중국·일본·동남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오프라인 거점 확대와 매출 성장 사례는 K패션이 ‘가능성’의 단계를 훌쩍 넘어 ‘성과’의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선택적 시도에 머물렀던 해외 진출은 이제 매출 다변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자 지속 성장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막힌 내수 시장, 해외만이 돌파구
국내 패션 시장은 2025년 약 53조 7,7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0.1% 감소하며 사실상 정체 상태다. 내수 경기 침체에 물가 상승·고환율·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고, 의류·신발 지출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K패션 수요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만들어 놓은 한국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패션 소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단순한 수출 채널이 아니라 제2의 성장 무대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2026년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협회는 K패션 글로벌 브랜드 육성 사업을 공동 추진하며 디지털 플랫폼과 SNS 중심의 수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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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우피크 어패럴’ 광저우 UC점 |
해외 진출, 어떻게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방식은 크게 다음과 같다.
해외 쇼룸·홀세일 네트워크 등 바이어와의 직접 거래를 기반으로 한 판로 개척이 첫 번째다. 코닥어패럴이 일본 알펜아웃도어즈 등 주요 셀렉샵과 대규모 홀세일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 사례다.
B2B 플랫폼·물류 결합 수출형도 주요 경로다. 플랫폼이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입점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신사가 브랜드들의 일본 공식 총판으로 활동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백화점·유통사 주도 방식도 있다.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더현대 글로벌이 신진·중소 브랜드를 묶어 해외에 소개하는 형태로, 키르시의 시부야109 팝업이 이 모델의 대표 성과다.
직진출은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해외 법인이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마뗑킴의 하라주쿠 플래그십, 코닥어패럴의 일본 현지 법인(2023년 설립)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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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뗑킴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 랜더링 이미지 |
브랜드별 글로벌 현장 속으로
△ 무신사스탠다드: 상하이 3개 상권 완성에 이어 항저우 4호점까지
무신사스탠다드가 상하이 헝산로에 3호점을 오픈하며 화이하이루·난징둥루에 이어 상하이 핵심 소비 축을 완성했다. 약 400평, 3개 층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3개 층을 관통하는 초대형 미디어 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픈 기념으로는 현지 러닝·사이클링 문화를 활용한 '라이딩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중국 Z세대의 가성비 소비 취향을 겨냥해 정상가 약 1,500위안 상당의 슈퍼백을 299위안에 한정 판매하는 등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적극 전개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신사는 지난 4월 28일 상하이 외 첫 진출지로 신(新)1선 도시 항저우를 낙점하고 무신사스탠다드 항저우 항륭광장점을 공식 오픈하며 중국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4개 거점으로 확대했다.
△ 스노우피크 어패럴: 중국 시장 확대, 광저우·충칭 연속 출점
감성코퍼레이션이 전개하는 스노우피크 어패럴이 광저우에 이어 중국 남서부 최대 상권인 충칭까지 진출하며 중국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충칭 4호점은 상하이 첸탄 타이구리, 광저우 타이구리에 이은 세 번째 백화점 입점 매장으로, 브랜드 특유의 내추럴 럭셔리 콘셉트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상하이 1호점은 2026년 현재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 중이며, 국내 면세점 내 중국인 매출 비중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감성코퍼레이션은 광저우·충칭 거점 성과를 발판 삼아 향후 중국 주요 1선 및 신1선 도시 내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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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닥어패럴 하라주쿠 플래그십 전경 |
△ 코닥어패럴·키르시: 일본 하라주쿠 매출 전년비 287% 폭등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전개하는 코닥어패럴의 일본 하라주쿠 플래그십 매장은 2026년 3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87% 성장하며 K패션의 저력을 입증했다. 2023년 5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한 장기 투자 전략이 점차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 파르코(시부야·나고야·히로시마·삿포로), 라라포트, 이온몰 등 일본 대형 유통사에서 입점 제안이 잇따르고 있으며 알펜아웃도어즈 등과의 홀세일 계약도 확대되는 추세다.
키르시는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부야109에서 체험형 팝업을 운영 중이다. 시그니처 캐릭터 ‘위티버니’ 오브제를 활용한 포토존과 일본 한정 익스클루시브 티셔츠·에코백으로 현지 MZ세대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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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젝시믹스가 대만 타이베이 ‘브리즈 남산’ 백화점 내 2호 매장을 웰니스 라이프 경험공간으로 새단장했다. |
△ 젝시믹스: 일본 동서부 랜드마크 석권, 대만·태국까지 다전선 확장
젝시믹스는 일본 동서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거점을 모두 확보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월 도쿄 오모테산도 힐스점에 입성한 데 이어, 지난 달 25일에는 오사카 신사이바시의 초고층 복합문화시설 ‘쿼츠 신사이바시’ 지하 1층에 일본 6번째 정식 매장을 오픈했다. 신사이바시는 도쿄 시부야와 비견되는 간사이 최대의 쇼핑 구역으로, 젝시믹스는 이번 매장을 간사이 지역 공략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만에서는 타이베이 브리즈 남산 백화점 2호점을 전면 리뉴얼해 경험형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기존 매장 벽을 완전히 제거한 오픈 레이아웃과 순환형 동선으로 전 카테고리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태국에서는 방콕 센트럴 파크에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 최초로 오프라인 팝업을 열었다. 오픈 직후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24년부터 쇼피·라자다 이커머스 채널에서 팬덤을 축적한 결과, 지난해 태국 내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현재 태국에서는 룰루레몬, 알로요가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현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젝시믹스는 한국 브랜드 특유의 세련된 핏과 기능성을 무기로 차별화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 마뗑킴: 멀티 트랙 전략
마뗑킴은 일본 패션·스트리트 문화의 성지 하라주쿠에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기존 미야시타 파크·나고야 파르코 등 쇼핑몰 입점 매장에서 한 단계 나아가, 브랜드 세계관을 오롯이 구현한 독립 공간이다. 2개 층 약 59평 규모의 매장에서는 플래그십 한정 아이템과 커스텀 키링 서비스를 운영해 경험 소비를 유도한다.
마뗑킴은 일본 외에도 미국 아마존 공식 입점, 불가리아·체코 편집숍 진출, 태국 센트럴그룹과의 2030년까지 600억 원 규모 유통 계약까지 복수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멀티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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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우피크 어패럴’ 광저우 쥐롱완점 |
브랜드 가치·공급망 함께 키워야
해외 진출 국가 중 중국 비중이 40%로 가장 높다. 동시에 중국 1강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전략도 강해지고 있다. 일본은 코닥어패럴의 287% 성장, 마뗑킴 하라주쿠 플래그십 오픈 등 실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중요한 2차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대만·태국 등 동남아 역시 점차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글로벌 진출의 성과는 분명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핵심 과제는 글로벌 마케팅 역량 확보, IP 보호, 현지 유통 채널 구축, 그리고 제조 경쟁력이다. 해외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해야 할 국내 의류 제조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K패션의 글로벌 생존은 트렌디한 디자인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브랜드 철학을 담은 공급망을 구축하고, 현지 소비자와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유일한 경로다.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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