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브랜드가 웰니스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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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의 웰니스 인사이트 포커스 07

2026-04-16 오후 5:12:25

소량 생산ㆍ리추얼로 불완전함을 브랜드로 승화시켜야


지난 호에서 우리는 K패션 안에 이미 하나의 ‘리추얼(Ritual)’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외출복과 집옷을 갈아입는 일, 공간에 따라 정체성을 전환하는 습관은 한국 소비자에게 매우 익숙한 일상이다.


그렇다면 이 리추얼을 어떻게 브랜드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웰니스 전환의 언어로 확장할 것인가.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한다. 지금 소비자는 완벽한 브랜드를 원하는가, 아니면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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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무보정 사진, 솔직한 멘탈 헬스 고백, 일상의 흔들림까지 드러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든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시대


제일기획 요즘연구소는 지난 2월 발간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취약할 권리’에서 Z세대의 새로운 태도를 분석했다.


1990년대는 선망의 시대였다. 기준은 외부에 있었고 성공은 그 기준을 얼마나 정확히 충족하느냐로 판단됐다. 2010년대는 진정성의 시대였다. 완벽한 결과보다 정성스러운 과정, 그리고 스스로를 돌보는 태도가 더 큰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반면 2020년대는 취약성의 시대다. Z세대는 불완전함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무보정 사진, 솔직한 멘탈 헬스 고백, 일상의 흔들림까지 드러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든다. 이 흐름을 요즘연구소는 ‘능동적 취약성’이라고 정의한다. 결함과 불안을 감추지 않고 공개함으로써 고유성과 희소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태도를 의미한다.


AI가 누구나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실수와 정제되지 않은 모습은 더 높은 가치를 얻고 있다. 결점을 드러내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방식이 된다.


완벽에서 온전함으로


패션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옷은 몸이 맞춰야 하는 완벽한 기준처럼 여겨졌다. 옷이 맞지 않으면 옷 사이즈에 맞춰 부족하거나 넘치는 몸을 조절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완벽함(Perfect)은 결점이 없는 상태지만 온전함(Whole)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다. 완벽한 옷은 나의 부족함을 숨기지만 온전한 옷은 나의 고유함을 드러낸다. 완벽이 외부 기준이라면 온전함은 내면의 회복이다.


AI 시대와 취약성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온전함이다. 내 몸과 취향과 리듬에 맞으면서 나의 불완전한 고유함에 맞춰지는 옷이 새로운 기준이 된다.


이것이 패션 웰니스 전환의 본질이다. 되어야 할 모습이 아니라 이미 있는 나를 회복하는 것, 완벽해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니라 온전해지기 위한 옷을 입는 것이다.


리추얼의 세 가지 축


온전한 나로 돌아가는 리추얼은 크게 ‘회복ㆍ연결ㆍ지속’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회복 리추얼’은 하루의 긴장을 내려놓고 나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행위는 단순한 착장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다. 홈웨어는 편한 옷을 넘어 회복의 도구가 된다.


‘연결 리추얼’은 세상과 다시 만나는 순간이다. 아침에 옷을 고르는 일은 오늘의 관계와 장면을 준비하는 행위다. 출근복은 완벽한 프로페셔널을 연출하는 수단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접속하는 매개다.


‘지속 리추얼’은 물건을 오래 쓰고 고쳐 입고 나눠 입는 태도다. 순환 패션은 환경 보호를 위한 선택을 넘어 관계를 이어가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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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함의 미학, 킨츠키



‘킨츠키’처럼 브랜드 하라


일본의 ‘킨츠키’는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이는 기법이다. 결점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며 그 균열을 고유성으로 바꾼다.


웰니스 패션 브랜드의 역할도 이와 같다. 체형이 완벽하지 않아도, 트렌드를 모두 따라가지 못해도, 매일의 기분이 달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불완전함을 숨기게 하는 대신, 그 자체가 빛이 되도록 돕는 것이 브랜드의 역할이다.


브랜드는 고객의 깨진 부분을 금으로 이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함이 아니라 고객 자신의 온전함을 발견하는 여정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소량 생산의 새로운 의미


이 태도를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취약성의 시대에 소량 생산은 더 이상 실패의 대체물이 아니다. 과거에는 시장 예측에 실패해 소량만 만든다는 뜻으로 읽혔다면 지금은 다르다. 소량 생산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며 만들어 간다는 뜻이다.


대량 생산이 완벽의 언어라면 소량 생산은 온전함의 언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함께 첫걸음을 뗀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Z세대는 바로 그 태도에 반응한다. 완벽한 브랜드보다,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에 더 깊게 마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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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인디 뷰티 브랜드



인디가 혁신을 만든다


K뷰티는 이미 이 흐름을 증명했다. 한때 시장을 대표하던 대기업이 흔들리는 사이 롬앤, 클리오, 웨이크메이크 같은 인디 뷰티 브랜드가 민첩하게 움직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들은 고객과 가깝고 SNS로 직접 소통하며 빠르게 실험하고 수정한다. 실패를 감추지 않고 과정을 공유하는 태도 역시 지금의 소비자와 잘 맞는다.


반면 대기업은 완벽한 출시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하지만 그 완벽함은 때로 속도를 늦추고 고객과의 거리를 멀게 한다. 이처럼 K뷰티의 혁신은 완벽한 체계가 아니라 민첩한 인디 브랜드가 이끌었다. K패션도 같은 흐름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K패션의 미래


웰니스 전환을 이끄는 주체 역시 대기업보다 인디 패션일 가능성이 높다. 동대문 생태계와 인디 브랜드 플랫폼은 이미 그 기반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최소 주문 수량의 벽이 신진 브랜드의 성장을 막았지만 이제는 IT 솔루션을 통해 10벌 단위의 생산도 가능해졌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작은 브랜드가 SNS에 스케치를 올리고, 반응을 반영해 디자인을 다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실제 생산을 시작하는 방식은 이미 유효한 모델이 되었다. “함께 성장하며 만들어간다”는 말은 현실이 됐다.


지금 시작하는 방법


불완전함을 숨기는 브랜드보다 과정을 드러내고 함께 완성해 가는 브랜드가 더 강해지는 시대, 브랜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구체적인 로드맵을 살펴보자.


첫째, 리추얼을 발견하라(1주). 사람들이 언제 옷을 입고 어떤 감정으로 옷을 고르는지 관찰해야 한다.


둘째, 내러티브를 정의하라(2주). 회복, 연결, 지속 중 무엇을 중심에 둘지 분명히 해야 한다. 브랜드는 결국 어떤 리추얼을 돕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SNS로 검증하라(1개월). 초기 스케치나 콘셉트를 공유하고 고객의 언어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넷째,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하라(2개월). 중요한 것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함께 첫걸음을 뗀다는 메시지다.


다섯 번째는 과정을 공유하며 수정하는 것이다. 소량 생산, 피드백, 재 제작의 순환 자체가 브랜드의 태도가 되어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처럼 패션 웰니스 전환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완벽한 브랜드가 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K뷰티가 보여줬듯 혁신은 인디에서 시작된다. K패션의 다음 장도 마찬가지다. 동대문 인디 브랜드, 소량 생산, SNS 소통이 그 길을 열 것이다.


한 마디로 불완전함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바로 그 불완전함이 브랜드의 고유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정 회장
dorr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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