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9세 여성 소비자, 이른바 2539 세대가 패션 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명품 소비가 주춤하고 초저가 플랫폼이 범람하는 양극화 속에서도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 트렌드보다 정체성, 오피스룩부터 데일리 캐주얼까지 각자의 철학으로 무장한 브랜드라면 거침없이 지갑을 연다.
2539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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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 |
01. 오르(ORR)
스타일: 컨템포러리/미니멀 클래식
유통 채널: 자사몰, 무신사, 29CM, 컬리/오프라인 3개점 운영
국내 컨템포러리 여성복 시장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오르’는‘Original Realize(제품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다)’라는 철학 아래, 정교한 테일러링과 절제된 실루엣을 핵심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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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라인에서 기획·개발해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강점이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클래식 감도와 현실 착장에 충실한 디테일이 2539 직장 여성들의 옷장을 꾸준히 채우고 있다.
초기에는 자사몰 중심의 온라인 전략을 고수했으나 서울 마포에 1호 직영점을 오픈하고 더현대 서울에 입점하는 등 오프라인 접점을 확장한 후 최근에는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해 총 3개 오프라인 거점을 구축했다.
브랜드는 온라인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팬덤 고객이 제품과 브랜드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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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르벵 |
02. 파르벵(FARVEN)
스타일: 컨템포러리/러블리 프렌치
키워드: 인플루언서 창업, 팝업 오픈런, ‘추구미’ 브랜드
인스타그램 팔로워 67만 명의 인플루언서 ‘피버(FEVER)’ 김선영 디렉터가 2024년 2월 론칭한 브랜드다.
브랜드명 ‘FARVEN’은 덴마크어로 ‘색깔’을 뜻하며, 개성과 다양성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는다.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해 2539 여성들 사이에서 ‘추구미(추구하는 이미지)’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품절을 반복하며 화제를 모았다. 2024년 3월과 6월, 두 차례 진행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넓은 2층 공간에서 진행됐음에도 대기 시간이 3시간을 넘겼다는 후기가 넘쳐났다.
성수 인근 대형 전광판 영상 광고, 해외 촬영 룩북 등 명품 브랜드식 마케팅 기법을 적극 차용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전략도 주효했다.
론칭 6개월 만에 월간 키워드 검색량 3만 5천 건을 기록하며, 수년 된 기성 디자이너 브랜드에 준하는 인지도를 확보했다. 인플루언서의 팬덤이 브랜드 팬덤으로 전환된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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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우클래식 |
03. 로우클래식(LOW CLASSIC)
스타일: 컨템포러리/모던 미니멀리즘
키워드: 인하우스 생산, 글로벌 유통, 신당동 미래빌딩
2009년 론칭 후 15년 이상 독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온 국내 컨템포러리 패션의 기준점이다.
간결한 실루엣과 내구성 있는 소재, 타임리스한 디자인으로 일관된 미학을 구현한다.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부터 캐드, 패턴, 재봉까지 전 공정을 자체 생산라인에서 소화하는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에서는 드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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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 명확한 테마와 외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컬렉션의 깊이를 더한다.
해외에서는 캐나다의 프리미엄 편집숍 에센스(SSENSE)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서울 신당동에 자체 사옥 ‘미래빌딩’을 마련하고 컬렉션 라인과 디퓨전 라인 ‘Lc’의 ‘따로 또 같이’ 투 트랙 전략을 본격화했다. 건물 내 카페, 팝업·전시 공간까지 갖춘 복합 문화 거점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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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웨어버터 |
04. 썸웨어버터(SOMEWHERE BUTTER)
스타일: 빈티지 캐주얼/지속가능 패션
키워드: 비건 소재, 핸드메이드 감성, 가치 소비
‘빈티지 캐주얼 무드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바래지 않을 가치를 추구한다’는 철학을 내세운 비건 패션 브랜드다.
합성 가죽이나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고 친환경·비건 소재를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핸드메이드 감성이 묻어나는 텍스처와 빈티지 무드의 컬러 팔레트가 브랜드의 시각적 정체성을 이룬다.
소재와 제작 방식에 대한 진정성이 ‘좋은 소비를 하고 싶다’는 2539 세대의 가치관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점이 성장 동력이다.
특별한 날을 위한 옷이 아니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아이템을 지향하며, 코디하기 쉬운 무드 덕에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이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힌다.
환경과 윤리적 소비에 민감한 2539 소비자층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한 브랜드다. 유행을 쫓지 않는 시간의 가치를 담은 제품 철학이 꾸준한 재방문 고객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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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뉴엣 |
05. 베뉴엣(BENUET)
스타일: 어반 캐주얼/클래식 데일리
키워드: 섬세한 실루엣, 직장 여성, 일상 밀착형
특징: 투 웨이 착장, 높은 활용도
클래식한 디자인과 섬세한 실루엣으로 매일 함께할 수 있는 어반 캐주얼룩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아이템마다 착장의 폭을 넓히는 디자인 디테일(탈착 가능한 요소, 투 웨이 활용이 가능한 구조, 체형 커버가 쉬운 실루엣)을 녹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날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위한 옷이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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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평일에도 출근룩과 퇴근 후 약속 자리를 하나의 아이템으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2539 직장 여성의 현실적인 니즈를 직관적으로 건드린다.
과하지 않은 디테일과 단정한 무드가 폭넓은 연령대에서 통하며 구매자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뉴엣의 성장은 거창한 마케팅이 아닌 제품 자체의 완성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옷’이라는 고객 리뷰가 이 브랜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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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고매니플리즈 |
06. 망고매니플리즈(MANGOMANYPLEASE)
스타일: 로맨틱 페미닌/타임리스 클래식
유통 채널: 자사몰, W컨셉, 29CM/멀티채널 전략
키워드: 프릴, 레이스,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는 옷
브랜드 슬로건은 ‘몇 해 지나도 손길 가는 옷, 시간이 갈수록 가치 더해지는 제품’으로 정돈된 로맨틱 무드와 프릴, 레이스, 핀턱, 자수 등 섬세한 페미닌 디테일이 브랜드 고유의 시각 언어를 이룬다.
잔잔한 결의 소재와 사랑스러운 디테일을 결합한 프릴 블라우스처럼 계절감을 살리면서도 오버스테이트먼트 없이 완성도 높은 아이템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요란한 로고나 트렌드 추종 없이 옷 자체의 감성과 완성도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드다. ‘정돈된 무드로 완성한 간결한 아름다움’이라는 정체성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장기 팬덤의 비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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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
이 여섯 브랜드는 각각의 방식으로 2539 여성의 선택을 받고 있다. 오르는 완성도 높은 오프라인 거점으로, 파르벵은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 신뢰로, 로우클래식은 15년의 인하우스 장인 정신으로, 썸웨어버터는 소재 윤리에 대한 진정성으로, 베뉴엣은 현실 착장에 충실한 기능성으로 망고매니플리즈는 타임리스한 로맨틱 미학으로 각자의 팬덤을 쌓아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행을 쫓는 대신 자신만의 언어로 일관되게 말한다는 것. 테무·쉬인 등 초저가 플랫폼이 속도와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대에 2539 여성들은 브랜드의 세계관과 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세대는 믿을 수 있어서, 좋아서, 나를 잘 표현해줘서 선택한다.
국내 패션 시장이 양극화될수록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성장은 단순한 ‘잘 팔리는 옷’의 이야기가 아니라, 브랜드가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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