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디와 카고 팬츠 차림으로 라운딩에 나서는 2030 골퍼들이 부쩍 늘었다. 캐릭터 그래픽이 더해진 볼캡, 클럽백 대신 크로스백을 매치한 스타일링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골프웨어가 필드 위 기능복을 넘어 일상과 연결되는 패션으로 확장되면서 기존 골프웨어에 스트릿 캐주얼 감성이 접목된 ‘스트릿 골프웨어’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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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본골프(Malbon Golf)는 26 봄시즌 쿠바 프룻마켓의 다채로운 컬러와 조화를 이루는 감각적인 스프링 컬렌션을 선보인다. |
필드+일상복=라이프웨어
스트릿 골프웨어는 골프 전용복이 아닌 골프도 가능한 스트릿룩을 지향한다. 스웨트셔츠·후디·조거·카고 팬츠·아노락 같은 스트릿 아이템을 골프 기능성 소재와 패턴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필드 착장과 일상복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핵심 기획 포인트로 2030 영 골퍼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골린이(골프 입문자)와 영 골퍼의 급증이 있다. 골프 예능과 셀럽 라운딩 콘텐츠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2030 세대에게 골프는 퍼포먼스보다 스타일 표현 수단으로 먼저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라운딩 전용 옷이 아니다. 필드에서 입고 도심 카페나 모임에 바로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일상과 라운딩을 동시에 커버하는 착장이다.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골프웨어를 입문 시 한꺼번에 세트로 구비하는 것으로 여겼다면 지금의 영 골퍼들은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는 브랜드를 골라 한 벌씩 늘려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코디 계정과 골프 패션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면서 착장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이 트렌드를 가속시켰다.
디자인 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루즈핏과 젠더리스 실루엣, 컬러 블로킹, 캐릭터 아트워크와 레터링 로고 등 기존 골프웨어에서 보기 어려웠던 그래픽 요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마일 캐릭터, 그래피티 패턴, 서브컬처에서 가져온 프린트가 피케셔츠와 카고 쇼츠 등에 자연스럽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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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싱웨어(Munsingwear) ‘엣지 오브 컬러’ 컬렉션은 본격적인 라운드 시즌이 시작되는 봄을 겨냥해 산뜻한 컬러를 전면에 내세워 스타일링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영 골퍼 취향저격
스트릿 골프웨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이름 중 하나는 깔롱골프(Khalhon')다. 1950~80년대 빈티지 골프 헤리티지와 현대 스트릿 감성을 결합한 컬처 기반 골프 브랜드로 패션·커뮤니티·문화가 하나로 묶인 독자적인 세계관이 특징이다. 2026년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골프웨어 부문 1위 수상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아티스트·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어가며 스트릿 골프씬에서 ‘힙’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코오롱FnC가 론칭한 골든베어(Golden Bear)는 스트릿 무드를 즐기는 2030 영골퍼들을 타깃으로 유니섹스 라인의 컬렉션을 선보인다. 오버핏·와이드 패턴, 시즌마다 바뀌는 도시 콘셉트 스토리텔링, 젠더리스 실루엣이 특징으로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의 골든 제너레이션’을 정확히 저격했다.
LF가 내놓은 더블플래그(Double Flags)는 바운더리스 골프(Boundaryless Golf)를 슬로건으로 내건 캐주얼 골프웨어 브랜드다. 맨투맨, 후드티 등 일상 캐주얼 아이템에 골프 기능성을 녹여냈고 편집숍·온라인 유통을 통해 골프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성별의 구분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젠더리스 스타일이 이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이다.
어뉴골프(ANEW)는 패셔너블한 하이엔드 포지션으로 스트릿 무드와 럭셔리를 동시에 구현한다. 이탈리아산 고급 소재를 사용한 화려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기존 골프웨어의 틀을 무너뜨린 영 골프 브랜드로 평가된다. 소셜그린클럽, CLOVE/TEMS 같은 서울 기반 디자이너 골프웨어들도 컨템포러리 무드로 영 골퍼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하며 이 시장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다.
코오롱FnC의 또 다른 브랜드 왁(WAAC)도 빼놓을 수 없다. 과감한 실루엣과 독자적인 캐릭터 아이덴티티를 앞세운 컨템포러리 퍼포먼스 골프웨어로, 스트릿 무드와 기능성을 동시에 잡은 브랜드로 꼽힌다. 강렬한 그래픽과 캐릭터 플레이가 브랜드의 얼굴로, 기존 클래식 골프웨어와 확연히 다른 에너지가 2030 골퍼들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미국 LA 출신 말본 골프(Malbon Golf)가 국내 스트릿 골프씬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헐렁한 실루엣과 화려한 캐릭터 패턴, 로고 플레이가 특징으로 성수와 도산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컬러 활용 면에서도 말본은 과감하다. 채도 높은 컬러와 그래픽 조합이 브랜드의 스트릿 감성을 뒷받침하며 골퍼와 패션 팬 양쪽을 동시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먼싱웨어(Munsingwear)에서 나타났다. 데상트코리아가 전개하는 이 브랜드는 지난해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하며, 그린·옐로·레드 등 생동감 있는 컬러 아이템을 강화하고 브랜드 헤리티지인 펭귄 심볼과 ‘M’ 로고를 트렌디하게 재해석했다. 리뉴얼 후 첫 선을 보인 ‘하우스 오브 먼싱’ 컬렉션은 출시 3주 만에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캐시미어 니트 컬렉션은 바이올렛·그린·핑크·블랙 등 세련된 컬러 구성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리얼 레드 컬러를 추가 출시할 만큼 컬러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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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왁(WAAC)은 차별화된 그래픽과 위트 있는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을 제안한다. |
애슬레저, 골프 라인 공략
스트릿 골프웨어에 대한 관심과 함께 룰루레몬·젝시믹스·안다르 등 애슬레저 브랜드들도 골프웨어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기능성 소재와 합리적인 가격대, 그리고 일상에서도 입기 좋은 스타일을 앞세워 2030 여성 골퍼를 중심으로 빠르게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젝시믹스는 골프 전용 라인을 별도로 운영하며 백화점과 골프 전문 매장으로 유통을 확장했고, 안다르도 기능성 골프웨어 라인업을 강화하며 필드 공략에 나섰다.
스트릿 골프웨어와 애슬레저의 경계가 점점 좁아지는 것도 이 흐름을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스트릿 골프웨어가 ‘필드+스트릿룩’을 지향한다면, 애슬레저는 ‘필드+일상 기능복’을 표방한다. 두 방향이 같은 소비자를 겨냥하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촘촘해졌다.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 입장에서는 스타일과 가격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셈이다.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충성 고객 기반이 없으면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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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릿 무드를 즐기는 2030 영골퍼들을 타깃으로 한 골든베어(Golden Bear)는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들로 구성돼 캐주얼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으며 다양한 제품과 포인트로 매치하기 좋다. |
조정 속 선별적 성장
사실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전반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2022년 4조 2500억 원까지 확대됐던 시장 규모는 2024년 3조 4500억 원대로 줄었다. 2025년에는 롯데 ?溯프 ㅍ탉섟?강남점·현대 판교점 등 주요 백화점 상위 점포의 골프웨어 매출이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6년 들어 유통 구조 변화도 감지된다. 백화점 골프웨어 MD 전략이 ‘전 브랜드 확대’에서 ‘점포별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더현대서울 등 핵심 상권에서는 지포어·타이틀리스트·말본 골프 등 프리미엄·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상위 매출을 유지하는 반면, 지역 거점 점포에서는 어뉴골프 같은 기능·가성비 브랜드가 두드러진 신장률을 보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브랜드 수 축소와 효율 중심 운영이 본격화되는 해로 진단한다. 화제성 위주의 단기 성장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고 충성 고객 기반과 반복 구매 구조를 갖춘 브랜드만이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헤지스골프·닥스골프 등 기존 브랜드들이 디자인 고급화와 프리미엄 리뉴얼을 추진하는 한편, 스트릿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신생 브랜드들의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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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롱골프(Khalhon')는 골프를 즐길 때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과 자유로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로 자유롭고 힙한 골프 문화를 선도한다. |
활용도 100%
스트릿 골프웨어 코디의 기본 구성은 단순하다. 상의는 루즈핏 레터링 피케셔츠나 크루넥 스웨트셔츠·후디로 스트릿 감성을 살리고, 하의는 나일론 카고 쇼츠나 조거 팬츠처럼 스트릿 실루엣을 기능성 소재로 구현한 아이템을 선택한다. 가먼트 워싱 처리를 더한 카고 팬츠도 자주 활용된다.
볼캡·슬링백·크로스백·그래픽 헤드커버 등 소품 선택도 중요하다. 캐릭터 프린트나 그래피티 볼캡 하나만으로도 전체 룩의 무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드와 일상 모두에서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 이 카테고리의 핵심이다.
아무리 스트릿 감성을 강조하더라도 소재의 기능성과 스윙 동작의 편안함은 기본 조건이다. 업계에서는 패션성과 기능성을 함께 갖추지 못한 제품은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스트릿 골프웨어 카테고리는 꾸준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30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골프 문화의 저변 확대가 이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패션성과 기능성을 함께 갖춘 브랜드들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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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블플래그(Double Flags)는 기성 골프웨어의 정형화된 디자인과 컬러에서 벗어나 경계를 뛰어넘고 독창적이며 웨어러블한 가치를 담은 골프웨어를 제안한다. |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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