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FATTURA ITALIA 2026’ 3~4일 양일간 섬유센터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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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나폴리 정부 초청으로 나폴리 전시솨 현지 공장을 방문한 필자(왼쪽) |
작년, 나는 한국 패션을 대표해 나폴리의 공식 초청으로 현지를 찾았다. 공장 내부의 분주한 손놀림, 세대를 이어온 장인의 작업대, 그리고 전시장에 정교하게 정렬된 샘플들까지. 현장에서 마주한 이탈리아 패션은 ‘감성’ 이전에 ‘구조’였다. 이 나라는 단순히 옷을 잘 만드는 곳이 아니라, 패션을 산업 시스템으로 완성해온 나라였다.
이탈리아 패션의 힘은 도시별 분업 구조에서 출발한다. 밀라노는 글로벌 트렌드와 자본, 비즈니스가 집결하는 허브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패션위크가 이곳에서 움직인다. 피렌체는 가죽과 원단, 수공 기술이 축적된 장인정신의 중심지다. 그리고 나폴리는 정교한 봉제와 테일러링, 가족 중심 공장 시스템이 뿌리내린 생산의 심장부다. 기획은 밀라노에서, 기술은 피렌체에서, 완성은 나폴리에서 이루어진다. 이 유기적인 삼각 구조가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작동하며 이탈리아를 패션 강국으로 만들었다.
현지 공장 대표들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옷이 아니라 시간을 만든다.” 한 시즌을 위한 속도전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인정받을 품질을 고민한다는 의미다.
봉제 한 땀, 소재 한 올에 이유가 있다. 브랜드는 전면에 서지만, 그 뒤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제조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탈리아 패션의 경쟁력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기반’에서 나온다.
반면 한국 패션 산업은 빠른 기획력과 시장 대응력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트렌드를 읽는 속도, 디지털 마케팅 역량, 소비자 이해도는 탁월하다. 그러나 제조 인프라의 축적과 장기적 시스템 구축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외주 중심 생산 구조와 단기 납기 위주의 운영은 효율적이지만, 깊이 있는 산업 구조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지점에서 이탈리아와의 교류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시장과 기획을 이해하고, 이탈리아는 제조와 시스템을 축적해왔다. 두 축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구조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때, 새로운 글로벌 패션 모델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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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럭셔리 제조사 연합, 서울서 ‘MANIFATTURA ITALIA 2026’ 개최 |
그 출발점이 ‘MANIFATTURA ITALIA 2026’이다. 오늘(3일)부터 4일까지 한국섬유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브랜드 쇼가 아닌 제조 중심의 산업 전시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온 이탈리아 제조사들이 직접 참여해, 기획에서 생산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공개한다. 화려함 대신 본질을 드러내는 자리다.
패션은 디자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스템과 축적, 그리고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산업을 만든다. 밀라노·피렌체·나폴리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구조는 오랜 시간 검증된 모델이다. 그리고 이번 서울 전시는 한국 패션이 그 구조를 마주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나폴리에서 시작된 경험은 이제 서울에서 이어진다. 이 전시는 단순한 산업 행사가 아니다. 한국 패션이 세계 무대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변곡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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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희(Sylvia Oh)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LEONARD PARIS) 바잉팀장을 거쳐 2001년 몬테밀라노를 창업했다. |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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