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빅5 온라인몰, 왜 ‘무신사’가 될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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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채널만 이동, 신규 고객 유입 저조, 함께 해야 할 이유 “글쎄”

2026-03-04 오전 10:48:00



2019년 전후 백화점 중심 유통에 의존해온 국내 패션 빅5가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나섰지만, 그 반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들 기업에 예상치 못한 기회를 제공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백화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고객 수요가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주요 패션기업들은 자체 온라인몰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SSF샵은 2021년 전년 대비 5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SI빌리지(현 신세계V)는 2020년 기준 133% 성장이라는 가파른 실적을 냈다. LF몰 역시 2020년에만 50% 가까이 매출이 급증했으며, 더한섬닷컴과 코오롱몰 또한 30~7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전통 패션 강자의 반격’이라는 기대 섞인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인 성장이 아니었다. 기존 오프라인 고객이 채널만 바꾼 것에 가까웠다.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이 회복되자 이들의 온라인 성장세는 급격히 둔화됐고, 무신사나 에이블리 같은 플랫폼과의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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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F샵



빅5의 온라인몰, 어떻게 다른가


각 기업의 온라인 전략은 저마다의 색깔을 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SF샵은 빈폴, 에잇세컨즈, 구호, 갤럭시, 준지 등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패션 라이프스타일몰이다. 최근에는 자체 중저가 브랜드 비중을 줄이고 수입 브랜드와 프리미엄 콘텐츠를 확대하며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약 22% 수준이며, 신명품 브랜드인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SSF샵은 스페셜 쇼핑 위크 기간 중 신규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하는 등 여전히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LF몰은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뉴욕 등을 보유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몰로 패션을 넘어 뷰티와 리빙까지 포괄하는 종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2024년 기준 LF몰의 거래액은 5,500억 원을 기록했으며, 객단가는 40~45만 원으로 무신사(7만 원), W컨셉(20~30만 원) 등 타 플랫폼 대비 월등히 높다. 30~50대가 주 고객층이며, 경제력을 갖춘 고객층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이 특징이다.


한섬의 H패션몰과 더한섬닷컴은 타임, 시스템, 마인, 더 캐시미어 등 한섬 브랜드를 모은 통합 온라인몰로 백화점급 여성 컨템포러리 강세가 특징이다. 2021년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21%로 약 3,000억 원 규모를 형성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세계V(구 SI빌리지)는 자사 패션, 뷰티, 리빙 브랜드와 수입 명품을 함께 파는 럭셔리 프리미엄 온라인몰로 포지셔닝하며 명품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으나 2024년 상반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하는 등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몰은 코오롱FnC의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2020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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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몰



플랫폼화 전략: 타사 브랜드까지 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단순한 자사몰을 넘어 종합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SSF샵과 신세계V는 자사 브랜드 외에 경쟁사 브랜드, 수입 브랜드, 뷰티, 리빙, 식품까지 입점시키며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무신사, 에이블리 등 외부 플랫폼에만 의존할 경우 판매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브랜드가 직접 고객 데이터를 확보·분석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직접 온라인몰을 키우면 플랫폼 수수료를 절감하고, 충성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며, 이를 재고 관리와 상품 기획에 즉시 반영할 수 있다. 마진과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SSF샵, LF몰, 신세계V 등 모두 월간활성사용자 수와 트래픽 기준에서는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에 미치지 못한다. 충성 고객층도 상대적으로 얇다. 커뮤니티와 콘텐츠 경쟁력 격차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전통 패션사는 무신사가 될 수 없다"며 “이는 단순히 트래픽이나 사용자 수의 문제가 아니다. 출발점부터 다른 구조적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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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V



입점은 했지만 굳이?


전통 패션사들도 이제 외부 브랜드를 받아들이며 플랫폼형 구조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외형만 놓고 보면 무신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결은 여전히 분명히 다르다.


무신사에서는 “왜 이 브랜드가 여기에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브랜드 간 연결고리가 스타일과 문화, 취향의 맥락 안에서 유기적으로 엮이며, 그 조합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입점 브랜드는 단순한 판매 상품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안하는 세계관을 구성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그래서 무신사는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하나의 취향, 하나의 문화로 인식된다.


반면 전통 패션사 플랫폼은 외부 브랜드를 입점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브랜드들이 함께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부 브랜드와 외부 브랜드 사이의 미묘한 우선순위, 각 사업부의 이해관계, 그리고 “우리 브랜드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조직 논리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힘은 ‘편집’이다. 무엇을 전면에 세우고, 어떤 브랜드를 함께 배치하며, 어떤 메시지로 묶어낼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이 곧 플랫폼의 정체성을 만든다. 하지만 전통 패션사들은 아직 그 편집의 권력을 온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내부 브랜드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와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는 ‘모아놓은 쇼핑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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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섬닷컴



고객과 사용자의 차이


무신사의 핵심 자산은 상품도, 브랜드도 아닌 사용자 행동이다. 리뷰를 쓰고, 코디를 공유하고, 랭킹을 만들고, 트렌드를 증폭시키는 구조 안에서 소비자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플랫폼을 굴리는 사용자가 된다.


전통 패션사 온라인몰의 고객은 다르다. 이미 브랜드를 알고 들어오고, 구매가 끝나면 관계가 느슨해지며, 참여보다는 소비에 머문다.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해도 브랜드 이미지 관리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먼저 작동한다. 무신사는 약간의 혼란과 과열을 감수하지만, 전통 패션사는 통제와 정제를 선택한다. 이 선택의 차이가 커뮤니티 밀도로 이어진다.


데이터를 쓰는 방식이 다르다


둘 다 데이터를 말하지만 쓰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무신사의 데이터는 지금 뜨는 스타일, 사용자 반응, 실시간 트렌드 생성을 위해 쓰인다. 전통 패션사의 데이터는 재고 관리, 시즌 기획 보완, 기존 브?5?효율 개선에 더 많이 쓰인다.


무신사는 데이터를 미래를 만드는 재료로 쓰고, 전통 패션사는 데이터를 리스크를 줄이는 도구로 쓴다. 이 차이는 플랫폼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전통 패션사가 무신사가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성공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오프라인 채널, 충성 고객, 검증된 브랜드 파워, 안정적인 매출 구조. 이 모든 것은 동시에 급진적인 플랫폼 실험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전통 패션사의 플랫폼화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확장이 될 수밖에 없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무신사가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전통 패션사가 무신사를 그대로 따라가는 순간, 플랫폼에서도 밀리고 브랜드 정체성도 흐려지는 가장 위험한 중간 지대에 빠질 수 있다.


전통 패션사가 가야 할 길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특정 라이프스타일에 깊게 파고드는 플랫폼, 이 취향이면 여기라는 명확한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이유 있는 플랫폼. 그것이 전통 패션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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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몰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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