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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드레스 팝업스토어 전경(제공: 두드레스) |
패션인의 호기심, 건국대 연구실로 향하다
AI 기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패션인으로서 나는 건국대 안에 있는 박창규 교수의 연구실 기업, 두드레스(doDRESS) 팀을 직접 찾아갔다.
기사로만 보던 기술이 아니라 직접 보고 직접 테스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AI 가상 착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패션 업계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운 시도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기술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수많은 제품 이미지를 다뤄왔다. 모델 촬영, 스튜디오 대여, 스타일링, 후보정까지. 하나의 상품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이미지조차도 고객의 실제 착용감을 100% 전달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반품률은 늘 높았고,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AI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도 단순히 이미지를 합성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이 나를 두드레스의 문 앞까지 이끌었다.
AI 가상 착의,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인가
AI가 옷을 입혀준다. AI가 가상 착의를 한다. 이런 말은 이제 너무 흔하다. 스타트업들의 보도자료에도, 패션 테크 컨퍼런스에서도, 심지어 대형 플랫폼의 신기능 소개에서도 이 단어들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패션인 입장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은 따로 있다. 이 옷이 실제처럼 보이는지, 디테일이 살아 있는지, 원단의 질감이 느껴지는지, 그리고 실루엣이 정확한지가 더욱 중요하다.
고객은 이미지를 보고 옷을 산다. 그 이미지가 현실과 다르면 신뢰는 무너진다. 반품이 발생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 아무리 화려한 기술이라도 이 본질을 놓치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데모를 직접 보고 싶었다. 화면 속에서만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마케팅용 홍보 영상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섬유공학이 만든 차이, 옷을 데이터로 읽다
건국대 교수이자 서울대 섬유공학과 출신인 박창규 교수가 이끄는 두드레스의 AI 착의 기술은, 기존의 이미지 합성과는 결이 달랐다.
옷을 사진으로 얹는 방식이 아니라, 옷을 섬유 데이터로 해석하고 있었다. 원단의 조직, 무게, 늘어남, 표면 질감, 프린트 해상도, 봉제 구조까지 모든 것이 계산 대상이었다.
일반적인 AI 착의 솔루션은 이미지 기반 접근을 한다. 옷 사진을 모델 사진 위에 합성하고, 경계선을 자연스럽게 블렌딩하는 방식이다. 결과물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색한 부분이 드러난다. 주름의 방향이 이상하거나, 원단의 두께감이 사라지거나, 봉제선이 뭉개지는 식이다.
하지만 두드레스는 달랐다. 섬유공학을 기반으로 옷의 물성 자체를 데이터화했다. 면 100%와 폴리에스터 혼방의 차이를 알고, 니트와 우븐의 신축성 차이를 구분하고, 원단의 무게에 따라 드레이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계산했다.
이건 단순히 이미지를 예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었다. 옷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본질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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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옷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
데모 화면 속에서 옷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팔을 들면 어깨선이 당겨지고, 몸을 틀면 옆선이 따라 움직이고, 주름이 생길 자리에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긴다. 모델이 걸어가면 원단이 흔들리고, 앉으면 무릎 부분에 주름이 잡힌다. 이 모든 움직임이 실제 의류와 같았다.
나는 화면을 보며 몇 가지 구체적인 테스트를 요청했다. 신축성이 다른 소재들을 비교해달라고 했다. 같은 디자인의 옷을 면 소재와 실크 소재로 각각 시뮬레이션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
면 티셔츠는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되 적당한 텐션을 유지했다. 반면 실크 블라우스는 더 유동적으로 흘러내렸다. 이건 단순한 시각적 차이가 아니었다. 실제 원단의 물성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였다.
그 순간 확실히 느꼈다. 이건 가상 착의가 아니라 디지털 실착에 가깝다는 것. 고객이 이 이미지를 보고 옷을 구매한다면, 실제로 받았을 때의 실망감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화려함이 아닌 디테일, 그것이 전부다
AI로 옷을 보여주는 데서 가장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두드레스는 이 디테일을 섬유공학 기반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감성적인 패션에 공학적인 계산을 얹고, 그 위에 AI를 접목해 현실과 가장 가까운 옷의 모습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봉제선 하나를 보자. 일반적인 이미지 합성에서는 봉제선이 그냥 선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실제 옷에서 봉제선은 두께를 가지고, 약간 도톰하게 솟아 있으며, 빛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를 만든다.
두드레스의 시스템은 이런 미세한 차이까지 재현했다. 봉제선의 두께, 스티치의 간격, 원단이 겹쳐진 부분의 두께감까지.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서 ‘진짜 옷’이라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또한 프린트 패턴의 경우, 단순히 평면적으로 붙이는 게 아니라 원단의 구김과 주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왜곡되어 표현됐다. 체크 패턴 셔츠를 입은 모델이 팔을 구부리면, 체크 무늬도 함께 휘어진다. 이게 바로 현실감의 핵심이다.
패션 산업이 맞이한 새로운 기준
과거에는 고객이 옷을 상상해야 했다. 평면 사진을 보고, 머릿속으로 본인이 입은 모습을 그려야 했다. 그 상상과 현실의 괴리가 반품을 만들었고, 불만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고객의 체형 데이터를 입력하면, 그 사람이 실제로 입었을 때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 키가 160cm인 사람과 175cm인 사람이 같은 옷을 입었을 때 실루엣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마른 체형과 볼륨감 있는 체형에서 핏이 어떻게 다른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이다. 샘플 제작 비용이 줄어들고, 모델 촬영 횟수가 감소하며, 재고 리스크가 낮아진다. 무엇보다 고객 만족도가 올라간다.
두드레스의 기술은 이런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패션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확신을 확인한 방문, 그리고 앞으로
그래서 나는 이 회사를 호기심이 아니라 확신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데모 화면 안에 있었다.
AI는 옷을 대신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옷이 가진 진짜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도구다. 디자이너의 의도를 왜곡 없이 전달하고, 고객의 선택을 더 현명하게 만들며, 산업 전체의 낭비를 줄인다.
두드레스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섬유공학이라는 단단한 기초 위에, AI라는 혁신적인 도구를 얹어, 패션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연구실을 나서며 나는 확신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런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이든, 브랜드를 론칭하는 디자이너든, 대형 유통 플랫폼이든, 모두가 이 기술을 도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두드레스 같은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기술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패션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디지털로 정확히 구현하는 기업들 말이다.
AI 패션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우리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두드레스의 연구실 방문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패션 산업의 미래를 미리 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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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희(Sylvia Oh)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LEONARD PARIS) 바잉팀장을 거쳐 2001년 몬테밀라노를 창업했다. |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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