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에서도 옷은 날개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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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의 K패션, 세계를 입히다 47

2026-01-30 오전 10:17:08



남부교도소 ‘이로인터내셔날’을 다녀와서


옷이 완성되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본 적이 있는가? 공장에서 생산된 옷이 매장에 걸리기 전, 누군가는 실밥을 제거하고, 오염을 지우고, 라벨을 부착한다. 나는 최근 서울 남부교도소 안에서 바로 그 완성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다녀왔다.


‘이로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이 공장은 특별한 의류 완성센터였다. 그곳은 옷과 함께 사람도 완성되어가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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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지붕 건물이 제소자가 머무는 곳이며 사진 오른쪽 건물이 이로인터내셔널의 완성공장이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만드는 가치


패션 업계에서 일하면서 17년간 중국 광저우에서 공장을 운영했던 나는 완성 공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해외 생산이 증가할수록 품질 검수와 마무리 작업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로인터내셔날의 유명철 이사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12월이었다. “교도소 안에서 완성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낯설었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을 울렸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누가 할 것인가?


1999년 남성의류 프로모션 업체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13년부터 의류 완성센터로 전환했다. 현재 서울 남부교도소 내 1공장과 가산동 2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약 200만 장의 의류를 검수한다. 그리고 그 작업의 상당 부분을 담장 안의 손들이 해낸다.



11년 만에 확인한 진실


약속을 지키는 데 11년이 걸렸다. 직접 보고 싶다던 나의 말이 현실이 된 날, 남부교도소 안의 공장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질서가 있었고 무엇보다 진지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범 재소자들이었다. 선발 과정을 거쳐 일정한 규율 속에서 근무하며, 노동의 대가로 매달 근로비를 받는다. 그들의 손놀림은 익숙했고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확신했다. 이곳은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직업을 통해 자존감과 삶의 리듬을 되찾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중국에서도 교도소 시스템을 통해 몬테 밀라노의 비즈 작업이나 프린트 공정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때도 느꼈던 것이 있다. 떠날 수 없는 환경이기에 오히려 집중도가 높고 불량률이 현저히 낮았다. 남부교도소에서 본 이로인터내셔날의 완성공장은 역시 완성도 높은 옷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또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산업이 품은 사회적 책임


이곳에서 산업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다시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그 결과물은 다시 시장으로 나간다. 이것이 진정한 순환이 아닐까.


이로인터내셔날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를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 의미를 현장에서 묵묵히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제품의 품질을 책임지는 동시에, 사람의 재활을 지원하는 구조.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식이다.


글로벌 생산 체계가 복잡해질수록 최종 품질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순히 경제적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산업의 진화다.


그날 나는 옷이 완성되는 과정 너머에서, 사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보았다. 담장 안에서 완성되는 것은 옷만이 아니었다. 자존감, 직업 기술, 그리고 사회로 돌아갈 준비.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완성되고 있었다.


이로인터내셔날은 패션 산업이 단순히 트렌드를 만드는 것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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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Sylvia Oh)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LEONARD PARIS) 바잉팀장을 거쳐 2001년 몬테밀라노를 창업했다.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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