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시대가 끝났다. 시즌마다 바뀌는 유행을 좇던 소비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맞는 리듬과 균형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을 고르고, 남에게 보이기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변화의 징후는 곳곳에 나타난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기 위한 옷이 아닌 나만의 무드를 만들고, 계절마다 바뀌는 키 아이템이 아닌 몇 년을 함께할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패션은 이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드러내는 산업이다. 옷은 여전히 취향을 말하지만 이제 그 취향은 유행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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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팬톤 올해의 컬러는 클라우드 댄서로 평온함을 주는 흰색이다. |
CHAPTER 1. 소비의 재정의 - 세대 전환과 함께 옷을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 친환경은 절제가 아닌 풍요로운 선택
2026년의 지속가능성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단순하고 검소한 친환경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사람들은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풍부하고 감각적인 것을 원한다. 이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에코 맥시멀리즘’이다.
친환경이면서도 색과 패턴, 장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미학은 패션을 넘어 인테리어와 리빙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활용 소재로 만든 화려한 프린트 드레스, 업사이클 데님으로 제작한 과감한 오버사이즈 재킷, 빈티지 원단을 패치워크한 컬러풀한 가방. 이것들은 더 이상 착한 소비라는 도덕적 프레임 안에 갇혀 있지 않다.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업사이클링 패션과 빈티지, 리셀, 수선은 더 이상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다. 옷을 구매하기 전, 렌탈과 중고, 수선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소비 방식은 이제 일상적인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20대 직장인은 주말에 성수동 빈티지 숍을 순례하고, 30대 워킹맘은 온라인 리셀 플랫폼에서 명품 가방을 되팔며 새로운 스타일을 실험한다.
이로 인해 브랜드의 책임 범위가 확장되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옷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 다음 주인을 만날 수 있는 구조인지까지 설계해야 신뢰를 얻는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브랜드의 착한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 도구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 순환의 미학, 그리고 투명성
중고거래와 리셀 플랫폼의 성장은 소유 개념 자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명품 가방을 평생 소장하는 대신 3년 쓰고 되팔아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순환 구조 안에서 물건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 관리된 제품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브랜드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리셀 시장이 커질수록 제품의 내구성과 디자인의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중요해진다.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오래 사용해도 품질이 유지되는 소재, 수선과 관리가 용이한 구조. 이런 요소들이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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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 ‘맥(MAC)’, 02 절제된 우아함과 자연스러움으로 일상의 균형을 완성하는 ‘아르토’ |
CHAPTER 2. 라이프스타일의 진화 - 나를 위한 선택이 곧 라이프스타일
◇ 초개인화는 기본값
2026년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초개인화’다. 소비자는 더 이상 완성된 답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취향을 조합해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커스터마이징, 모듈형 제품, 개인화 추천은 이제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기본 요건이다.
강남의 한 컨셉 스토어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소재, 색상, 디테일을 직접 선택해 셔츠를 제작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3년 전 시작했을 때는 주문 제작이라는 프리미엄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이것이 기본 옵션이 되었다. 고객들은 기성품을 그대로 구매하는 것을 오히려 불편해한다.
이 변화는 1.5인 가구, 혼놀, 혼자 여행 같은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린다. 혼자 사는 삶은 고립이 아니라 독립이며, 브랜드는 그 독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 ‘모두에게 어울리는’이라는 말은 더 이상 장점이 아니다. ‘당신만을 위한’이라는 약속이 필요하다.
◇ 데이터가 만드는 신뢰
데이터 기반 추천, 취향 테스트, 개인 맞춤형 콘텐츠는 구매를 유도하는 기술을 넘어 신뢰를 쌓는 디폴트 값이 됐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정확히 찾아주는 브랜드, 내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서비스, 나의 선택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이런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충성도가 만들어진다.
한 뷰티 플랫폼은 AI 기반 피부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흥미로운 점은 추천 알고리즘의 정확도보다 ‘왜 이 제품을 추천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고객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이것이 신뢰의 기반이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선택적 연결이다. 혼자 사는 것을 선택했지만 완전한 고립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연결되고 원할 때 단절할 수 있는 자율성. 이것이 2026년 개인화의 핵심이다.
◇ AI와 아날로그 사이, 삶의 균형을 다시 짜다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재무 관리, 일정 정리, 학습과 콘텐츠 제작까지 AI는 ‘레디코어’ 라이프스타일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 기능한다. 효율은 AI가 담당하고 인간은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취향과 휴식에 재투자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AI가 정리해준 브리핑을 확인하고, 점심시간엔 AI가 추천한 식당을 예약하고, 퇴근 후엔 AI가 큐레이션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런 일상이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중요한 건 AI가 대신해주는 것들이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든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AI의 확산과 동시에 디지털 디톡스 욕구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취미, 오프라인 클래스, 자연 기반 여행은 디지털 피로를 해소하는 적극적인 소비로 자리 잡았다. 평일엔 AI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으로 일하고, 주말엔 스마트폰을 꺼두고 도예 공방에서 흙을 만지거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
여행 트렌드도 바뀌었다. SNS 인증샷을 위한 유명 관광지 방문 대신, 느리게 걷고 경험하는 여행이 인기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같은 느린 여행 코스의 방문객이 계속 증가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몇 군데를 갔느냐’보다 ‘얼마나 깊이 경험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2026년의 웰빙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필요할 때 연결되고 필요 없을 때 끊을 수 있는 자율성이 진짜 디지털 웰빙이다.
◇ 커뮤니티와 소속감의 경제학
2026년 소비는 다시 ‘함께’라는 감각을 회복한다. 팬데믹 이후 취향과 목적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커뮤니티가 확산되며, 로컬 공간과 오프라인 모임의 가치가 재조명됐다.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팝업 마켓,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북클럽,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의 크루 등과 같은 커뮤니티는 단순히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이 아니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선택을 지지하고 정보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다.
서울 연남동의 한 독립 서점은 매주 목요일 저녁 북클럽을 ?楮되磯? 참가비는 2??원, 정원은 12명. 매번 오픈 5분 만에 마감된다. 참가자들은 책을 읽고 오는 것보다 비슷??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한 참가자는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다르게 해석하고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좋다”며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별도로도 만난다”고 말한다.
러닝 크루도 급증했다. 한강 러닝 크루, 동네 기반 러닝 크루, 직장인 새벽 러닝 크루. 이들은 함께 뛰는 것을 넘어 식사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일상을 응원한다. 운동이 커뮤니티가 되고 커뮤니티가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사회적·환경적 기준에 진정성을 보이는 브랜드, 투명한 스토리를 가진 제품은 반복 구매로 이어진다. 혼자 사는 시대이지만 소비는 여전히 관계를 만든다. 굿즈, 멤버십, 커뮤니티 기반 상품은 물건이 아니라 소속감의 매개체다. 그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것은 곧 어떤 가치를 지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로컬의 재발견
로컬 브랜드와 로컬 공간의 가치도 재조명된다. 전국적인 체인이 아니라 동네 기반의 작은 가게들이 각자의 정체성과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 성수동, 연남동, 을지로, 익선동. 이런 지역들은 상권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되었다.
로컬 브랜드들은 대형 브랜드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한다. 주민들과의 관계, 지역 재료 사용, 소규모 생산과 빠른 피드백. 한 로컬 카페 운영자는 “단골손님들 취향을 알고 있고, 그들의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이건 대형 브랜드는 절대 못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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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뉴발란스 플라잉 77 슈퍼라이트 구스다운 화보, 03 더에이본, 04 올해의 팬톤 컬러 |
CHAPTER 3. 미리보는 실루엣과 컬러 - 2026년 패션 코드를 읽는 법
◇ 실루엣: 여유로운 볼륨과 움직임의 디테일
여유로운 볼륨이 강세다. 타이트한 실루엣의 시대는 끝났다. 로우라이즈 팬츠가 돌아왔지만 2000년대와는 다르다. 긴 비율을 만들되 편안함을 잃지 않는다.
오버사이즈는 이제 기본이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큰 옷이 아니라 계산된 볼륨이다. 어깨선이 적당히 떨어지고, 소매가 길어 손등을 살짝 덮고, 기장은 힙을 충분히 가린다.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실루엣을 만든다.
프린지와 플리츠처럼 움직임이 드러나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프린지 스커트, 바람에 펄럭이는 플리츠 드레스는 정적인 옷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옷이 된다.
한 패션 디자이너는 “요즘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옷을 입고 움직였을 때 어떤 느낌일까’예요. 정지된 화보가 아니라 실제 움직임 속에서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런웨이와 데일리 룩의 차이도 의미를 잃었다. 한두 개의 스테이트먼트 아이템에 실용적인 베이직을 더하는 하이-로우 믹스는 2026년 스타일의 기본 공식이다.
실루엣의 변화는 삶의 방식 변화를 반영한다.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워크가 일상화되면서 편안하면서도 품위 있는 스타일이 필요해졌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동네 카페에서도 어색하지 않는 옷들이 기본템이 되었다.
◇ 스타일링: 하이-로우 믹스의 일반화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런웨이와 데일리 룩의 차이도 의미를 잃었다. 한두 개의 스테이트먼트 아이템에 실용적인 베이직을 더하는 하이-로우 믹스는 2026년 스타일의 기본 공식이다.
에르메스 버킨과 유니클로 티셔츠를 조합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믹스가 스타일의 기준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인들이 하이패션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것이 다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다. 패션 위크의 스트리트 스냅이 런웨이만큼 주목받는 이유다.
더 이상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이 멋있지 않다. 유행을 알되 내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 여러 스타일을 섞되 나만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2026년의 패션 감각이다.
◇ 컬러의 양극화: 비움과 원색의 공존
팬톤의 2026 키 컬러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는 비움과 여백을 상징하는 중성 화이트 계열이다. 이 컬러는 패션뿐 아니라 인테리어,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반으로 확산된다. 순수하고 고요하며 중립적인 이 색은 과잉의 시대를 지나 미니멀리즘으로 회귀하려는 욕구를 반영한다.
크림, 베이지, 아이보리, 오프화이트. 이런 뉴트럴 톤의 옷들은 계절과 트렌드를 초월해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실용적 장점도 있다. 한 컬러로 통일한 톤온톤 룩은 세련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뉴트럴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시에 레드, 블루, 옐로 같은 원색을 대담하게 쓰는 ‘원색의 반격’도 부상한다. 한 컬러에 몰입하는 모노톤 룩.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드로 통일하거나, 블루 온 블루 레이어링. 컬러 플레이 자체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된다.
비비드 레드 수트에 레드 힐, 레드 백. 처음엔 과하다고 느껴지지만, 그 대담함이 곧 매력이 된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컬러풀한 모노톤 룩은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이걸 입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기 확신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다크 로맨틱과 고딕 무드도 주목받는다. 블랙, 딥 버건디, 쿨톤 컬러에 젤리 텍스처, 벨벳 같은 감각적 소재가 결합된다. 고딕 리바이벌은 단순히 어둡고 무거운 스타일이 아니다. 낭만과 퇴폐, 우아함과 반항이 공존하는 복합적 무드다.
레이스 디테일의 블랙 드레스, 벨벳 소재의 딥 버건디 블레이저, 메탈릭 액세서리. 이런 아이템들은 클래식한 고딕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낮에는 강렬하게 밤에는 우아하게. 다크 로맨틱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이는 취향의 혼란이 아니라 상황과 감정에 따라 선택하는 컬러 감각이 정교해졌다는 의미다. 평일 업무 미팅엔 크림 베이지 수트를 입고, 주말 전시 관람엔 비비드한 레드 드레스를 선택한다. 색은 트렌드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기분과 상황을 표현하는 도구다.
한 직장인은 “옷장을 뉴트럴 톤과 원색으로 나눠서 관리한다”며 “피곤한 날은 베이지나 크림 톤으로 안정감을 찾고, 에너지가 필요한 날은 레드나 옐로를 입는다”고 말한다. 컬러가 감정을 조절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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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컬러풀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기능성을 겸비한 캐나다 몬트리올 기반의 테크니컬 아웃도어 ‘오스트리야’, 06 리(Lee) 아시아 퍼시픽 브랜드 앰버서더 ‘NCT 재민’ 화보, 07 리복 |
CHAPTER 4. 브랜드와 소비자의 새로운 관계 - 진정성이 곧 경쟁력
◇ 상품 기획의 전환
2026년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 뉴트럴과 원색 포인트를 동시에 가져가되, 실루엣과 구조에서 움직임을 설계해야 한다. 정지된 화보에서 예쁜 옷이 아니라, 실제로 입고 걷고 앉고 움직였을 때 아름다운 옷. 이것이 2026년 좋은 디자인의 기준이다.
소재 선택도 달라졌다. 오래 입어도 형태가 유지되고 세탁이 용이하고 수선이 가능한 소재를 비롯해 내구성과 관리 편의성이 미적 가치만큼 중요해졌다.
비즈니스 모델은 리셀·수선·렌탈을 포함한 순환 구조와 초개인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장기적인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 제품을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함께 관리하는 것. 이것이 새로운 브랜드의 역할이다.
◇ 마케팅의 재정의
마케팅과 콘텐츠는 유행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에코 맥시멀리즘과 로컬성, 진정성을 하나의 서사로 풀어내야 한다. ‘올 시즌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아니라 ‘이 옷이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소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필요하다.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최근 캠페인은 제품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는다. 아침 루틴, 출근길 풍경, 주말 취미 생활. 그 속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제품이 등장한다.
스토리텔링도 진화했다. 단순히 브랜드 스토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의 스토리를 브랜드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지속가능성을 말하면서 과잉 생산을 계속하거나, 개인화를 내세우면서 획일적인 마케팅을 반복한다면 소비자는 금방 알아차린다. 2026년의 소비자는 영리하며 정보에 밝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관이 확실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 홈페이지에 적힌 미션 스테이트먼트가 아니라, 실제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모든 것이 브랜드 평가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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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핀란드 디자인 ‘이딸라’, 05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이구홈성수’, 06 덴마크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테클라(TEKLA)’ |
CHAPTER 5. 2026년, 우리가 선택한 삶 - 미래를 사는 사람들
◇ 세대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2026년의 변화는 모든 세대에 영향을 미쳤지만, 각 세대가 받아들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20대는 가장 빠르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중고거래와 리셀은 당연한 소비 방식이고, AI 활용은 기본 생활 기술이다.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고, 브랜드의 가치관과 진정성을 냉철하게 평가한다.
30대는 효율과 의미의 균형을 추구한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이들은 AI를 적극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고, 그 시간을 가족이나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소비에서도 단순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40대 이상은 품질과 장인정신을 중시한다. 유행보다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대량생산보다는 수작업의 가치를 안다. 이들은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며, 한 번 신뢰한 브랜드에 오래 머문다.
◇ 공간의 재정의
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집은 일하고 휴식하고 취미를 즐기는 복합 공간이다.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홈 오피스 인테리어가 중요해졌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 카페, 홈 바, 홈 짐 같은 개념이 확산되었다.
동시에 집 밖 공간의 가치도 재평가된다. 동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제2의 거실이자 업무 공간이다. 도서관, 공원, 문화센터 같은 공공 공간도 새롭게 주목받는다. 혼자 살지만 완전히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공유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 웰니스의 확장
웰니스의 개념도 확장되었다.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정신적·감정적·사회적 건강까지 포함한다. 명상 앱 사용자가 급증했고 심리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었다. 멘탈 헬스는 이제 금기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건강 관리의 일부다.
운동 트렌드도 변했다. 무조건 강하고 날씬한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기능적인 몸을 추구한다. 러닝을 필두로 필라테스, 요가 같은 마음과 몸을 함께 다스리는 운동은 일상이 됐고 클라이밍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운동도 인기다.
식습관도 개인화되었다. 비건, 페스코, 플렉시테리안. 각자의 신념과 건강 상태에 맞는 식단을 선택한다. 중요한 건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다. “나는 비건이야”라고 말할 때, 그것은 별난 입맛이 아닌 개인적 선택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진다.
Bravo, 2026
2026년이 가져올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나답게 살기 위한 선택들이 모인 새로운 세상’이다.
새 옷 대신 빈티지를 선택하고, 무조건 많이 사는 대신 정말 필요한 것만 사고, SNS 인증샷 대신 진짜 경험을 추구하고, 유행을 쫓는 대신 내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2026년을 만들어 갈 것이다.
브랜드들도 배웠다.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 단기 매출이 아니라 장기 관계를 만드는 것. 유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제안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소비는 더 이상 결핍을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가치를 실천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왜 사느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졌다.
이 변화는 계속될 것이고 더 깊어질 것이다. 기술은 더 발전하고, 가치관은 더 다양해지고, 선택지는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나답게 살고자 하는 욕망, 의미 있는 선택을 하고자 하는 의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다양한 방식들이 모여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것이 2026년의 라이프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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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키윌리(왼쪽), 마뗑킴 X 케이스티파이 |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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