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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유통·브랜드 전략까지 지금 바꾸지 않으면 다음 시즌은 없다
“가만히 앉아 회복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작년을 지나 올해를 바라보는 업계의 목소리다.
2026년 패션 산업은 기로에 섰다. 2025년 한 해 동안 이어진 징후들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내수 시장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대기업 패션 계열사는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무신사·에이블리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자체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의 시장을 잠식했고, 소비자들은 정장과 캐주얼웨어 대신 러닝화와 요가복을 선택했다.
현재의 불황은 그동안과 다른 모습이다. 패션 산업의 밸류체인 전체가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5년간 한국 패션 산업은 끊임없이 ‘회복’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더욱 거세진 변화의 바람이었다.
2025년이 그 변화의 징후가 드러난 해였다면 2026년은 재편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질서를 설계해야 하는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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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상트코리아가 스포츠 퍼포먼스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부산 소재 신발 R&D 연구센터(DISC부산) 인프라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 |
2026년 한국 패션 업계가 직면한 5가지 핵심 과제
① 내수 회복 기대를 버리고 다중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전환하라
현실 진단: 내수 시대의 종말
2025년 내내 이어진 내수 침체는 단기적인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가·환율·금리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소비심리를 압박했고, 특히 필수재가 아닌 패션은 소비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의류비 지출은 전년 대비 5.2% 감소했으며, 20~30대의 패션 소비는 전체 소비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패션 소비 자체의 우선순위가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것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6년에도 금리 인하와 내수 진작 정책이 나오겠지만, 그것이 곧바로 패션 소비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소비자는 이미 옷을 덜 사는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했고 그 자리는 경험·여행·헬스케어가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는 일상 소모품을 줄이고 본인이 정의한 핵심 영역에 과감히 쓴다. 이것이 압축소비의 본질이다.
2026년 제언: 내수 의존 구조를 해체하라
내수 중심 기업은 국내 매출 비중 70~80%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다음과 같다. △동남아·중동 등 신흥 시장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 진출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아니라 팝업 스토어·현지 마켓 입점·리셀러 네트워크를 활용한 저비용·실험형 진출이 필요하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쇼피·라자다·아마존)을 통한 직접 판매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K-뷰티·K-콘텐츠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한국 패션이라는 브랜딩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내수 부진을 회복의 대상이 아니라 대체해야 할 리스크로 인식해야 한다. 국내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
2026년에는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는 포트폴리오 구조가 표준이 되어야 한다.
② MZ·Z와의 간극을 줄이는 대신 ‘정확한 코호트 타깃팅’을 실행하라
현실 진단: 브랜드 이미지의 노후화가 심각하다
2025년 대형 패션사의 공통된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의 노후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LF·한섬 등 주요 패션 대기업은 2040세대를 잃고 3050 중심으로만 남은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
특히 2030대 여성의 패션 소비는 백화점 브랜드에서 온라인 기반 브랜드로 빠르게 이동했다. 기존 브랜드가 제공하는 품질 좋은 정장·캐주얼웨어는 이들의 일상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그들은 오피스룩보다 러닝웨어를, 정형화된 디자인보다 무드와 스토리를 원한다.
2026년 제언: 세대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코호트를 잡아라
타깃층을 ‘Z세대로 확 넓힌다’는 식의 막연한 리브랜딩은 실패 확률이 높다. Z세대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그 안에서도 취향·소득·라이프스타일·가치관은 극도로 파편화되어 있다.
대신 정확한 페르소나 기반 코호트 타깃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27~31세, 직장 25년차 여성, 주 3회 러닝, 브런치 문화 애호, 인스타그램 활동적 사용자, △34~38세, 프리랜서·크리에이터, 재택근무 중심,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지속가능성 관심, △25~29세, 대학원생 또는 스타트업 직원, 서브컬처 애호, 독립출판·전시 문화 소비 등 이런 식으로 나이가 아니라 ‘상황·일상·정서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코호트’를 정의하고 그에 맞춰 브랜드를 재설계해야 한다.
브랜드별로 포지셔닝 재설계→콘텐츠 톤 재정립→매장 경험 수정까지 동시다발적 리프레시가 필요하다. 로고를 바꾸거나 모델을 젊게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 제품 기획·가격대·소재·매장 디스플레이·온라인 콘텐츠의 톤까지 모두 일관되게 바뀌어야 한다.
2026년에는 막연히 성별 나이 등으로만 나눈 일반적인 세대가 아닌 라이프스타일별로 촘촘하고 명확하게 나눈 소비자층을 겨냥해야 산다.
③ 오프라인은 쇼핑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 인프라로 재정의하라
현실 진단: 오프라인의 역할 자체가 바뀌고 있다
2025년 백화점과 전통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 둔화는 내수 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수·북촌·광장시장 같은 관광·체험형 상권의 부상, 유튜브 쇼핑과 라이브 커머스의 급성장은 오프라인의 역할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상징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려고 매장에 가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구매 공간에서 ‘새로움을 경험하고 나를 발견하는 공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더라도 브랜드와의 첫 접점은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진다. 무신사 스탠다드·아더에러 성수 플래그십·젠틀몬스터 하우스가 성공한 이유는 매장을 쇼핑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 발생 지점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2026년 제언: 오프라인을 콘텐츠 경험지로 만들어라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 스팟이 아니라 브랜드 콘텐츠의 발화 지점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방문하고 사진 찍고 SNS에 올리고 그것이 다시 유입을 만드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계속해서 찾아온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은 사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보고 찍고 체험하고 저장하는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방문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전시형·푸드형·러닝형 하이브리드 스토어를 조성해야 한다. 브랜드 세계관을 담은 아카이브,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공방, 한정 에디션을 선보이는 갤러리, 카페나 러닝 크루 모임 공간까지 결합해야 한다. △유튜브 쇼핑·라이브 커머스와 매장을 결합한 멀티 노출 전략도 당연히 필요하다. 매장에서 촬영한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다시 매장을 찾고, 그 경험이 또 콘텐츠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 지표는 매출이 아니라 방문자 수·체류 시간·SNS 언급량·유튜브 조회수로 드러난다.
④ 온라인 플랫폼·PB 왕국 속에서 브랜드가 살 길은 ‘콘텐츠의 브랜드화’
현실 진단: 플랫폼 PB는 구조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
무신사·에이블리·지그재그 등 온라인 플랫폼 PB는 2025년에도 ‘나홀로 성장’을 지속했다. 이는 가격 경?切징ㅊ桓?기획력·최적화된 물류·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이 결합한 결과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면 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가 이들과 직접 경쟁하려면 가격이나 SKU 수가 아니라 ‘브랜드성’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가 플랫폼 PB가 아니라 특정 브랜드를 콕 집어 구매하게 만들어야 한다.
2026년 제언: 패션 브랜드를 멀티미디어 콘텐츠 IP로 진화시켜라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제품·영상·룩북·브랜드 무드가 하나의 IP 콘텐츠처럼 작동해야 한다. 패션 브랜드는 더 이상 패션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유튜브 시리즈·만화·음악·콜라보·세계관 스토리텔링까지 결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브랜드로 진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브랜드의 시즌 컬렉션을 단순히 제품으로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컬렉션을 둘러싼 짧은 영화·웹툰·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튜브 시리즈·인스타그램 릴스·팟캐스트로 지속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아티스트·뮤지션·크리에이터와의 콜라보를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IP 확장으로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줄여야 한다. 자사몰·커뮤니티·멤버십 전환으로 직접 팬 베이스를 확보해야 한다. 플랫폼은 유입 채널로 활용하되 최종 구매와 관계 형성은 자사 채널에서 이뤄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⑤ ‘한국형 패션 제작 시스템 2.0’을 준비하라
현실 진단: 동대문 상권 침체는 한국 패션의 실험 기반 변화
2025년은 동대문 오프라인 상권의 침체가 실감난 해였다. 동대문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5년 2분기 10.9%에서 3분기 14.9%로 한 분기 만에 4%p 상승했다. 대학가 상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촌·이대 상권의 공실률은 같은 기간 8.5%에서 15.1%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이는 동대문 자체의 소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동대문 패션 도매 사업자의 80%, 전국 13만 소매 사업자가 '신상마켓'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권은 침체하고 있지만 동대문 도매 시스템 자체는 온라인으로 진화하며 살아남고 있다.
동대문은 한국 패션 산업의 실험·창업·소량 생산 기반이었다. 신진 디자이너가 소량으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 반응을 보고, 잘되면 확장하는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동대문 생태계 덕분이었다. 이 기반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소규모 패션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2026년 제언: 한국형 디지털 제작 클러스터를 구축하라
동대문 시스템의 온라인 전환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소규모 주문 생산-로컬 공방-디자이너 공유 인프라 체계를 정부·지자체·민간이 함께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의 패션 인큐베이터, 일본의 도메스틱 브랜드 육성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파리의 르 마레 지구, 도쿄의 시모키타자와처럼 소규모 디자이너가 모여 공방·전시·판매를 함께할 수 있는 물리적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온디맨드 생산·3D 패턴·소량 봉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제작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신진 디자이너가 10~50장 단위로 주문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생산-유통-실험이 연결된 ‘한국형 디지털 제작 클러스터’를 서울 외곽이나 지방 도시에 조성해 신진 디자이너가 설 자리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
동대문의 온라인 전환은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 패션이 ‘양’과 ‘속도’ 중심에서 ‘소량·브랜드성·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다. 이 전환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지금 만들지 않으면 한국 패션의 다음 세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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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2026년 패션 산업의 주요 이슈는 크게 글로벌 경제, 기술 전환, 소비자 변화, 패션 시스템의 구조적 조정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나뉜다. |
2026년 패션, 과잉에서 본질로
2026년은 고물가·저성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나 디자인을 넘어, 기능성과 실용성은 물론 브랜드의 정체성과 스토리,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까지 구매 판단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6년 패션을 정의하는 5가지 기준
2026년 패션 시장은 ‘더 많이, 더 새롭게’가 아니라 ‘나에게 맞게, 오래도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소비자는 이미 움직였다. 문제는 산업이 얼마나 빨리 따라잡느냐다.
지난 10년간 패션 산업은 속도 경쟁에 몰입했다. 시즌은 무의미해졌고 트렌드 사이클은 몇 주 단위로 짧아졌다. 그 결과는 과잉 생산, 재고 소각, 환경 파괴였다. 소비자도 지쳤다. 옷장은 가득한데 입을 옷은 없다. 2026년은 이 피로의 정점이자 전환의 원년이 될 것이다.
변화의 중심엔 MZ와 Z세대가 있다. 이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과시보다 의미를, 유행보다 정체성을 선택한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이미지를 따라가는 대신 자신만의 조합을 만든다.
이 전환을 이해하려면 한국 패션 산업의 구조적 과제와 함께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섯 가지 근본적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압축소비, 초개인화, AI 일상화, 커뮤니티. 이 다섯 가지 기준이 2026년 패션의 지형을 결정한다.
① 지속가능성은 전제조건
친환경은 더 이상 마케팅 포인트가 아니다. 기본값이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스토리를 묻지 않는다.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2026년의 지속가능성은 금욕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에코 맥시멀리즘, 즉 우리가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예측하고 실천했던 것들의 극대화를 뜻한다. 풍부한 색감, 대담한 패턴, 화려한 디테일을 가진 순환형 패션이 주류가 된다. 친환경이라고 해서 베이지와 아마포에 갇힐 이유는 없다. 업사이클링 소재로 만든 프린지 드레스, 빈티지 패브릭을 재조합한 패치워크 재킷, 데드스톡 원단으로 제작한 네온 컬러 코트까지 지속가능성과 심미성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대가 됐다.
렌탈, 리셀, 수선은 이제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의류 생애주기의 기본 옵션이다. 구매 전에 중고 플랫폼을 먼저 확인하고, 입지 않는 옷은 리셀로 돌리고, 찢어진 옷은 수선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순환 구조가 일상 소비 루틴에 편입됐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계를 의미한다. 판매 후 서비스, 중고 연계 프로그램, 수선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구축하지 않으면 게임에서 빠진다.
② 압축소비, 확실한 것만 산다
소비자는 일상 소모품을 줄이고 본인이 정의한 핵심 영역, 즉 여행, 공연, 클래스, 덕질에 과감히 쓴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아이템 열 개보다 오래 입을 대표 아이템 한두 개면 충분하다. 여기에 스토리와 경험을 두껍게 쌓아 올린다.
숫자를 줄이되 의미는 늘린다. 압축소비는 고농축 경험으로 이어진다. 한 달에 한 번, 완벽한 디너. 1년에 두 번, 몰입형 여행. 분기에 한 번, 아티스트 협업 한정판 구매. 이런 ‘고농축 사치’가 새로운 럭셔리의 정의다. 많이 소유하는 대신 깊게 경험한다.
패션 브랜드는 이 압축소비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답은 제품의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것이다. 장인의 손길, 희소한 소재, 타임리스한 디자인, 수선 가능한 구조 등 스토리가 없으면 압축소비 대상이 되지 못한다.
③ 초개인화, 나만의 레시피
‘토핑형’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소비자는 자기 취향을 조합해 나만의 조합을 만든다. 색상, 사이즈, 프린트, 구독 구성까지 모든 것을 직접 고른다. 이것은 커스터마이징이 아니라 정체성의 설계다.
1.5인 가구, 혼놀, 혼자 여행 등 Z세대는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삶의 구조를 설계한다. 이들에게 패션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호가 아니라 자?탔?정의하는 도구다. 남들이 입는 트렌드보다 나를 표현하는 스타일이 우선이다.
AI 추천과 취향 테스트는 이제 구매 전환의 핵심이다. 넷플릭스가 취향 기반 콘텐츠 추천으로 성공했듯이 패션도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없이는 경쟁력이 없다.
개인화되지 않은 제안은 무시된다. 대량 생산 시대는 끝났다. 브랜드는 소비자 개개인의 체형, 취향,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 제안을 해야 한다.
④ AI 일상화와 디지털 디톡스
AI는 재무 관리부터 쇼핑까지 효율의 인프라가 됐다. 소비자는 AI로 시간을 절약하고 그 시간을 아날로그 취미와 오프라인 몰입에 쓴다. 이것이 앞으로의 모습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갈구한다.
AI는 디자인 생성, 수요 예측, 재고 관리, 개인 맞춤 추천까지 패션 산업에도 깊숙이 침투했다. 스티치픽스는 이미 알고리즘과 스타일리스트의 협업으로 정확도를 높였다. 자라와 H&M은 AI 기반 수요 예측으로 재고 손실을 줄였다. 2026년에는 중소 브랜드도 이런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SaaS 플랫폼이 보편화된다.
하지만 AI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디지털 피로는 실재한다. 소비자는 효율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디지털 디톡스를 원한다. 온라인 쇼핑은 편리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물리적 경험은 여전히 중요하다. 단, 그 경험이 단순히 ‘제품을 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브랜드 스토리를 체험하고 커뮤니티와 연결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복합적 경험이어야 한다.
⑤ 혼자가 좋지만 커뮤니티도 열심히
팬데믹 이후 목적 기반, 취향 기반 소규모 커뮤니티가 확대됐다. 소비자는 가격과 디자인만 보지 않는다. 브랜드가 가진 사회적, 환경적, 지역적 가치까지 본다.
팬덤 굿즈, 모임 참가비, 로컬 스폿 멤버십 등 관계와 소속감을 주는 지출이 늘어난다. 진정성 없는 브랜드는 외면당한다. 투명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비자는 제품 뒤의 스토리를 알고 싶어한다.
하이퍼 로컬 경험도 부상한다. 글로벌 브랜드보다 로컬 장인, 동네 편집숍, 지역 기반 브랜드가 주목받는다. 서울의 성수동, 뉴욕의 브루클린, 도쿄의 나카메구로, 이런 로컬 문화 거점이 패션의 새로운 중심지가 된다.
브랜드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 2026년 브랜드의 가치는 매출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크기와 충성도로 측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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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 |
패션업, 무엇을 해야 하나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상품 기획: 뉴트럴 팔레트와 원색 포인트를 동시에 가져가라. 실루엣은 여유로운 볼륨과 프린지, 플리츠 같은 ‘움직임이 느껴지는 구조’에 투자하라. 타임리스한 베이직과 스테이트먼트 피스의 비율을 7:3 정도로 설정하되, 그 3할의 임팩트를 극대화하라. 시즌리스 제품 라인을 강화하고, 한정판 협업으로 희소성을 창출하라.
△ 비즈니스 모델: 리셀, 수선, 렌탈을 포함한 순환 구조를 설계하라. 초개인화 추천과 커스터마이징 옵션 없이는 MZ·Z세대 충성도를 확보할 수 없다. 판매 후 서비스를 강화하고, 제품 수명을 연장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고객 여정에 통합하라. 중고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자체 리셀 채널을 구축하라.
△ 마케팅: 에코 맥시멀리즘, 고딕 리바이벌, 할아버지 스타일 같은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를 스토리로 풀어내라. 로컬성과 진정성을 강조한 하이퍼 로컬 캠페인이 차별화 포인트다. 인플루언서 마케팅보다 커뮤니티 빌딩에 집중하라. 브랜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고객이 참여하고 공동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라.
△ 유통: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되, 각 채널의 강점을 극대화하라. 온라인은 개인화 추천과 구매 편의성에, 오프라인은 체험과 커뮤니티 경험에 집중하라. 팝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는 이벤트여야 한다. 모든 터치포인트에서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라.
△ 기술: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되, 기술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라. 수요 예측, 재고 관리, 개인화 추천에 AI를 쓰되, 최종 의사결정은 사람의 감각과 직관이 해야 한다. 디지털 룩북과 가상 피팅을 도입하되, 실물의 질감과 착용감을 놓치지 마라. 기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2026년, 변해야 산다
2025년은 변화의 징후가 확실히 드러난 한 해였다. 2026년은 그 징후를 새로운 질서로 만드는 해가 되어야 한다.
2026년 패션은 화려한 미래를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몸을 보호하고 정체성을 표현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질을 구현해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되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옷이 2026년 패션의 지향점이다.
속도 경쟁은 끝났다. 이제는 깊이의 시대다. 많이 만들고 빨리 파는 대신 잘 만들고 오래 입히는 것. 트렌드를 좇는 대신 타임리스를 추구하는 것.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기보다 커뮤니티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2026년을 살아남는 브랜드의 조건이다.
진부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전환기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며, 기회는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쪽에서 먼저 잡는다.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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