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입고, 우리를 입고, 미래를 입는 ‘웰니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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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의 웰니스 인사이트 포커스 02

2025-11-19 오후 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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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2026년 2월, 밀라노 패션위크. 한 신진 디자이너의 런웨이에 모델들이 수선 자국이 선명한 옷을 입고 등장한다. 기워 입은 흔적, 색이 바랜 부분, 실밥이 튀어나온 디테일. 그러나 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친다.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이 완벽을 추구하던 패션의 패러다임을 넘는 순간이다.


이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패션계는 이미 변하고 있다. 일본 ‘비즈빔’은 새 신발에 빈티지 가공을 하고,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1990년대부터 봉제선을 겉으로 드러냈다. 완벽한 아름다움의 시대는 저물고 낡은 흔적과 시간의 흔적이 디자인이 되는 시대가 왔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패스트패션의 종말을 선언했다. 속도와 가격의 게임은 끝났고, 그 거대한 공백을 채울 방향성은 바로 ‘웰니스’라고 말했다. 이제 더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패션이 진정한 웰니스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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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웰니스가 되려면 남들의 시선이 아닌, 자신만의 시선으로 온전히 바라보기 시작한 소비자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 이 옷은 진짜 나인가? (나를 입기)


‘오늘 뭐 입지?’라는 질문은 단순히 옷을 고르는 고민이 아니다. ‘오늘 나는 누구로 살 것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이다.


2012년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는 ‘착의 인지(Enclothed Cognition)’를 증명했다. 흰 가운을 입은 피험자는 주의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중요한 건 옷 자체가 아니라 그 옷이 담고 있는 의미였다.


프랑스 ‘르메르’ 브랜드의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옷은 착용자를 보호하고 편안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려한 로고도 과장된 실루엣도 없다. 입는 사람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도록 돕는다.


최근 성수에서 만난 마케터 후배는 28만원짜리 청바지를 샀다. 평소 3만원짜리 패스트패션을 사던 그가 말했다. “이 청바지는 앞으로 10년 이상 입을 거예요. 이제 유행이 아닌 나의 몸에 편안한 옷을 오래 입는 걸로 소비 철학을 바꿨어요.”


결국 패션이 웰니스가 되려면 남들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성과 자기 수용이 핵심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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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웰니스가 되려면 관계를 생각하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 이 옷은 누군가를 해치지 않았을까? (우리를 입기)


9900원짜리 티셔츠 가격표 뒤에는 누가 있는가?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건물이 붕괴해 1134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의류 공장 노동자였다. 사전에 균열이 발견됐지만 공장주는 강제로 출근시켰고, 다음 날 건물은 무너졌다.


이 참사 이후 ‘누가 내 옷을 만들었나’라는 질문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패션 레볼루션은 매년 4월 24일을 추모일로 정하고 브랜드에 투명성을 요구한다.


현재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약 100달러다. 하루 12시간 일해서 만든 옷이 서울에서 한 번 입고 버려진다. 영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그린워싱’을 제재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 가격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가’라고 직접 묻는다. 옷을 둘러싼 윤리적 관계에 대한 공감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영국 유튜브 ‘피플 트리’는 1991년부터 공정무역 패션을 실천해왔다. 공정한 임금, 아동 노동 금지, 유기농 면과 천연 염료만 사용한다. 창립자는 “아름다운 옷이 누군가의 눈물로 만들어져선 안 된다”고 말한다.


결국 패션이 웰니스가 되려면 관계를 생각하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옷 한 벌에 얽힌 모든 노동과 자연 환경을 생각하며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는 웰니스 소비자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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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웰니스가 되려면 시간을 견디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 이 옷은 10년 뒤에도 의미가 있는가?(미래를 입기)


패션 산업은 매년 9200만 톤의 섬유 쓰레기를 배출한다. 85%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UN은 패션 산업을 석유 다음으로 오염이 심한 산업으로 지목했다. 옷 한 벌에 평균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흐름도 존재한다.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은 2027년 3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레드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패션 시장은 신규 시장보다 3배 빠르게 성장한다고 한다. 중고 패션이 ‘가난한 사람의 선택’에서 ‘현명한 사람의 선택’으로 전환됐다.


2025년 ‘비즈니스 오브 패션’ 보고서는 소비자의 60%가 중고 의류 쇼핑이 가장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스웨덴 ‘누디 진’은 2001년부터 모든 청바지에 평생 무상 수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바지를 소모품이 아닌 오래도록 함께하는 동반자로 정의한다.


프랑스 ‘베자’는 브라질 유기농 목화, 아마존 야생 고무,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스니커즈를 만든다. 광고비는 0원이다. 대신 그 돈을 생산자에게 돌린다. 제품 자체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패션이 웰니스가 되려면 시간을 견디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10년 뒤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웰니스 소비자와 함께 서사를 만들어가는 옷이야말로 진정한 미래 가치를 담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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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니스 패션이 시장의 거대한 전환을 이끌 것


글로벌 지속가능 패션 시장은 2031년 135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단지 친환경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윤리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포함한 총체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웰니스 패션은 이 지속가능 패션 시장의 성장 동력을 삶의 질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재정의하는 개념이다.


2024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지속가능성이 패션 산업의 경쟁 우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요한 건 이 변화가 규제나 의무가 아닌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패션이 웰니스가 되는 길은 다음 세 가지 질문 △개인의 진정성(나) △공동체의 공감(우리)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성(미래)에 응답하는 것이다.






정의정 회장
dorr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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