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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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세계를 입히다 36

2025-11-14 오전 8:41:32

30년의 현장 경험이 증명하는 진실 ‘트렌드는 런웨이가 아닌 거리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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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디자이너나 스타, 매스컴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국 대중들이 만들어낸 흐름이다.



패션 현장에서 근 30년을 보냈다. 명품 바이어로 해외 컬렉션을 다니던 시절부터 지난 25년 동안 직접 의류 사업을 운영하며 한국 패션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그 긴 시간 동안 하나의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유행은 디자이너나 스타, 매스컴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국 대중들이 만들어낸 흐름이라는 것이다.


트렌드는 정말 '위'에서 만들어질까?


패션 업계에서는 종종 "트렌드는 디자이너가 만든다"는 말이 돌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트렌드의 출발점은 훨씬 더 다르다. 유행은 위에서 규정되는 선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선택들이 쌓이면서 형성되는 흐름이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 흐름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자가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강남 일대를 오래 걷는다. 백화점, 버스, 카페, 거리에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직접 관찰한다.


패션은 이론이나 자료만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사람들의 실제 생활에서 어떤 선택이 반복되고 있는지 관찰할 때 비로소 방향이 보인다.


2025년 겨울, 거리를 지배한 스타일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눈에 많이 띄는 스타일이 있다. 바로 패딩이나 코트 안에 입은 후드를 겉으로 꺼내 레이어드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젊은 층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3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확산되었다. 겨울 아우터 속에서 후드 한 번 꺼낸 것뿐이지만, 그 작은 변화가 전체 분위기를 크게 바꾼다.


이 스타일이 흥미로운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후드의 모자가 얼굴 가까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밝기를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 무채색 아우터가 많은 겨울, 후드의 컬러가 들어가면 얼굴이 환해 보이고, 전체 인상이 부드럽게 정리된다.


둘째, 이 스타일은 누가 유행이라고 외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이라는 것이다. 티셔츠-후드-패딩이라는 조합은 따뜻하고 실용적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편안함을 위해 선택했고, 그 선택이 여러 사람에게서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방향이 되었다.


지금의 한국 패션은 이런 '생활에서 올라오는 유행'이 가장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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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거리에서 읽는다


패션 현장을 30년 가까이 지켜보며 늘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유행은 화려한 무대나 유명인의 스타일보다,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더 정확하게 읽힌다는 점이다. 브랜드나 디자이너는 이러한 흐름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들의 옷차림에 있다.


2025년 겨울, 후드를 아우터 밖으로 빼서 입는 방식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생활의 효용에서 시작된 변화이다. 얼굴이 밝아 보이고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으며 부담이 없다. 그래서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트렌드는 위에서 내려오는 규칙이 아니다. 유행은 일상 속에서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만들어진다.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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