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를 연구하는 여자, 친환경 제습제로 인간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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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의 K패션, 세계를 입히다 35

2025-11-06 오후 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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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환경 종이 제습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놀랐다. 제습제 이야기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숫자나 시장의 언어가 아니라 실험과 관찰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습도가 60%를 넘어가면 종이는 미세하게 들썩여요. 펄프가 수분을 머금으면서 결이 바뀌죠. 그 순간 종이가 ‘숨을 쉰다’고 느껴져요.” 그녀는 손끝으로 그 ‘숨’을 느끼며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사업가가 아니라 연구자구나.’


그녀의 설명은 제품 소개가 아니라 자연의 언어를 번역하는 시인의 이야기 같았다. “종이는 죽은 게 아니에요. 한 번도 살아 있지 않았던 게 아니라, 여전히 공기와 대화하고 있어요.” 그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녀의 제습제는 종이 기반의 천연소재로 만들어진다. 흡습력이 탁월하면서도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구조. 하지만 그녀가 자랑스러워한 건 효율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수백 번의 실험, 수십 번의 실패, 그리고 종이가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는 탐구의 시간들. 그 여정은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의 대화였다.


패션업계에서도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낯선 화두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친환경적인가’보다 ‘얼마나 진심인가’다. 대체 원단, 재활용 패브릭, 비건 가죽 등 새로운 소재가 매 시즌 쏟아지지만, 그중에는 ‘스토리 없는 친환경’도 많다. 겉으론 자연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또 다른 기술 경쟁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제습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요즘 패션의 ‘소재 혁명’을 떠올렸다. 친환경은 더 이상 한정된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디자인의 본질, 브랜드 철학, 나아가 소비자의 감정과도 연결되어 있다. 진짜 지속가능성은 ‘무엇으로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다. 그녀가 종이를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하듯 어떤 브랜드는 원단 한 롤을, 어떤 디자이너는 단추 하나를 그렇게 대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녀의 손에 들린 작은 제습제를 바라봤다. 손바닥 위에 놓인 하얀 종이 조각은 단순한 부자재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아버지의 벽지 사업에서부터 이어진 기억, 오염된 자연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다짐이 응축되어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이건 종이지만, 살아 있는 존재예요. 숨을 쉬고, 우리와 함께 늙어요.” 이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종이는 빛에 따라 색이 변하고 공기 중의 습도를 따라 형태를 바꾼다. 그 변화를 ‘노화’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그것을 ‘삶의 흔적’이라 불렀다. 그 태도야말로 진정한 친환경의 출발점이 아닐까.


요즘 패션계는 ‘테크놀로지’와 ‘윤리’ 사이에서 방향을 찾고 있다. AI로 패턴을 설계하고 3D 시뮬레이션으로 샘플을 대체하며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하는 시대. 하지만 아무리 첨단 기술을 동원해도, 거기 진심이 빠져 있다면 그것은 단지 ‘효율’일 뿐이다. 진짜 친환경은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태도의 총합이다. 그녀가 종이의 결을 쓰다듬으며 말했던 그 손길, 그 손끝의 섬세함이야말로 오늘의 패션이 배워야 할 감수성이다.


패션은 결국 ‘물질’을 다루는 산업이다. 그러나 그 물질을 대하는 태도는 철저히 ‘인간적’이어야 한다. 소재의 생명력을 존중하고 그것을 통해 더 오래, 더 의미 있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일. 그게 진정한 지속가능 패션의 본질이다.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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