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으로 시작해 이성으로 완성되는 브랜드의 철학
.jpg) |
|---|
| 몬테밀라노 매장 전경 |
“옷이 좋아서 옷을 하면 그건 취미지, 사업은 어렵다.”
패션 업계 한 원로의 이 말은 본질을 꿰뚫는다. 패션은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버틸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벌의 옷으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패션 브랜드의 80%는 5년을 넘기지 못한다. 감각이 전부가 아니다. 브랜드를 유지하려면 숫자와 공급망, 원가와 재고, 그리고 무엇보다 철학이 필요하다. 패션은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산업’이 된다.
명품의 세계에서 본 ‘아름다움의 경계’
나 역시 처음부터 지금의 ‘몬테밀라노’를 한 것은 아니었다. 20대 후반, 프랑스 명품 브랜드 레오나드(LEONARD)에서 바이어이자 MD로 일했다. 그곳에서 실크의 예술, 패턴의 품격, 컬러의 감각을 배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 아름다움을 왜 오직 일부만 누릴 수 있을까?”
명품의 세계는 완벽했지만, 그 안에는 늘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경계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결심했다. ‘명품의 감성을 일상의 옷으로 옮겨보자.’
.jpg)
2001년, 그렇게 몬테밀라노가 시작됐다.
나는 세탁이 가능한 옷, 그러나 품격을 잃지 않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패션은 결국 ‘삶의 일부’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몬테밀라노는 화려한 런웨이보다 세탁기 옆의 현실을 택했다. 실크 대신 폴리와 나일론을, 과시 대신 편안함을, 트렌드 대신 지속성을 선택했다. 누군가의 옷장 속에서도, 시장 골목에서도 ‘나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지켜주는 옷을 만들고자 했다.
그 길은 쉽지 않았다. 패션계에서는 “중가 브랜드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진짜 명품은 가격이 아니라 태도라고.
25년, 감성을 이성으로 번역한 시간
25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브랜드들이 태어나고 사라졌다.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조차 감정을 잃으면 오래가지 못했다. 패션은 결국 ‘감성을 이성화하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옷의 형태로 번역하는 것. 그 과정에서 감정은 논리가 되고 감성은 기술이 된다. 이성으로 감성을 구현하는 일이야말로 패션의 본질이다.
나에게 몬테밀라노는 단순한 의류 브랜드가 아니다. 명품을 좇던 젊은 바이어가, 이제는 중산층 시니어의 삶을 이해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한 여정의 기록이다.
그 여정이 말해준다. 브랜드는 결국 ‘제품’이 아니라 ‘철학’으로 남는다는 것을.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