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보다 개성, 대중보다 취향을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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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신진 브랜드가 바꾸는 국내 패션의 새로운 패러다임

2025-10-27 오전 8:23:32



최근 패션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흐름은 ‘유행 추종’에서 ‘취향 존중’으로의 전환이다. MZ세대를 비롯한 새로운 소비자층은 더 이상 다수가 선택한 브랜드나 룩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를 탐색한다.


SNS 속 해시태그나 스트릿 패션 스냅에서 드러나듯 획일적인 유행은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대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 주목받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해외 신진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메가 브랜드가 아니다. 대신 작은 목소리로도 뚜렷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옷 한 벌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개성, 그리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아르켓, 베이스레인지, 세실리에 반센, 씨뉴욕, 퍼버즈 등이 그 대표적인 이름들이다. 각각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소비자에게 ‘나만의 감각을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브랜드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들 브랜드를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관과 미적 취향을 드러내며 동시에 특정 커뮤니티에 소속되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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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켓



◇ 북유럽 감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아르켓


2017년 스웨덴에서 탄생한 아르켓(ARKET)은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감성을 담아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여성·남성·아동복은 물론 홈 아이템과 카페까지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느낌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소재는 견고하다. 시시때때 바꿔 입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곁에 둘 수 있는 옷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대량 생산 브랜드와 달리 ‘긴 수명’을 강조하는 아르켓은 ‘지속성’과 ‘기능성’을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에 둔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실루엣, 내구성 높은 원단, 자연 친화적인 컬러 팔레트는 ‘가치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와 맞닿아 있다.


H&M 그룹 계열이라는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견고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29CM 입점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행보를 본격화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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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레인지

◇ 친환경과 포용성을 내세운 베이스레인지


2012년 프랑스와 덴마크에서 출발한 베이스레인지(Baserange)는 에코 패션을 넘어선 철학을 전한다. 재활용 및 천연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디자인은 담백하면서도 유연하다. 몸을 억지로 규격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은 자유롭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베이스레인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환경적 가치를 생활 속 경험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브랜드는 캠페인을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소비자는 옷을 입는 순간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무겁지 않은 접근 방식은 ESG 가치에 민감한 소비자, 특히 패션을 통해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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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에 반센



◇ 일상에 낭만을 더하다, 세실리에 반센


덴마크 출신 디자이너가 2015년 설립한 세실리에 반센(Cecilie Bahnsen)은 패션을 예술적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풍성한 러플, 섬세한 퀼팅, 건축적인 구조미가 결합된 드레스는 한눈에 ‘반센 스타일’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창적이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개념은 ‘Everyday Couture’. 특별한 무대용 드레스가 아닌, 일상에서도 예술적 감각을 누릴 수 있도록 제안한다. 출근길이나 친구와의 모임, 사소한 일상도 반센의 드레스를 입는 순간 ‘작은 무대’가 된다.


최근에는 스포츠웨어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우아함을 유지하는 시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낭만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옷을 찾는 소비자 니즈에 정확히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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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뉴욕



◇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 씨뉴욕


2006년 공동 설립자 모니카 파올리니와 션 모나한에 의해 론칭된 씨뉴욕(Sea New York)은 레이스, 자수, 니트 등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브랜드다. 전통적인 수공예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도시적 세련미를 동시에 담아낸다.


씨뉴욕의 가장 큰 매력은 로맨틱함과 모던함의 균형이다. 섬세한 디테일 속에서도 현대적인 실루엣을 유지하며, 컬렉션 곳곳에 녹아든 독창적 패턴과 텍스처는 브랜드만의 개성을 강화한다. 이러한 철학은 스토리 있는 브랜드를 찾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옷을 입는 순간,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가 일상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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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버즈



◇ 실험적 니트웨어, 퍼버즈


2016년 도쿄에서 탄생한 퍼버즈(PERVER ZE)는 컨템포러리 스트릿 니트웨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브랜드다. ‘PERVER SE(삐뚤어진)’와 ‘SQUEEZE(짜깁다)’를 합성한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형식과 관습을 비틀고 재해석하는 강한 반항정신을 담고 있다.


퍼버즈의 가장 큰 특징은 니트 소재에 대한 실험적 접근이다. 과감한 색채, 해체적 텍스처, 대담한 혼합사 및 데미지 가공 같은 파격적인 디테일을 통해 니트웨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80~90년대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은 젊은 층과 예술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브랜드는 시즌별로 사진 작가, 예술가 등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룩북을 선보이며, 여성의 개성과 내면의 강인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뉴에라, 노베스타, 하루타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캡슐 콜라보레이션도 퍼버즈만의 창조적 영역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는 슬로우스테디클럽, 후루츠패밀리, KREAM 등 주요 셀렉트숍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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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켓



◇ 플랫폼이 만든 새로운 기회


이들 신진 브랜드의 성공에는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과거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 없이도 전 세계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큐레이션 중심의 온라인 편집숍들이 이들 브랜드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9CM, 무신사, W컨셉 등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미디어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들 플랫폼의 브랜드 소개와 에디토리얼 콘텐츠는 소비자가 브랜드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들이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브랜드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타일링 가이드 제공, 브랜드 스토리텔링 지원, 심지어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의 조언까지, 플랫폼의 역할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패션 유통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신진 브랜드들에게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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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에 반센



◇ 취향 중심 소비와 신진 브랜드의 시너지


이들 해외 신진 브랜드의 공통점은 ▲지속 가능성 ▲독창적 디자인 ▲플랫폼을 통한 확산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들은 단순히 옷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가치관을 전달하고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대량생산과 유행 주도의 패션 브랜드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은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선택지를 원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르켓, 베이스레인지, 세실리에 반센, 씨뉴욕, 퍼버즈 같은 브랜드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변화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수동적인 유행 추종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취향을 선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취향 큐레이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면밀히 살피며, 자신의 신념과 일치할 때 비로소 구매를 결정한다.


따라서 빠르게 소멸되는 유행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가 앞으로의 패션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획일화된 대량 생산 제품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독창적 아이템을 선호하며,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윤리적 소비를 지향할 것이다.


결국 브랜드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규모나 인지도가 아니라, 소비자와 얼마나 깊이 있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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