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숫자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와 변화에 임하는 자세
“몇 년생이세요?”
“토끼띠시군요”
“저와는 갑장이네요”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출신지와 나이를 묻는 것을 관례처럼 여긴다. 이러한 것들이 파악된 후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유교적 장유유서의 습관이 여전히 대인관계에 남아 있고, 무슨 띠인지로 사회적 동료 의식을 확인한다. 나이는 단순한 숫자 같지만, 때로는 무겁고 단단한 틀이 되어 우리를 제한한다. 20대는 미숙하고, 60대는 느리며, 80대는 변화에 둔감하다는 고정관념. 하지만 정말 그럴까?
◇ 세대 간의 오해와 공감
요즘 부하직원들에게 전화를 하면 통화가 안되거나 콜백이 없는 경우가 있다. 톡히나 문자가 더 편한 세대들이라 통화는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한다. 일종의 전화포비아다. 낯선 번호나 갑작스러운 전화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 그리고 문자나 메신저는 수정이 가능하지만, 전화는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므로 ‘실수하면 안 돼’라는 생각이 강한 사람일수록 전화 통화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MZ세대의 65.5%는 텍스트 기반 소통을 선호한다. 반면 윗세대에게는 전화가 가장 신속하고 확실한 소통 수단이다. 이런 불일치는 곧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
그러나 벽은 언제든 허물어진다. 요가 강사인 한 지인은 70대 수강생과 함께 운동하며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았다. 또, “이 나이에 무슨 유튜브냐”라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60대에 채널을 운영하는 지인도 있다. 숫자가 아닌 태도가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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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인턴’의 벤은 70대 인턴이자 멘토로,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통해 젊은 경영자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보여준다. |
◇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나이’는
문학과 영화 속에서도 우리는 나이라는 개념을 해체한 인물들을 만난다.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인턴’의 벤은 70대 인턴이자 멘토로,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통해 젊은 경영자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보여준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대배우인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주연의 두 노인은 시한부 삶을 앞두고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소소한 소원 이루기를 통해 마지막 삶을 정리하며, 그들의 남은 삶을 더 빛나고 의미있게 만든다. 단지 소모되는 남은 시간들을 죽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일과 생각에 충실한 태도를 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도 우리가 죽음을 앞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사람 본연의 의지와 욕구에 충실한 의욕적인 삶을 보여준다. 그들은 숫자보다 자신에게 충실한 순간을 믿었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는 삶의 마지막 목표를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조명했다.
최근 개봉한 ‘F1더무비’는 레이싱 블록버스터로, 실제 포뮬러원 세계를 배경으로 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액션드라마다. 한때 유망했던 F1드라이버였지만, 끔찍한 사고 이후 커리어가 무너진 한물간 드라이버인 소니 헤이스는 최하위팀 APXGP에 합류하며, 천재 신예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와 함께 우승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삼촌뻘인 브래드 피트는 행동 하나하나에 젊은 선수에겐 어르신, 꼰대와 같은 평가를 받으며 갈등이 커져만 간다. 하지만 이러한 세대차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젊은 드라이버를 포용하고 리드하는 성숙한 리더쉽을 통해 팀의 분위기를 바꾸고, 함께 팀웍을 통해 승리로 이끈다는 결말을 보여준다.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나이가 아니라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숫자보다 태도가 시간을 빛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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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은 숫자보다 자신에게 충실한 순간을 믿었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는 삶의 마지막 목표를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조명했다. |
◇ 왜 우리는 나이에 집착할까
인류학적으로 나이는 생존의 전략이었다. 어린이는 배우고, 성인은 일하며, 노인은 가르친다. 세대를 나누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집단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유교문화 속에서 나이가 권위와 질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나이 많은 이에게 예를 갖추는 관습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였고, 경험 많은 연장자가 마을과 집단의 방향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었다. 근대 이후에도 나이는 인생을 구획하는 기준이 되었다. 학교 입학, 군 복무, 결혼, 정년퇴직에 이르기까지 제도가 나이에 따라 설계되면서 삶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 흘러가도록 정해졌다.
하지만 서양은 조금 다르다.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40대에 대학에 다시 입학하거나, 60대에 창업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고, 직장에서도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나이가 어릴 수 있다. 이는 실력과 성과가 우선하는 문화의 결과다. 점차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사고방식이 스며들고 있다. 나이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던 시대에서, 역할과 능력이 우선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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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Fi’ 포스터 |
◇ 평평해진 세상, 변하는 나이의 개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얘기와 함께 시니어들의 파격적인 활동들이 소개되고, 점차 인식을 바꾸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니어 모델 활동을 하는 분들의 소개나, 70대 유튜버의 활동 등 점차 우리 주변에서 나이의 개념과 역할이 바뀌고 있다. 가장 결정적 변화의 원인은 누구나 손안에 가지고 있는 모바일을 통한 정보와 사고가 평평한 세상을 만들어 놓았고, 우리의 행동과 태도를 바꾸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 문화는 우리의 직장생활 모습도 많이 바꾸었다. 30대 대표이사와 50대 직원과의 동거가 과거엔 불편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역할에 맞춰서 협업하는 모습과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단면들이 물리적인 나이 보다는 사회적인 역할로서의 나이의 개념과 태도를 변하게 만든다. 청년 노인의 등장은 우리의 미래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을 것이다.
◇ 나이보다 중요한 건 ‘삶의 밸런스’
급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각이다. 물리적 나이보다 마음의 나이가 중요하다.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가 곧 인생의 넓이를 결정한다. 또한 삶을 나이의 숫자로 구획하기 보다는 경험과 성장의 단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40대에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도, 60대에 창업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은퇴라는 개념조차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
세대 간의 교류 역시 중요하다. 서로 다른 세대가 협력하고 배우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게 되고, 고정관념은 조금씩 희미해진다. 사회가 정한 적정 나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각자의 속도에 맞는 삶을 설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몇 살이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느냐이다. 삶의 진폭은 숫자가 아닌 태도에서 비롯된다. 나이는 우리가 걷는 길 위의 작은 표지판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길 위를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곽재우 부사장
kwak4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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