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패션의 새 기준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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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날씨에 대비하는 국내 패션 업계의 스마트한 적응법

2025-09-25 오전 11:11:31

주요 패션 기업들의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겨울 코트, 패딩, 플리스의 판매가 줄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 하락과 함께 재고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잦은 집중호우로 레인웨어와 기능성 쿨링 티셔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극단적 날씨 변화는 소비 패턴 변화를 넘어, 패션 산업 전반의 전략과 상품 구성에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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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폴액세서리’는 전천후 날씨에 활용 가능한 ‘애니웨더’ 라인 상품을 확대 구성했다.



◇ 따뜻한 겨울, 매출도 ‘녹았다’


지난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면서 고가 패딩을 비롯한 겨울옷 판매가 크게 부진했다. 전통적 겨울 시즌의 강력한 소비 유인 요소인 추위가 약해지면서 두꺼운 아우터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 의류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해 겨울 한파 예보와 달리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겨울옷 구매를 미루거나 경량 패딩으로 눈을 돌렸다”며 “계절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재고 관리와 생산 계획에도 큰 부담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복되는 패턴이다. 유럽과 북미의 패션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기후 변동성을 고려한 생산 전략을 도입, 시즌별 재고 최소화와 온도별 맞춤 상품 출시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참고하며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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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는 도심과 자연 어디서나 실용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경량 레인코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 폭염·폭우, 레인 컬렉션 강화로 대응


올여름 국내에는 117년 만의 폭염과 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패션 업계는 레인웨어, 워터프루프 재킷, 쿨링 티셔츠 등 ‘기후 맞춤형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아웃도어·캐주얼 브랜드들은 기존 기능성 소재를 바탕으로 일상에서도 착용 가능한 디자인을 강화한 레인 컬렉션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를 발판으로 삼았다. 실제로 냉감 소재를 적용한 기능성 의류와 폭우나 무더위에 적합한 상품군이 크게 확장됐으며,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들이 접촉 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혁신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폭염과 집중호우를 고려해 경량 레인 재킷과 통기성 소재 제품을 기획했다”며 “판매 초반부터 예상보다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상품군 확장을 넘어, 기후에 민감한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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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는 기능성은 물론 감각적인 디자인의 레인 아이템을 선보였다.



◇ 브랜드별 레인웨어 전략의 진화


올 여름 각 브랜드들의 레인웨어 출시 전략을 살펴보면,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잡으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K2’는 경량 나일론 소재를 활용한 ‘경량 레인코트’와 슬림핏 디자인의 ‘슬림 레인코트’를 통해 아웃도어와 일상을 넘나드는 실용성을 강조했다. 특히 백팩까지 덮을 수 있는 확장 구조와 전용 패커블 백 제공으로 휴대성을 극대화했다.


‘네파’는 한발 더 나아가 레인코트와 레인부츠로 구성된 토털룩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일자핏 우비의 한계를 벗어나 코트형 실루엣을 적용한 레인 자켓과 첼시부츠 디자인의 ‘레이니데이’ 부츠를 통해 장마철에도 세련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빈폴액세서리’는 아예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애니웨더’ 라인을 업그레이드해 무더위와 장마 등 전천후 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확대했다. 레인 부츠와 우양산 외에도 생활 방수가 되는 가방과 패커블 기능을 넣은 판초까지 추가하며 종합적인 기후 대응 솔루션을 제시했다.


‘코오롱스포츠’는 투습·방수 기능을 동시에 갖춘 2.5레이어 소재와 3레이어 소재를 적용한 제품들을 통해 기술력을 앞세웠다. 특히 자체 개발한 '웻그립 아웃솔' 기술로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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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레인부츠



169년 전통의 ‘헌터’는 프리미엄 레인부츠 시장에서 독특한 포지셔닝을 보여준다. 1856년 영국에서 시작해 두 차례 세계대전 동안 군용 부츠를 납품하며 신뢰성을 입증한 브랜드답게, 대표 모델 ‘오리지널 톨’은 100% 천연 고무로 제작되며 28개 부품을 핸드컷 3D 패턴 방식으로 3일간 정교하게 조립한다. 고온·고압 가황 처리를 통한 내구성 강화와 굵은 트레드 밑창의 뛰어난 접지력은 단순한 방수화를 넘어 날씨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패션 아이템으로의 브랜드 전략을 보여준다.


‘브롬톤 런던’은 야상 스타일에 리플렉티브 소재를 접목해 야간 활동성까지 고려한 아이템을 선보였으며, 골프웨어 브랜드 ‘말본골프’는 ‘레인 팩’ 컬렉션을 출시하며 장마철 골프룩을 제안하는 등 세밀한 아이템 구성으로 전문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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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롬톤 런던’이 기능성과 스타일을 한층 끌어올린 ‘레인웨어’



◇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의 체계화


이상기후가 패션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복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업계의 대응 전략도 더욱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패션업계는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크게 네 가지 전략적 접근을 체계화하고 있다.


① 시즌 세분화와 반응생산


기존의 봄-여름, 가을-겨울 2계절 체계를 6계절 등으로 세분화해 기후 상황에 따른 제품 기획과 생산 일정을 더욱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판매 상황에 따라 소량 재주문하는 ‘반응생산’ 방식으로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② 날씨 중심 마케팅


기존의 계절별 마케팅을 벗어나 실제 기온 예보에 맞춰 행사와 프로모션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상품 출시와 세일 기간도 기상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한파와 길어진 여름 등 이상기후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③ 내구성·기능성 소재 확대


냉감, 방수, 통기성 등 기능성 소재 활용을 늘리고, 실용성과 편안함을 강조하는 가성비 상품을 적극 개발·홍보하며 소비자들의 실속 지향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친환경 기능성 소재인 ‘심파텍스’는 미세한 기공을 통해 습기를 배출하고 물기를 막아주는 기공 조직이 아닌, 무기공 타입의 신축성 멤브레인으로 친수성 분자와 발수성 분자의 혼합 배열을 통한 삼투압 방식으로 땀을 배출시킨다. 이는 기술 혁신과 직결되어 패션업계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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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파텍스’는 탁월한 방수·투습성과 신축성으로 레인웨어에 뿐만 아니라 니트 등 다양한 원단에 적용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



◇ 기후 변화, 산업 전략의 새로운 변수


패션업계에서 기후 변화는 환경 문제를 넘어, 생산·물류·마케팅 전반을 조정해야 하는 전략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빠른 트렌드 전환이 가능한 SPA 브랜드와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은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자원이 될 수 있는 순환 경제를 지향하고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브랜드들의 레인웨어 전략을 종합해보면, 과거 단순히 ‘비를 막는’ 기능에 중점을 둔 것에서 벗어나 일상 착용이 가능한 디자인, 다양한 활동에 대응하는 기능성, 그리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차별화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웃도어에서 데일리까지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계속될수록 계절 구분이 모호한 상품 전략이 필요하다”며 “예측 가능한 패션 시즌이 점점 줄어드는 만큼 탄력적 상품 기획과 신속한 공급망 관리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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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는 쏟아지는 비에도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한 레인코트와 레인부츠를 제안한다.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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