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는 사라졌다, 실행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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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의 K패션, 세계를 입히다 16

2025-06-26 오후 3:50:57

디지털 전환 시대, 패션업계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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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의 성공 원칙은 단순하다. 알면 주저말고 즉시 행하라.  



“이제는 노하우가 아니라 How의 시대다.”


2003년 광저우의 작은 디자인실에서 하루를 시작한 지 20여 년. 미싱 소리와 재단 가위, 손끝의 감각에 의존한 시간이 쌓여 ‘노하우’가 되었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은 그 노하우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했다. 공장 문은 닫혔고, 손에 익은 경험은 무력화됐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쓰나미 앞에서, 개인의 성과는 모래성에 불과했다.


이제는 모두가 알게 된 노하우가 더는 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실행이다. How, ‘어떻게’ 할 것인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광저우가 보여준 디지털 생태계의 진화


다시 찾은 광저우는 여전히 패션 허브였다. 겉모습은 그대로였지만, 그 내부의 ‘공기’는 달라졌다. 도우인(중국 틱톡)의 라이브 방송 장비가 상점마다 설치되어 있었고, 사업자들은 삼각대 앞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2024년 도우인 이커머스 거래액은 3조5천억 위안,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하며 중국 내 온라인몰 3위에 올랐다.


중국 소셜커머스 시장은 이미 5천억 달러에 육박했고, 라이브 커머스는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닌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더 이상 ‘경험 많은 사람’이 아닌, ‘디지털을 잘 쓰는 사람’이 매출을 가져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월매출 300% 상승, 실제 사례가 증명하다


광저우의 한 중소 패션업체 대표는 20년 넘게 전시회와 바이어 미팅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2023년부터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한 이후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다. 매일 오전 9시, 2시간의 라이브 방송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주문 처리, 저녁에는 다음 방송 기획까지. 일주일에 세 번 신상품을 출시하고, 재고 회전율은 기존 대비 5배 이상 높아졌다.


그의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자막 하나, 화면 구도, AI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실시간 커머스형 메타버스 쇼룸. 모든 요소가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도구에서 출발했다.


중국이 여전히 패션 강국인 이유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패션 허브로 기능하는 진짜 이유는 ‘무한한 선택지’와 ‘초고속 실행력’에 있다. 서구 브랜드가 고기능 원단을 샘플 의뢰하면, 광저우 연구소는 즉시
프로토타입을 생산하고, 바로 그 옆 거리의 셀러가 생방송을 통해 판매까지 연결한다.


이는 단순한 제조 클러스터가 아니다. 디지털과 제조가 융합된 ‘초집적형 패션 생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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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글로벌 패션 허브로 기능하는 진짜 이유는 ‘무한한 선택지’와 ‘초고속 실행력’ 때문이다.



경쟁국가들의 한계


반면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경쟁국들은 여전히 ‘속도’와 ‘연결성’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다. 봉제 기술은 발전했지만 원부자재, 데이터 연동, 메타버스 쇼룸 같은 디지털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단순 생산이 아닌, 디지털-제조-물류의 유기적 순환이 가능한 구조만이 미래 경쟁력을 보장한다.


디지털 툴,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니다


패션 디자인·생산의 구조도 완전히 바뀌고 있다.


AI PDM(Product Data Management) 시스템은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대체하고, 트렌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 제안을 한다. 과거 2주 걸리던 샘플 제작은 이제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된다.


3D 아바타 기반의 가상 피팅은 해외 바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완전히 바꿨다. 물리적 샘플 없이도 수십 가지 디자인을 테스트할 수 있고, 실제 샘플 제작비는 70% 가까이 절감됐다.


클릭 세 번이면 룸쇼, 출장, 메신저 번역을 대신할 수 있다. 후발주자라도 플랫폼만 익히면 글로벌 쇼룸을 열 수 있는 시대다.


‘경험’을 디지털 언어로 번역하라


이제 필요한 것은 ‘감각’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패션업계는 예술성과 창의성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경험은 더 이상 무기가 될 수 없지만, 그것을 디지털 언어로 변환해 시스템에 이식한다면, 오히려 더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경험을 움켜쥔 손’을 펴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일 실험하는 자만이 다음 시대의 주인이 된다. 늦지 않았다. 그러나 미루는 순간 이미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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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Sylvia Oh)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LEONARD PARIS) 바잉팀장을 거쳐 2001년 몬테밀라노를 창업했다.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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