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의 따오르는 별,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 이하 PAF)이 지난 1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 108’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되어 전세계 바이어와 프레스로 부터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데뷔 무대를 치렀다. 한국 디자이너로는 준지(Juun.J)에 이어 두 번째로 피티 워모의 공식 초청을 받았다.
PAF는 디자이너 임동준, 정수교가 2018년에 설립한 실험적 남성복 브랜드로 ‘미래에도 보전될만한 아카이브를 만드는 집단’을 지향한다. 의복의 원형을 해체하여 재조합하는 구조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해왔으며 비대칭 사선재단과 곡선을 활용한 유기적 형태의 디자인 언어를 적극 활용하여 독창적인 미학을 전개해 왔다.
2021년에는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에 진출했으며 오프화이트(Off-White), 온(On)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에센스(SSENSE), 10 꼬르소 꼬모(10 Corso Como),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 등 세계 주요 편집숍에 입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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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봄/여름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컬렉션 |
PAF의 2026봄/여름 컬렉션은 이번 피티 워모에서 열린 모든 쇼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PAF는 테크니 어번 웨어와 모든 날씨에 맞는 클럽장비(clubbing gear)를 선보였으며, 어두운 분위기와 독특한 감성, 확실히 트렌디한 스타일이 돋보였다.
PAF의 공동 설립자인 디자이너 임동준은 “브랜드 이름은 우리 세대가 인터넷 덕분에 예술, 패션, 영화 등 모든 분야의 아름다운 아카이브와 세계 어느 곳의 어떤 운동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행운이라는 사실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아카이브를 돌아다니며 탐구하고 우리만의 새로운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다.”라고 프리뷰에서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눈에 띄었던 것은 다양한 소재의 탁월한 처리였다. 푹신한 흙색 타월 소재의 딱딱한 댄디 파자마 수트, 가벼운 스크럽 패드처럼 느껴지는 시폰 메쉬 크레프 블레이저, 사막처럼 건조한 린넨 셔츠 등이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테일러링은 해체적이지만 어딘가 강렬했으며, 모든 룩은 훌륭한 신발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스프레이 처리된 첼시 부츠, 브로그/클로그 조합, 그리고 안장 스티치 레이스업 등 눈길을 끌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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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봄/여름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컬렉션 |
PAF는 이전에 파리에서 하이퍼 아방가르드 예티(Yeti) 스타일 콘셉트 의상으로 주목받았지만, 아쉽게도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쇼를 위해 규모를 확대한 브랜드는 갑자기 새로운 차원의 런웨이를 선보였다.
PAF의 피티 워모 참가 소식은 한국의 패션 대기업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부문이 해당 브랜드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직후에 전해졌다. 코오롱의 투자 시점은 전도유망한 K-패션의 젊은 브랜드가 든든한 투자자를 만났다는 측면에서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스위스의 인기 스니커즈 브랜드 온(On)과의 협업에서 90% 이상의 컬렉션이 첫날 완판된 점이 주목된다.
피렌체 현지 기온이 37도까지 오른 날 패션 쇼를 선보인 디자이너 임동준은 “나는 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봄에 시원하고 가벼운 옷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원하는 건 매우 클래식면서도 실용적인 옷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철역으로 사용되었던 스타치오네 레오폴도 내부에 위치한 런웨이에서, 모델들은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하니아 라니(Hania Rani)의 부카(Buka)라는 드라마틱한 음악에 맞춰 행진했다. 베테랑 쇼 프로듀서 티에리 드레푸스(Thierry Dreyfus)의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무대 연출이 돋보였다. 역의 전체 길이를 활용해 각 인물은 빛으로 가득 찬 배경 벽 앞에 실루엣을 그리며 등장했다. 런웨이에는 모래시계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여러 줄의 모래가 흘러내려 작은 섬을 형성했으며 모델들이 그 주변을 돌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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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봄/여름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컬렉션 |
관객이 어떻게 반응하기를 원했는지 묻자, 임동준 디자이너는 “그들이 신체적으로나 상상력 속에서 모두 떠다니고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답했다. 그들은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피티 이마지네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라포 치안키(Lapo Cianchi)는 “우리는 여러 시즌에 걸쳐 한국의 문화와 미학에 주목해왔다”면서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은 기술 소재, 비대칭 재단, 스포츠웨어적 요소들을 결합해 단순한 유행을 넘어 독창적인 스타일 언어를 만들어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엄윤상 콘텐츠수출본부장은 “이번 참가가 일회성 쇼케이스를 넘어 K-패션 브랜드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향후에도 국내 브랜드의 유럽 현지화 전략 수립과 지속적인 글로벌 확산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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