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가로지르는 러닝 패션에서 일상을 지키는 건강 루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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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트렌드가 정점에 도달하면 그 흐름은 패션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
◇ 러닝, 개인 운동에서 문화 트렌드로
야외 활동이 많아진 요즘, 한강이나 공원,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러닝 크루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때 건강을 위한 개인 운동으로 여겨졌던 러닝은 최근 몇 년 사이 거대한 문화이자 산업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러닝은 더 이상 트랙 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마라톤 대회, 스트리트 감성의 러닝 패션, 브랜드 간 전략적 협업 등 러닝은 지금 우리 일상 속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다.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 점심시간에 단체로 요가나 러닝을 즐기던 이들, 비 오는 오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코스를 달리는 러닝크루, 시드니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뛰는 사람들을 보며 일시적인 유행이라 여겼던 생각은 바뀌었다. 지금은 새벽, 낮, 퇴근 이후 시간대에도 한강 곳곳에서 러닝크루를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 건강 트렌드와 패션의 만남
어떤 트렌드가 정점에 도달하면, 패션을 통해 그 흐름이 다양한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아웃도어 시장이 국내에서 5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리던 시기, 커피숍이나 공항에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에펠탑 앞에 줄을 선 어르신들이 알록달록한 한국식 등산복을 입고 있는 장면도 익숙했다.
코로나 시기 골프 인구가 급증했을 때, 인스타그램 피드는 다양한 골프웨어 스타일로 가득했다. 러닝 또한 마찬가지다. 기안84의 뉴욕 마라톤 도전 이후 한강과 시티런을 중심으로 러닝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러닝 패션 역시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다.
◇ 사람들이 뛰는 이유
사람들은 왜 달리는가? 가장 큰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첫째, 심혈관 건강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둘째,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엔도르핀 분비가 기분을 좋게 해준다. 셋째, 근육과 관절을 강화하고 골밀도를 높여주어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넷째, 면역체계 강화로 감기나 기타 질환의 발생률이 낮아진다. 다섯째, 건강한 몸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땀나는 유산소 운동은 뇌세포를 활성화해 활력 있는 하루의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2023년,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조상은 생존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아도 식량을 얻을 수 있지만, 인간은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늙고 죽도록 진화되어 왔다.”
인간은 얻는 것이 있어야 행동한다. 러닝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얻기 위해 신체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건강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 고통 너머의 행복감 ‘러너스 하이’
러너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러너스하이’는 달리기로 인한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느껴지는 황홀감을 의미한다. 마라톤 선수들이 자주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30km를 넘는 시점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 천국을 달리는 듯한 감각이라고 한다.
이는 엔도르핀이 과다 분비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천연 진통제로, 모르핀보다 수백 배 강한 효과를 낸다. 원시 인류가 사냥감을 지칠 때까지 추적해야 했던 사냥법에서 유래한 생존 메커니즘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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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너블’ 스타일의 부상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100개 이상의 러닝크루가 활동하면서 ‘러너블(Runnable)’ 스타일은 운동복의 경계를 넘나들며 애슬레저 룩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패션업계는 격렬한 움직임에도 견디는 고기능성 러닝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이고 럭셔리 브랜드까지 러닝을 테마로 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블랙야크는 러닝 대회를 주최하고 러닝화, 베스트, 싱글렛, 쇼츠, 경량자켓 등 다양한 트레일 러닝 라인을 출시했다. 앰배서더 노홍철은 다양한 러닝 스타일링을 화보로 보여주기도 했다.
◇ 러너들의 패션 트렌드
러닝크루의 기본 패션은 라운드 티셔츠다.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는 세련된 ‘시티 러너’의 이미지를 준다. 상의는 일상복을 그대로 입고 하의만 운동복으로 바꾸는 러너들도 많다.
요즘 대세는 소매 없는 ‘싱글렛(singlet)’과 네온 컬러의 상의다. 여성 러너들은 화려한 색상의 브라톱에 헐렁한 민소매를 걸쳐 스타일을 살린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바이크 쇼츠나 쇼트 타이츠를 입는 러너들도 늘고 있다.
패션 포인트로 ‘양말’이 주목받는다. 복숭아뼈 위까지 올라오는 양말, 스트리트 브랜드의 디자인이 인기다. 여성 러너들은 니삭스를 통해 러닝화와 컬러 매칭을 하며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어글리 슈즈 역시 러닝 패션에서 빠질 수 없다.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에스’가 시작점이었고, 최근엔 호카오네오네가 주목받고 있다. 네온 컬러, 콜라보레이션 디자인 등이 주류다.

◇ 러닝 패션의 협업과 성장
일본 브랜드 언더커버와 나이키의 협업 ‘갸쿠소우 컬렉션’은 매년 높은 인기를 얻는다. 디자이너 준 다카하시는 도쿄 러닝 클럽의 일원으로도 유명하다.
아디다스는 이탈리아 브랜드 미쏘니와 협업해 과감한 패턴과 염색기법을 적용한 울트라부스트 러닝화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러닝 붐과 함께 트레일러닝 시장도 성장 중이다. 트레일러닝은 산길이나 언덕을 달리는 러닝으로, 더 과격한 환경을 필요로 한다. 소규모 브랜드 풀라르는 대표가 직접 트레일러닝을 하다가 옷을 만들게 된 케이스로, 러닝복과 일상복의 경계에 위치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제 러너들은 세련된 스타일, 기능성 장비, 기록 관리까지 아우르는 체계적 러닝을 추구한다. 함께, 멋있게 뛰는 것이 곧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고 있다.
◇ 건강한 러닝을 위한 루틴
필자는 건강검진에서 전당뇨 진단을 받고, 3개월간 러닝을 통해 약 없이 건강을 되찾았다. 스트레스, 음주, 폭식, 카페인 과다, 단짠 트렌드 등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러닝은 좋은 대안이었다.
주말 골프만으로는 운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러닝을 권한다. 워킹도 좋지만, 적절한 강도의 러닝은 건강 회복과 활력에 도움이 된다. 단, 족저근막염이나 관절 부상의 우려가 있으므로 올바른 자세와 워밍업은 필수다.
러닝 전후의 음식 섭취도 매우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인 러닝은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키므로 이를 중화해 줄 자연식 중심의 식단이 바람직하다.
운동 전에는 에너지로 전환이 빠른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 오트밀, 바나나, 키위, 포도, 딸기 등은 소화도 잘되고 즉각적인 에너지원이 된다. 러닝 후 30분 이내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해 회복을 돕고, 수분과 전해질 보충도 신경 써야 한다. 스트레칭과 폼롤러를 활용한 근육 이완은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
습관화된 루틴이야말로 건강과 자신감을 만들어 준다. 각자의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고 만들어 가길 응원한다.

곽재우 부사장
kwak4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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