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짧은 유행 아닌 긴 호흡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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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유석 ‘밀스튜디오’ 헴펠 대표

2025-06-21 오후 6:46:23

CFDK 회장 맡아 5년 동안 헌신…업계 귀감


AI 시대엔 ‘하이브리드 크리에이터’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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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유석'이라는 이름은 한국 패션업계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밀스튜디오’를 이끄는 헴펠의 대표이자 한국패션디자이너 연합회(CFDK) 회장직을 맡아 5년 동안 헌신해온 그는, 한때는 브랜드의 최전선에서 또 한때는 디자이너 생태계의 중심에서 겸손한 자세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오는 29일자로 CFDK 회장직을 내려놓는 그는 다시 크리에이터이자 경영자로 본업에 복귀한다. 브랜드의 다음 스텝을 위해 그리고 후배 디자이너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 CFDK 회장으로 5년 재임…디자이너 생태계 기반을 만들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5년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실질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자 동분서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명유석 대표는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지난 임기를 회고했다.


그가 CFDK 회장으로 재임한 기간 동안 가장 중점을 둔 과제는 지속가능한 디자이너 생태계 구축이었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창작과 비즈니스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환경적 기반이 마련돼야만 브랜드가 자립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에서다.


그 결과물은 구체적이었다. 공동 팝업 플랫폼 운영, 창작 지원금 확대, 해외 진출 연계 프로그램 구축이 대표적이다. 그는 “단발적인 지원보다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이제는 그 기반 위에서 어떻게 자라고 뻗어갈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AI 시대, 디자이너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디자인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는 특히 AI와 빅데이터가 패션 산업에 끼칠 영향에 주목한다.


“AI는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상력을 현실로 구체화 시켜주는 조력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하이브리드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그의 시선에서 AI는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읽힌다. 기술은 디자이너를 소외시키는 이단아가 아니라 창의성을 확장시키는 도구다. 감성 중심의 영역이었던 패션 디자인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만나면서 오히려 더 예민한 감각과 정교한 전략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방식이다. 기술이 촉발하는 변화 속에서도 디자이너의 정체성은 결코 희미해지지 않는다는 명 대표의 확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시발점


명 대표는 디자이너이면서 경영자다. ‘밀스튜디오’를 필두로 ‘밀앤아이’ ‘세인트밀’ 등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그에게 디자인 철학과 비즈니스의 균형은 어떤 의미일까.


“디자이너로서의 직관과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과 고객의 흐름을 읽는 경영자의 시선이 늘 치우침 없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브랜드를 운영할 때도 이 철학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균형이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변화된 니즈를 디자인적 언어로 번역해내고, 그것이 비즈니스와 연결되도록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감성과 논리를 동시에 설계하는 작업’이라는 그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의 브랜드 철학은 밀스튜디오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늘 새로움’을 모토로 유행보다는 실용성과 감성의 균형을 지향하되 빠른 상품 회전과 트렌디한 기획은 물론 매장 무드까지 시시각각 변화시키며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 밀스튜디오의 힘은 ‘늘 새로움과 민첩성’


지난해 밀스튜디오는 전국 8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4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불황 속에도 롯데백화점, 스타필드, 이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 안에서 ‘탑티어’ 브랜드로 꼽히는 존재감이 돋보인다. 이 모든 성과의 중심엔 철저한 시장 분석과 ‘소량 선기획 후 리오더’라는 민첩한 전략이 있다.


그는 “한정된 매력, 그러나 모두를 위한 기회”를 키워드로 제시하며, 밀스튜디오의 타깃인 2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의 감각적 취향과 공간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장을 구현한 것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의 정교화,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균형 있게 확장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 트렌드의 중심에서 발견한 두 가지 키워드


명 대표에게 트렌드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최근 그가 주목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세미 클래식’과 ‘테크 컴포트(Tech-Comfort)’다.


세미 클래식은 전통적인 실루엣과 소재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안정감 있는 새로움을 전달한다. 반면 테크 컴포트는 팬데믹 이후 더욱 중요해진 편안함에 미적 감각과 기능성을 더한 옷을 일컫는다.


“고객은 이제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옷을 찾고 있습니다. 그 균형을 시각화하는 것이 요즘 저의 디자인 과제입니다.”


◇ 후배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


“패션은 짧은 유행이 아니라, 긴 호흡의 표현입니다.”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화려한 조명보다 일관된 목소리를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의 진짜 힘이라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일이라고.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말고 좋은 동료, 협업자들과 함께 걸어가길 바랍니다. 산업과 시장은 혼자 견디기에는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정글 같은 곳이니까요.”


◇ 창작자로서의 새로운 출발


CFDK 회장직을 내려놓은 지금, 그는 다시 창작자로서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오랜 시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패션을 매개로 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꿈꾸는 ‘로컬 기반의 지속가능 패션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은 흥미롭다. 지역의 공방, 장인, 소재기업들과 협업해 각 지역 고유의 미감과 스토리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겠다는 발상은 고무적이다.


“혼자만의 브랜드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기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제 역할이 될 겁니다.”


◇ 진정한 성공은 삶과 창작이 만나는 지점


“단지 유명해지거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자기다운 언어로 꾸준히 이야기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 거듭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그에게 성공한 디자이너란 자기만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시장과 건강한 대화를 나누며 삶과 창작이 단절되지 않는 사람이다.


“패션은 결국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기에, 그 삶에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감각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이너 아닐까 생각해요.”


명 대표는 여전히 설계 중이다. 트렌드가 아닌 방향을, 유행이 아닌 기반을, 그리고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중이다. 패션이라는 언어로 시대를 읽고 다음 세대와 나누기 위한 그의 여정은 지금도 트렌드를 관통하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우현 기자
whk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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