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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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물류 플랫폼 기업 ‘위드길’, 원단 비즈니스의 새 장을 열다

2025-04-17 오후 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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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위드길 대표



“원단 업종은 사양산업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김상무 위드길 대표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봄비가 내리는 4월 어느 날 오후, 포천에 위치한 2,000평 규모의 위드길 물류센터에서 만난 김 대표의 눈빛은 확신으로 빛났다. “원단은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단지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을 뿐이죠.”


물류센터 내부는 천장까지 가지런히 정리된 원단 롤들로 가득했다. 직원들은 PDA를 들고 바코드를 스캔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전통적인 원단 창고의 어수선함과는 달리, 이 곳은 첨단 물류센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 중국에서 동대문까지, 플랫폼 비즈니스를 펼치다


김 대표는 위드길을 설립하기 전, 중국 상해에서 한국산 원단을 수입해 중국 내수브랜드에 직접 판매하는 무역업을 했다. 그 시절 그의 경쟁상대는 일본의 거대 종합상사들이었다. “그들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기획력과 모든 아이템의 재고 보유력을 보며 어떻게 하면 그들의 영업방식을 본받을 수 있을까 늘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재고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동대문 시장에 주목했다. 동대문의 재고 원단을 이용해 값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모아 경쟁력을 키우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부분의 재고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을 갖춘 물류회사를 직접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함께 길을 가보자'는 의미를 담은 제3자 물류 공유창고 ‘위드길’이다.


현재 33개 기업과 협업하며 연 매출 30억원 대를 록하고 있는 위드길은 원단 비즈니스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 공유와 협업…원단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혼자서 기획하며 재고를 떠안고 사업을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김 대표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원사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위드길은 회원사들과 함께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더 많은 재고 원단 판매 루트를 찾아 회원사들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작은 회사만 남아있는 원단 소재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김 대표는 공유와 협업을 제안한다. 하지만 서로의 원단을 카피하고 같은 바이어에 납품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돼온 이 산업의 특성상, 협업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가장 힘들고 누구나 꺼려하는 원단 창고 관리부터 시작했다. 창고 임대료와 인력난에 시달리는 소규모 원단 업체들이 갖는 공통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협업의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위드길의 가장 큰 강점은 PDA를 이용한 실시간 재고 관리 시스템이다. 사람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위드길은 첨단 시스템을 통해 재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한다. 다만 커팅 영역은 아직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라 간혹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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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길 물류센터 내부



◇ 함께 하면 모든 비용이 절약된다


“사실상 돈 벌기 어려운 구조여서 그런지 아직은 경쟁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경쟁 기업이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제3자 물류회사는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창고와 인원,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하나씩 회원사를 늘려가는 시스템이라 수익 회수보다 설비 재투자 시기가 더 빨리 돌아오는 게 사실입니다”


오랜 기간 원단 물류회사를 운영하며 김 대표는 원단 회사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그에 따르면 원단기업들이 무너지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남자 사장들의 경우 장사가 잘 안 되면 가장 먼저 창고 직원을 정리하고 본인이 1인 2역을 하겠다며 창고로 내려옵니다. 이것이 문 닫는 업체들의 공통된 패착입니다.”


기획과 영업으로 매출을 늘려야 할 사장들이 창고 관리에 매달리는 순간, 그 회사는 막장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다. 대표는 창고 업무는 직원에게 맡기고 기획과 영업에 집중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위드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함께 하면 모든 비용이 절약됩니다” 김 대표는 함께 하는 업체를 더 많이 늘려 더욱 많은 혜택을 회원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리고 원단업계가 사양산업이 되지 않도록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게 업무 환경을 바꿔 나가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구인광고를 냈을 때 사무직, 판매직, 영업직, 제품개발직은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많은 반면, 창고일을 병행해야 하는 직무에는 지원자가 현저히 적다는 사실이었다. “힘들고 꺼리는 일을 개선하면 구인의 폭이 넓어지고 구인난도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 원단에서 자유로워져야 매출이 오른다


2024년부터 위드길은 ‘ODF(One Dollar Fabric)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회원사들의 원단을 시세보다 비싸게 직접 매입해 판매 루트를 개발하는 이 사업은 올해 들어 7만 야드 정도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기존 거래처는 주로 신규 개발된 원단을 찾는 바이어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재고 원단을 찾는 바이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재고 관리의 핵심은 무엇보다 입고 관리라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출고는 어떻게든 관리할 수 있지만, 입고부터 틀리면 모든 것이 엇나갑니다”


위드길은 입고 시 송장 상 롤마수와 컬러, 로트 등이 기재된 바코드를 발행하고 실제 롤과 대조하는 작업을 철저히 수행한다. 이러한 정확한 입고 관리가 재고 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물론 사업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김 대표는 제3자 원단물류에 대한 인지도가 없을 때 거의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새벽 4시부터 회원사 창고 이사를 돕고 하루 업무를 시작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사장님, 일요일 하루는 좀 쉬게 해주세요”라고 했던 직원들에게 지금 와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들 대부분이 떠났지만, 한 여직원은 아직도 함께하고 있어 그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김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위드길에 오면 영업 걱정도, 원단 걱정도 없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동대문의 상징인 밀리오레 건물에 위드길 간판이 걸리는 날을 꿈꾸며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리되지 않는 재고는 자산이 아닌 비용”이라며 “원단이 진정한 자산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위드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혁신을 이끌어가는 위드길의 이야기는, 전통 산업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스템으로 무장하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원단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매출은 한없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라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국내 패션업의 희망찬 미래를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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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기자
whk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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