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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마티유 블라지, 뎀나, 조나단 앤더슨 |
몇 달 사이에 세계 3대 패션 하우스가 주요 크리에이티브 리더십 변화를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고, 뎀나(Demna)가 '구찌'에 합류할 예정이며,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크리스찬 디올'로 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재창조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럭셔리 업계에서 브랜드의 창조적인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들은 단발성 움직임이 아니다. 최근 몇 주 동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퇴진과 임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권력 이동은 업계에 어떤 의미를 갖을까? 과감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시대를 여는 럭셔리의 전략적 리포지셔닝일까? 아니면 성장을 재점화하기 위한 표면적인 수준의 조정에 불과한 것일까? 그 속내를 들여자 보자.
프랑스패션연합(FHCM)의 이머징 브랜드 책임자인 세르주 카레이라(Serge Carreira)는 “이것은 럭셔리 업계에서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에 의해 형성된 과도기적인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의 집합은 패션의 빠른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럭셔리 업계에서 새로운 단계의 시작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2022년에 22%라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인 후, 현재 3,930억 달러(578조 1,030억 원) 규모로 평가되는 글로벌 명품 시장은 2024년에 1.6% 감소하여 202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국 경제의 침체가 처음에는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되었고, 최근 미국 관세 인상으로 악화된 산업 전반의 침체로 인해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동시에, 럭셔리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심오하고 점진적인 변화에 맞서 싸우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구매자들은 단순히 명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명품의 가치를 체험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단 2년 만에 5천만 명의 하이-엔드 소비자드이 떠났다고 한다.
턴어라운드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2024년 매출 감소가 보고된 브랜드가 많음)는 창의적인 방향을 재고해야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리더십 변화의 물결을 설명하면서, 이 변화는 더 넓은 산업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마티유 블라지, 뎀나, 조나단 앤더슨(디올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음)을 비롯해,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베르사체의 다리오 비탈레(Dario Vitale), 뮈글러의 미겔 카스트로 프레이타스(Miguel Castro Freitas), 로에베의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Jack McCollough & Lazaro Hernandez), 질 샌더의 시몬 벨로티(Simone Bellotti)가 최근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2006년 매튜 블레이지가 결선 진출자로, 2004년 뎀나(본명 뎀나 바살리아)가 최우수상을 수상한 신예 디자이너를 위한 대회인 ITS(International Talent Support)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바바라 프란친(Barbara Franchin)은 “지금 우리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목격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정체성 위기에 처해 있다. 그들은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상실했고, 시스템은 분열되고 있다. 강력한 DNA를 가진 하우스만이 견고하게 버틸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압도적인 권력이 재무 및 경영진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디자이너로 막 발을 내딛기 시작했을 때 그들을 만났다. 특히 뎀나는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때도 뚜렷한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강점과 약점은 지금도 그대로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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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뎀나가 발렌시아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작품 |
언뜻 보면 샤넬, 디올, 구찌에 새로 들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대담하고, 파괴적이며, 신선한 에너지로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들이 신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재 메종 마르지엘라의 수장을 맡고 있는 글렌 마텐스(Glenn Martens)를 포함해 40세에서 44세 사이의 이들 디자이너들은 주요 럭셔리 브랜드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 내부 승진이다. 대표적인 예가 케어링 그룹 소유인 발렌시아가에서 구찌로 이동한 뎀나, OTB 그룹 산하 디젤에서 메종 마르지엘라로 이동한 글렌 마텐스, 최근 디올을 소유하고 있는 LVMH 브랜드인 로에베를 떠난 조나단 앤더슨 등이다.
프랑스 백화점 르 봉 마르쉐의 여성복 부문 책임자 이사벨 파인(Isabelle Fine)은 “창의적인 자극이 부족했다. 이 브랜드들은 분명히 창의적인 면에서 뒤처졌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가야 했다. 이 선택들은 각 브랜드마다 대담한 결정이었다. 창의적으로 흥미롭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 중 일부는 기대 이상이고, 일부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모두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뎀나가 구찌로 이적한 것은 세 가지 주요 인사 중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고, 발표 다음 날 케어링의 주가가 급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케어링 매출의 거의 절반과 영업 이익의 2/3를 차지하는 구찌는 2년 넘게 실적이 부진했다. 비평가들은 오는 7월까지 발렌시아가에 머물게 될 뎀나가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엣지있는 스트리트웨어에 기반한 미학에 계속 의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DLG 컨설팅의 자크 로이젠 (Jacques Roizen)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슈퍼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시대에는 디자이너가 브랜드의 유산을 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이제 미학적 방향, 포지셔닝, 고객 기반을 정의한다.”라고 말했다.
이전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는 2년 동안 부진한 성과를 보인 구찌는 뎀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번스타인 노트는 그에 대해 “강한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패션계의 황태자였으며,구찌에 잘 맞는 대담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 브랜드는 역사적으로 톰 포드와 알레산드로 미켈레 시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계를 뛰어 넘을 때 번창했다”라고 묘사했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들은 “그는 혁신적이고 아이러니한 사람이다. 매출이 22억 달러 미만인 것으로 추정되는 발렌시아가 같은 틈새 브랜드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더 큰 회사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점성을 대규모로 판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현재 뎀나가 구찌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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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유 블레이지가 샤넬을 재창조할까? 보테가 베네타를 위한 그의 룩 중 하나. |
샤넬의 마티유 블레이즈 임명은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칼 라거펠트가 이끈 영광의 35년, 그의 오른팔이었인 버지니 비아르가 6년 더 지휘한 후, 파리 하우스는 변화를 맞이할 때가 되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톰 에레부트(Tom Eerebout)는 “샤넬은 과거로부터의 휴식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창의적인 방향을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마티유가 하우스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케어링 그룹에서 보테가 베네타를 이끌었던 마티유 블레이지는 그만의 활기찬 창의력과 제품에 대한 통찰력으로 유명하다. 장인 정신에 대한 열정을 가진 그는 종종 장인들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로에베에서 근무할 때 전통 기술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던 조나단 앤더슨과도 같은 특성을 공유한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점점 더 전통과 장인 정신을 핵심 브랜드 가치로 강조함에 따라, 예술성과 제품 혁신의 결합은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마티유 블레이지, 뎀나, 조나단 앤더슨은 오늘날 패션계에서 가장 ?♣퓽岵?인물로 꼽히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내부 운영 방식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 이들을 매력적으로 여긴다. 영국 리버티(Liberty)백화점의 바잉 & 머천다이징 디렉터 리디아 킹(Lydia King)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창의성과 상업적 성과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평가들은 이러한 임명이 익숙한 이름을 재활용하려는 럭셔리 업계의 경향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의 공동 설립자이자 윤리적 페션 디자이너인 오르솔라 데 카스트로(Orsola de Castro)는 "패션 업계는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같은 직책을 거래하는 동일한 집단이다. 우리는 같은 역할을 맡은 같은 프로필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 업계가 의존하는 공급망은 지원 부족으로 붕괴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러한 고용 방식은 패션에 다양한 전문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지위에만 집착하는 폐쇄적인 문화를 드러낸다. 전체 시스템이 '슈퍼 디자이너'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면서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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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에베를 위한 조나단 앤더슨의 디자인 중 하나 |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Emanuele Coccia)는 “이 의자 뺏기 게임(musical chairs)은 실패한 모델을 재고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일종의 희생의식이다. 우리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주요 패션 그룹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의 해고 소식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밀라노 패션 위크 직전에 구찌가 그를 갑작스럽게 해고한 사실이 여전히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가 케어링 그룹 경영진의 칭찬을 받으며 불과 3시즌과 몇 달을 보낸 후였다.
파리 사회과학대학의 고급 연구 학교 강사인 에마누엘레 코치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태생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반면, 비즈니스 리더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서는 실적이 저조한 관리자부터 교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왜 이 강력한 기업들은 전통적인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젊은 브랜드에 투자하지 않는 것일까? 예를 들어, 가와쿠보 레이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할 때 다른 사람의 꿈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피카소에게 페르낭 레제르처럼 그림을 그리라고 요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럭셔리 그룹은 아트 기관처럼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 거버넌스 팀을 구성하고 문화를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논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럭셔리 업계의 샤넬과 디올, 발렌시아가 등 창업자 시대를 거쳐 크레에이티브 디렉터 원조격인 칼 라거펠트로 부터 시작된 럭셔리 업계의 전통적인 '의자 뺏기 게임'은 바야흐로 MZ세대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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