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모델, 그들의 런웨이는 곧 삶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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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이 맞지 않다'에서 시작된 시니어 모델 패션쇼의 역사

2025-03-13 오전 10: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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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동대문 DDP패션몰에서 펼쳐진 '몬테밀라노'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감동적인 런웨이를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년 10월 3일, 강남구에서 열린 강남 페스티벌. 이 행사는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었다. 패션 업계에서 시니어 모델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는 출발점이었다. 패션쇼 기획사 '더 모델즈'와 몬테밀라노는 국내 최초로 시니어 모델만 등장하는 패션쇼를 기획했고, 정부 지원을 받아 초대형 행사로 치러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니어 모델의 무대를 온전히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강남구 관계자는 "전문 모델 사이에 시니어 모델 몇 명을 섞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몬테밀라노의 입장은 분명했다. "전문 모델과 시니어 모델은 체급이 다릅니다. 같은 무대에 세우면 오히려 비교 대상이 되죠. 이 무대는 시니어 모델들만의 것입니다."


끈질긴 설득 끝에 국내 최초로 전문 모델 없이 오롯이 시니어 모델만 등장하는 무대가 완성됐다. 그리고 이 결정은 패션 업계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켰다. 전국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에 시니어 모델 학과가 생겼고, 각 지역 구청과 동사무소에서도 시니어 모델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더 나아가 시니어 모델만을 위한 워킹 교육과 에이전트 시스템이 자리 잡으며, 하나의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5년 3월 11일, 바로 엊그제 '몬테밀라노'는 또 한 번의 역사를 썼다. 동대문 DDP패션몰에서 70여 명의 시니어 모델들과 함께 토 한번의 무대를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무대는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었다. 여기에 참여한 모델들의 스토리는 더 깊고, 더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보듬는 모델이 되고 싶다”며 "무대 위에 선 분들 중에는 암을 극복한 분도 계시고, 가까운 지인을 잃고 깊은 우울증에 빠졌던 분도 계세요. 저마다 삶의 무게를 안고 있지만, 이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당당하게 걷습니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는 이번 패션쇼는 단순한 런웨이에서 '워킹'의 개념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패션쇼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는 참가자들이 서로를 안아주고, 격려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가끔 저에게 이렇게 말해요. '인생은 냉정한 거야. 현실을 직시해야 해' 맞아요. 현실은 냉정하죠. 하지만 그 냉정함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항상 옳은 건 아니에요. 때론 그 말이 상대방에게 더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거든요. 저는 시니어 모델들에게 그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끼리는 서로의 인생을 따뜻하게 안아주자고."


이날 패션쇼는 단순히 나이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함께 나이 들며 서로를 보듬는 공동체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젊은 모델들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워요. 하지만 시니어 모델들은 달라요.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포옹하고 응원하며 함께 가는 사람들이에요. 그게 시니어 모델 패션쇼가 가진 가장 큰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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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모델의 길,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 되다


7년 전 강남 페스티벌에서 시작된 시니어 모델 패션쇼는 이제 전국으로 확산됐다. 시니어 모델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을 위한 전문 교육 과정과 워킹 시스템이 정착됐다.


오 대표는 "우리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이 무대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누구나 런웨이에 설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이제 시니어 모델 패션쇼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장(場)이고, 서로를 응원하는 공간이며, 나이와 관계없이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기회의 무대다.


"우리의 런웨이는, 곧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몬테밀라노의 패션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당당한 시니어 모델들의 빛나는 워킹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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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기자
whk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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