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의 중심에서 글로벌 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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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 미국 LA에서 몬테밀라노 패션쇼 진행 당시 현지 언론에 실린 모습 |
한국 패션의 중심지 동대문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을 기반으로 글로벌 도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주요 도매 시장에서 중국 상인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동대문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의 봉헤찌로, 프랑스의 샹피에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이탈리아의 맥시 컬렉션 같은 시장이 중국 상인들의 빠른 공급망과 저렴한 가격에 의해 장악되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동대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동대문은 단순히 한국 패션의 허브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도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배운 생존 전략
필자는 2001년 몬테 밀라노를 런칭한 이후 중국, 미국, 프랑스, 홍콩,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시와 패션쇼를 진행하며 시장의 변화를 직접 목격해왔다. 특히 중국의 시장 침투 방식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국은 대량 생산과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가격 경쟁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 역시 그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필자가 동대문을 비롯한 한국 패션 시장에서 느낀 점은, 이제 독창적인 디자인과 브랜딩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K-패션의 핵심은 한국다운 디자인
한국 원단과 제조만으로는 중국, 특히 대규모 패션 플랫폼인 ‘쉬인(Shein)’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따라잡기 힘들다. 중국은 빠른 공급망, 경쟁력 있는 가격, 대량 생산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와 달리 K-패션은 한국적인 의복 디자인에 차별성과 핵심이 있다. 단순히 원부자재와 생산지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한국인의 생활 방식과 미적 감각이 반영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정체성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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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앞으로 동대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우선,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동대문은 단순히 빠른 생산과 저렴한 가격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품질로 차별화를 이뤄야 하며, 이를 통해 단순 도매 시장이 아닌 글로벌 패션 브랜드 허브로 재탄생해야 한다.
두 번째는 디지털 전환이다. 과거에는 바이어들이 직접 시장을 방문해 상품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글로벌 고객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는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의 집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 패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동대문은 친환경 소재와 윤리적인 생산 방식을 채택하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브랜드로 변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 미래 패션 시장에서 신뢰받는 위치를 확보하는 길이다.
넷째는 정부와의 협력 및 글로벌 확장이다. 동대문의 발전은 개별 상인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동대문 고유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제 전시회와 글로벌 패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동대문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대문 내의 협력 역시 중요하다. 생산자, 디자이너, 도매업자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내부 경쟁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동대문, 새로운 기회를 향한 도약 기대
동대문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잠재력을 지닌 곳이다. 필자가 몬테 밀라노를 운영하며 느낀 것은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생존의 열쇠라는 것이다.
독창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협력과 혁신을 바탕으로 동대문이 다시 한번 세계 패션 시장의 중심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K-패션의 진정한 가치를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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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희(Sylvia Oh)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LEONARD PARIS) 바잉팀장을 거쳐 2001년 몬테밀라노를 창업했다. |
오서희 대표
montemila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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