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위기에 유명 디자이너들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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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전반적인 정신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토리에 잘 맞아야

2025-01-02 오전 10: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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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마티유 블레이지



패션 피플은 디자이너의 움직임에 집착한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12월 초 샤넬은 케어링 그룹 소유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티유 블레이지를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했으며,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에서, 킴 존스가 LVMH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 소유의 펜디에서 떠나는 등 전례 없는 인사이동으로 인해 전 세계 패션업계의 이목이 럭셔리 브랜드에 쏠리고 있다.


베인앤코에 따르면, 이러한 유명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은 5년 전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올해 수요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럭셔리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럭셔리 기업들은 지속적인 가격 인상 이후 고객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 가지 전략은 루이비통의 지갑을 다시 열도록 고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와 잘 어울려야 하며, 무엇보다도 가방이나 신발의 라벨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갈등의 뿌리는 지난 5년간의 블링 붐과 불황에 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2020년 말부터 2022년 중반까지 마땅히 돈을 쓸 곳이 없자 롤렉스 시계와 구찌 핸드백으로 눈을 돌렸다. 2023년부터 미국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자 마침내 엄격한 봉쇄 조치에서 벗어난 중국 소비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러한 수요의 물결은 브랜드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HSBC 홀딩스의 애널리스트인 에르완 램버그(Erwan Rambourg)는 2019년 이후 유럽에서 상징적인 명품의 평균 가격이 54%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혁신의 필요성은 거의 없었다. 럭셔리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일종의 창의적인 안일함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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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드 사르노



하지만 지난 2024년 1년 동안 예상과 달리 럭셔리 수요는 대폭 위축되었다. 바로 이때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의 매력이 빛을 발했다. 쇼핑객을 흥분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기존의 것을 오려 붙여 넣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룩을 선보이는 것이다. 참신하고 창의적인 인재 영입은 수많은 필수 아이템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최고의 탑 디자이너는 고액 연봉을 받지만 -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 이러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면 브랜드에 대한 보상은 엄청날 수 있다. LVMH의 퇴임하는 최고 재무 책임자 장 자크 기오니(Jean-Jacques Guiony)는 지난 해 10월 투자자들에게 팀의 창의성을 상업적 성공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인 성장 동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재능있는 창의적인 디자이너 한 명이 어떻게 지친 브랜드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는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케어링의 블루칩 브랜드 구찌에서 찾을 수 있다. 10년 전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특유의 맥시멀리즘으로 브랜드 매출을 끌어올려 그가 떠난 2022년에는 구찌의 매출을 105억 유로(약 16조 원)로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하지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전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그들의 비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제품을 상품화하여 매장에 입점시키고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디자이너의 영향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팀을 구성하고 아카이브를 검토하고 컬렉션을 개발하는 등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최소한 18개월이 걸릴 수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려면 오래된 재고를 정리해야 하며, 이는 마진에 부담을 준다. 럭셔리 시장이 향후 1년 정도는 침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전반적인 정신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토리에도 잘 맞아야 한다고 컨설팅 회사 에퀘테(Equite)의 CEO이자 페퍼다인 대학의 럭셔리 전략학과 교수인 다니엘 랭거(Daniel Langer)는 말했다.


물론 어떤 디자이너도 매장 문에 새겨진 이름보다 더 커서는 안 된다. GAM Holding(감 홀딩스)의 럭셔리 브랜드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플레비오 세레다(Flavio Cereda)는 “틈새 시장을 뛰어넘는 스마트한 브랜드는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라 스타 팀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에르메스인터내셔널를 예로 들면, 나데주 바니시 뷸스키(Nadege Vanhee-Cybulski)는 이 브랜드의 여성 기성복 제품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지만, 여전히 아이코닉한 가방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이 샤넬이 에디 슬리먼과 같은 업계의 거물급 디자이너가 아닌 비교적 젊은 디자이너인 마티유 블레이지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2025년에 특히 주목해야 할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누구일까?


마티유 블레이지가 이끄는 샤넬이 그 대표적인 예다. 샤넬은 억만장자 형제인 알랭과 제라드 베르타이머가 소유하고 있지만, 샤넬의 재산은 에르메스와 LVMH의 디올을 포함한 동종 업계 상장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HSBC의 소비자 연구 부문 글로벌 책임자 에르완 랑부르(Erwan Rambourg)의 분석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인 샤넬은 2019년 이후 가장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기업 중 하나로, 대형 2.55 플랩백의 주가는 91% 상승했다. 더블 C 로고가 여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한다. 샤넬의 패션 부문 CEO인 브루노 파블로프스키가 온라인 매체 <BOF>에 "샤넬이 자신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케어링의 보테가 베네타는 마티유 블레이지의 후임으로 카르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를 임명했다. 마티유 블레이지의 퇴진은 구찌를 되살리려는 프랑스 대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보테가 베네타는 럭셔리 브랜드 중 유일하게 3분기에 매출이 증가했다. 이제 이 브랜드도 창의적인 전환기에 있다. 하지만 럭셔리 자문 회사인 오르텔리엔코(Ortelli & Co.)의 CEO인 마리오 오르텔리는 “샤넬이 전화하면 마치 레알 마드리드가 전화하는 것과 같다. 아무도 거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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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



루이스 트로터는 라코스테와 카르벵에서 찬사를 받았지만 주로 의류에 중점을 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일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액세서리에 중점을 둔 순수 럭셔리 브랜드다. 따라서 케어링은 구찌를 필두로 한 다른 하우스를 고쳐야 하는 부담이 더 크다.


반면에 셀린느는 에디 슬리먼 이후 번창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남성복을 선보이고 더블 C 개선문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출시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랄프 로렌에서 일했던 새로운 디자이너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는 2016년 이브 생 로랑에서 에디 슬리먼의 뒤를 이은 앤쏘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가 그랬던 것처럼 브랜드만의 패션 미학을 적용하면서 이러한 맥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은 다음 크리에이티브 혁신이 어디에서 나올지 궁금해할 것이다.


버버리 그룹이 LVMH의 대항마가 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랄프 로렌과 몽클레르의 결합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전 CEO 조나단 아커로이드(Jonathan Akeroyd)가 임명했던 디자이너 다니엘 리(Daniel Lee)의 잔류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찌도 사바토 드 사르노(Sabato de Sarno) 체제에서 매출 상승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재임 기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자이너의 일반적인 임기가 5~7년이라고 가정하면 2016년부터 디올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도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샤넬의 매출은 눈부신 성장 이후 둔화되고 있으며, LVMH는 CEO 베르나르 아르노가 차세대 리더를 임명하면서 일련의 경영 변화를 겪고 있다. 샤넬의 이번 변화는 이러한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디올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존 갈리아노는 비상장 기업인 이탈리아 OTB 그룹이 소유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지난 해 말 떠났다. 그가 어디로 컴백할지 럭셔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도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신호는 디자이너의 회전 목마가 너무 빨리 돌지 않을 때일 것이다. 이는 이 산업이 호황기를 지나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LVMH가 파리 올림픽을 후원하는 등 럭셔리와 스포츠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지만, 축구 코치를 닮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결과가 실망스러워지면 자리를 옮기는 것이 장기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는 럭셔리 업계에 좋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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