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패션업계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고 비우호적 날씨 영향으로 아우터 매출이 예년보다 떨어지면서 실적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조 단위 매출을 올린 패션 대기업들도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120억원 감소했으며 F&F도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16.6% 감소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과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 및 수입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업들은 실적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 부진 여파로 백화점으로 향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매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이어지는 불확실성에 업계는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업황 부진에 따른 가성비 소비의 재확산으로 브랜드 매력이 하락했고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 때문이다. 형권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의류 산업은 고물가, 고금리,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부진했으며 여기에 상장사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며 “2025년에도 내수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돼 업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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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호황에도 에잇세컨즈 ‘흔들’…삼성물산 패션부문, 성장동력 잃었나
지난해 매출 2조원을 기록하며 패션시장 왕좌에 올랐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올 한해 흔들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0억원 줄어든 433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20억원 감소한 210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패션시장 소비심리 위축과 비수기 영향, 폭염으로 인해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그간 매출을 이끌던 톰브라운의 라이선스 만료에 따른 리테일 매니지먼트로 계약이 변경되면서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명품으로 불리는 자크뮈스·스튜디오니콜슨·가니 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했던 ‘에잇세컨즈’ 마저 SPA 호황을 누리지 못했다.
최근 유니클로 매출 1조원을 시작으로 탑텐도 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고, 스파오 역시 전년대비 25% 신장한 매출 6000억원이 예상되고 있지만, 에잇세컨즈는 3분기 기준 매출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올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연매출은 2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해 매출 실적을 전년대비 1.4% 감소한 2조 225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1840억원으로 5.2% 감소가 예상된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전년대비 품목 효율화에 힘입어 이익을 개선하며 4분기 소폭 실적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세계인터내셔날, 카테고리 확장으로 실적 방어…본업 경쟁력 강화 필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연결 기준 순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6.3% 증가한 296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9억원 감소한 21억원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 확보 및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패션시장 전반의 침체 국면을 견디지 못하고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카테고리 다변화로 실적 선방은 이뤄냈다. 먼저 코스메틱 사업은 자체 브랜드 육성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했다. 비디비치는 글로벌 뷰티 시장 트렌드에 맞춰 리브랜딩을 진행 중이고, 스위스퍼펙션과 뽀아레는 아시아와 북미로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영뷰티 비건 브랜드 어뮤즈 인수를 완료하고 코스메틱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성장성을 높였다. 올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어뮤즈는 3분기 누계 매출(421억원)이 지난해 연간 매출(368억원)을 이미 넘어서며 실적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수입 패션은 라리끄·피비 파일로 같은 글로벌 인기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이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자체 패션 브랜드는 리브랜딩과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93% 감소한 1조 328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8.51% 감소한 446억원으로 전망된다. 4분기 매출액은 394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41%,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7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즈니스 구조가 내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급격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올해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화장품 사업부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향후 성장성을 키워나가는 데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 한섬, 소비침체 따른 실적 부진에도 중장기적 성장동력 확보에는 성공
한섬은 올 한해 국내 소비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착실히 확보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한섬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142억4400만원으로 3.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0억29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4% 줄었다.
한섬 측은 “매출이 내수 패션소비 둔화 및 이상고온 현상에 따른 가을·겨울성 아우터 판매 부진으로 감소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매출감소 영향으로 소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 한해 실적 한파에도 불구하고 한섬은 국내 패션산업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명품 중심의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자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통해 패션 사업부문의 성장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또 현대백화점과 자사 편집샵 등 핵심 유통망을 통한 브랜드 조기 안정화 및 기존 브랜드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를 통해 해외 패션 브랜드의 매출 볼륨 성장과 빠른 BEP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섬 만의 감성과 퀄리티를 바탕으로 타임, 시스템 브랜드의 해외 시장 확대와 국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다만 올 한해 실적은 여전히 좋지 못한 흐름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한섬의 올 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94% 감소한 1조 4990억원,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724억원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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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F, MLB·디스커버리 내년 해외 확장 기대감 고조…올해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F&F는 올 한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F&F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27.1%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510억원으로 8.5%, 순이익은 799억원으로 32.9% 각각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상고온 현상과 국내외 경기 둔화로 인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8.5% 감소했다”며 “특히 9월 중순까지 이어진 더운 날씨로 인해 내수 F/W 의류 판매가 지연돼 3분기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실적 부진에도 4분기에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소비 회복, 디스커버리의 중국 진출, 10월 말부터 추워진 날씨 영향 등으로 3분기 저점을 찍고 4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F&F는 지난 7월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라이선스를 취득한 바 있다. 디스커버리는 중국내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2025년말까지 100개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다.
이미 MLB를 중국에서 성공시킨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중국에서 인지도 높은 국내 연예인을 기용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MLB는 중국 외 지역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우선 인도 및 중동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LB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확산, 유학생들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서의 MLB 성장스토리가 타 국가에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다만 올해 실적은 업황 부진 여파가 반영돼 매출액은 전년대비 2.76% 감소한 1조 923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7.46% 감소한 4555억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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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턴어라운드’ 휠라홀딩스, 유일하게 4분기 반등 기대감 높아
올 한해 휠라홀딩스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3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반등을 이룬 데 이어 ‘위닝 투게더’로 명명된 5개년 전략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휠라홀딩스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 신장한 1조 495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0.9% 오른 934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아쿠쉬네트 부문의 경우 미국 골프 시장의 강세와 신규 출시한 타이틀리스트 골프 클럽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8.4% 상승한 매출 8441억원을 기록했다.
휠라 부문은 합작법인, 라이선스 사업 등 다각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매출을 창출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한 205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패션시장 소비 부진에도 휠라코리아의 국내 사업 매출은 에샤페, 인터런 등의 판매 호조로 전년동기대비 5.1% 증가했다.
실제로 휠라코리아는 유통채널 조정을 대부분 마무리했고(홀세일 채널 축소, 온오프라인 리테일 채널 강화), 앰버서더인 한소희를 활용한 마케팅과 인터런, 에샤페 등 신발 신제품의 판매 호조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다시금 상승하고 있다.
휠라USA는 내년 초 구체적인 사업축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사업축소 과정에 수반될 일회성 비용은 불확실성이 높으나, 그 동안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사업을 대폭 축소한 만큼 영업적자 축소도 예상된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올해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6.13% 증가한 4조 2523억원,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4008억원이 예상된다.
이호연 휠라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는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국내외 소비 침체 심화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의 지속 성장세, 휠라 부문 비용 절감 등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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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페이스 |
◇ 저점 다지는 영원무역, 본격 회복세는 내년부터
영원무역은 매출 회복 흐름은 탔지만 영업이익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영원무역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98% 증가한 1조 685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2% 줄어든 1045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 부진은 자전거 ‘스콧’ 브랜드의 과잉 재고와 수요 부진에 따른 할인 판매 지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스콧 사업부의 영업적자는 3분기 680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 8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우호적인 날씨 탓에 지난해 1조 매출을 달성한 노스페이스 역시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노스페이스 판매법인인 영원무역홀딩스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4% 소폭 증가한 1조 75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2.2% 감소한 1161억원으로 부진했다.
증권가는 올해 영원무역이 저점을 다지는 기간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원무역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73% 감소한 3조 3979억원, 영업이익은 35.9% 줄어든 4085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3분기 OEM 사업부의 매출 회복세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이 20% 가까이 성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영원무역의 견조한 성장세와 업계 내 경쟁력이 입증된 성장률이라는 판단”이라며 “본업 실적이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하고 있고 스콧 사업부 부진의 끝이 보이고 있어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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