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계열 한섬, 김민덕 체제 그대로…시스템·오에라로 글로벌 시장 공략
대기업들의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시작됐다.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의 취임과 함께 계열분리를 시작하는 파격적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변화’를 예고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유임하는 결정을 내리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패션 사업부의 변화다. 올 한해 내수 부진으로 패션 사업부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새롭게 부임하는 경영진들은 실적 쇄신을 첫 번째 과제로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결 기준 순매출액 2960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패션시장 전반의 침체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6%, 65% 감소한 수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섬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1% 감소한 3142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1.8% 감소한 60억원을 기록했다.
9월 이상 기후로 인한 고온 현상으로 아우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유통 채널 전반에 걸쳐 매출이 감소했고 여기에 고물가 기조로 내수 소비가 부진하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여파다.
이런 상황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정기 임원인사가 내년 실적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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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그룹이 2025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
◇ 정유경 號 신세계…‘믿을맨’ 김홍극 신세계인터내셔날(SI) 구원투수로
신세계그룹이 2025년 정기임원인사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유경 회장 취임으로 신세계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백화점 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중심으로한 패션·뷰티 부문 실적 강화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은 30년간 신세계를 이끌었던 어머니 이명희 총괄 회장과 많이 닮아 '리틀 이명희'로 불릴 정도”라며 “그간 신세계백화점의 카테고리 확장을 주도했던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면세점과 패션 사업부를 과감히 손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신임 회장은 디자인과 패션을 전공한 만큼 면세점과 패션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치, 돌체앤가바나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수입과 ‘자주’ 브랜드의 기획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만큼 본업 경쟁력 강화에 핵심이 될 계열사로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꼽힌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에 김홍극 대표를 앉히면서 반등을 꾀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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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극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 |
김홍극 대표는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해 전략본부MDㆍ전략담당 상무 등을 거친 상품기획 전문가로 2018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 선임 이후 첫 흑자 달성을 주도했고, 2022년부터 신세계까사 대표로 부임해 적자 폭을 줄이면서 흑자 전환을 이끈 장본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유경 회장의 ‘믿을맨’으로 불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에 이어 뷰티를 탑재하며 투트랙 전략으로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 사업을 총괄할 뷰티전략 태스크포스(TF)팀과 뷰티 편집숍인 ‘시코르’ 총괄 조직을 신설했다.
앞서 영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713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스위스퍼펙션’ 해외 진출, ‘비디비치’ 리브랜딩 등 자체 뷰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상품기획 전문가 김홍극 대표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내수 위주인 백화점 사업에 비해 뷰티 사업은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뷰티를 적극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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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덕 한섬 대표 |
◇ 한섬, 김민덕 대표 체제 유지…’한섬라이프앤’ 합병 시너지 나올까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유임시키면서 안정적인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한섬도 김민덕 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라며 “지난해 주력 계열사 대표들이 교체된 만큼 올해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전원 유임시켜 불황 속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혁신에 매진토록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섬은 한섬라이프앤을 완전 자회사로 흡수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섬라이프앤은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운영하는 자회사다. 이러한 한섬의 행보는 한섬 내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한섬 관계자는 “뷰티 사업에 대한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한섬라이프앤과의 합병을 결정했다”며 “향후 뷰티 사업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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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섬이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하면서 뷰티 카테고리 강화에 나선다 |
한섬라이프앤은 사업 초기부터 독자적인 성분을 개발해 차별화 및 고급화 전략을 표방해 주목된다. 한섬라이프앤의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 제품 가격은 20만원에서 최고 120만원대까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내수 부진으로 프리미엄 화장품 소비가 줄면서 자본잠식에 빠졌지만 한섬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실제로 ‘오에라’는 올 한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면세점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5% 신장했고 같은 기간 면세점에서 중국인 고객들의 매출 비중은 230% 늘었다. 한섬은 최근 신규 코스메틱 브랜드 총괄 채용 공고를 내는 등 전문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민덕 대표 체제 아래 유지하고 있는 여성복 ‘시스템’의 글로벌 진출 프로젝트도 순항 중이다. 한섬에 따르면 지난 6월 파리에 오픈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시스템 파리’가 출범 5개월만에 목표 매출 대비 130%의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장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섬의 첫 글로벌 단독 매장으로 초기부터 현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모습을 보여 향후 전망이 고무적이다. 평일에도 100명이 넘는 유럽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는 등 오픈 3개월만에 누적 방문객 1만명을 넘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재필 기자
sjp@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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