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연중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11월11일)' 기간 동안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소비 불황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긍정적인 메시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징둥닷컴(JD.COM), 가젯 제조업체 샤오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올해 광군제가 역대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하루가 될 것이라는 수많은 수치를 발표했다.
중국 1·2위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이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 가전과 미용 제품등을 중심으로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고 밝혔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이 할인 기간을 역대 최장으로 늘리는 등 주춤한 광군제 열기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이다. 알리바바는 이를 두고 침체한 내수가 회복하는 신호라고 자평했으나 두 회사 모두 매출액 등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양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은 지난달 21일부터 전날 자정까지 진행한 광군제 행사 기간 총거래액(GMV)이 10억위안(약 1천933억 원)을 넘긴 브랜드는 애플과 하이얼, 메이디, 샤오미 등 모두 45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올해 가전제품, 소비자 전자기기, 뷰티, 의류 등 4개 제품군의 수요가 가장 강했다며 이는 내수 회복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또한 알리바바는 유료 회원인 88VIP의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징둥도 자사 블로그 등을 통해 지난달 14일부터 전날 자정까지 행사 기간 쇼핑객이 작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징둥은 실시간 방송을 통한 주문은 3.8배 늘었고 1만7천개 이상 브랜드에서 거래량이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컨·로봇청소기 등의 판매 호조로 가전 부문 거래량이 200% 증가했으며, 게임용 노트북과 학습기 등 인공지능(AI) 기반 제품 판매 증가에 힘입어 소비자 전자기기 제품 거래량도 두배로 늘었다. 또 의류는 오리털 재킷과 아웃도어 의류, 방한용 부츠 등 겨울용 제품의 판매량이 두배로 증가했다고 징둥은 덧붙였다.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레이쥔(Lei Jun)은 프로모션 기간 동안 총 매출이 319억 위안(약 6조 1,961억 원)으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주로 쌍십일(雙十一)로 불리는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숫자 '1'이 네 개 겹치는 날인 11월 11일을 '연인이 없는 싱글을 위한 날'로 기획해 2009년 처음 행사를 시작한 뒤 중국 최대 쇼핑 시즌으로 굳어졌다.
이후 10여년간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내수 부진과 청년 실업률 증가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 등이 겹치며 광군제 효과가 이전만 못 하게 되자 거래액을 비공개로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신툰(Syntun)에 다르면 지난해 광군제 기간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매출액이 1조1천4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추정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원래 11월11일 24시간 동안이던 광군제 기간이 점차 늘어 올해는 10월 14일에 시작해 역대 최장이 됐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거시경제 둔화 영향으로 소비 심리의 가늠자인 광군제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는 잦아들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올해 광군제 시작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 또는 적은 금액을 쇼핑에 쓰겠다고 답했다.
<AP통신>도 부동산 위기와 경기 침체로 중국 소비자들이 광군제 기간에 지갑을 열기 꺼린다고 전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업계 리더들은 중국이 수개월 동안 거의 제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후 소비를 소생시키기 위해 1조 4천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소비자 신뢰 회복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반등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한 달에 걸친 장기간의 프로모션 기간으로 인해 일부 지출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졌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리바바의 전 글로벌 주요 계정 책임자이자 <이커머스의 재구성>의 저자 샤론 가이(Sharon Gai)는 “한때 연간 매출의 약 3분의 1을 기록했던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던 광군제가 연중 할인이 보편화되었고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할인 피로감으로 인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여행과 같은 일부 부문에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지출은 여전히 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보다 신중한 소비로의 변화를 반영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두 대형 이커머스 업체는 광군제 기간 동안의 총 상품 가치를 공개하지 않고 대신 거래가 증가한 가맹점과 브랜드 수를 강조했다. 알리바바는 판매자의 마케팅 비용 절감을 돕는 인공지능(AI) 기능을 강조했다. 징둥은 인공지능 스마트 안경 주문이 3배, 인공지능 학습 기계 주문이 10배 증가하는 등 인공지능이 강화된 전자제품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주문이 급증했지만, 현지 언론과 일부 사례에 따르면 티몰과 같은 플랫폼에서의 구매 중 일부는 할인 인센티브를 활용하기 위해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쇼핑객은 다른 구매에 대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크레딧을 받은 후 취소 및 반품할 의도로 주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의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소셜 앱 샤오홍슈(Xiaohongshu)에서는 많은 사용자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랄프로렌, 버버리 그룹, 발렌티노 패션 그룹 등 해외 브랜드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7,000위안(약 136만 원)을 지출하면 티몰에서 구매한 상품에 대해 560위안(약 11만 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의 모든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사실상 1년 내내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 내 실제 소비자 지출 비율을 정량화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이는 1년 전 스위스 명품업체인 리슈몽(Cie. Financiere Richemont SA)의 네타포르테(Net-A-Porter)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경험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올해 1분기에도 상품 반품률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여 전반적인 추세와 소비자 성향을 잠재적으로 빛이 바랠 가능성도 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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