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매장 텅텅’...심화되는 럭셔리 추락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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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은 중국 소비자...회복 기대와 달리 명품 브랜드들 줄줄이 고전

2024-11-06 오전 11: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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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픈 예정이었던 루이비통의 베이징 플래그십 스토어는 아직도 공사중?



작년 6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그는 회사의 최고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2024년 상반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었던 베이징의 5층짜리 부지를 방문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건물은 여전히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 매장은 빠르면 내년 말에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핵심 프로젝트의 느린 진행은 LVMH와 같은 유럽 럭셔리 기업이 중국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엄격한 코로나 제한이 해제된 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수요는 3월 이후 이들 브랜드의 주식 시장 가치에서 약 2,510억 달러(346조 2,545억 원)가 사라지는 등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 침체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징후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버킨 백을 수만 달러에 쉽게 팔 수 있는 에르메스의 판매 직원들은 이례적인 조치로 고객들이 상징적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금액을 인하했다. 케어링과 버버리 그룹을 비롯한 럭셔리 기업들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최대 50%의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최신 제품군에 대한 고객들의 잔소리에 익숙해진 영업 임원들은 VIP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LVMH는 중국에서 가장 큰 소비를 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올 여름 올림픽 기간 동안 이들을 파리로 초청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했다. 컨설팅 업체 디지털 럭셔리 그룹(Digital Luxury Group)에 따르면 수년간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중국 럭셔리 시장은 올해 15%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가 전국적인 주택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는 부분적으로 경기 순환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유럽의 럭셔리 대기업들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점은 수요의 영구적인 변화 조짐이다. 시진핑 주석이 부패한 정부 관리들을 단속하고 소득의 공평한 분배를 촉진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부의 과시가 더 이상 유행이 아니라 잠재적인 위험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명품을 통한 과시적 지위 상징보다는 여행과 같은 경험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나티시스(Natixis S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게리 응(Gary Ng)은 “정책으로 인한 ‘부끄러운 럭셔리(luxury shame)’ 현상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둔화되고 부의 효과가 약화되는 것이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를 과시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루이비통의 향후 베이징 플래그십 스토어는 스와이어 프로퍼티스(Swire Properties Ltd)가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에 위치한다. 인접한 두 개의 건물에는 LVMH의 디올과 티파니에 임대되어 있지만 개장 일정은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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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LVMH 프로젝트



스와이어 대변인은 루이비통 매장 작업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플래그십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브랜드는 지난 9월 단지의 다른 부분에 임시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와이어가 중국 본토의 럭셔리 소매 시장에 대해 '완전한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르메스 대변인은 회사가 제품 구매에 지출 한도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VMH와 케어링과 같은 럭셔리 기업들은 중국의 호황에 따라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중국에 쏟아 부었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코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 사이에 중국의 럭셔리 상품 시장은 4배 이상 성장한 4710억 위안(91조 800억 원)에 달했다.


패션 컨설팅 회사 치디자인(Chi Design)의 설립자인스티븐 안(Steven An)은 지난 10년 동안 PR 회사의 고위 임원으로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을 때 모두가 럭셔리를 입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당시에는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LV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에르메스, 샤넬, LV가 가장 흔한 브랜드였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소비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초기 예상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케어링은 프랑스 패션 그룹의 최대 브랜드인 구찌의 매출이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3분기에 25% 감소한 후 연간 수익이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LVMH는 같은 분기에 중국을 포함한 지역에서 16% 감소했으며, 이는 지난 3개월 동안의 14%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LVMH의 CFO 장 자크 귀오니는 지난 달 실적 발표에서 “현재 중국 본토의 소비자 신뢰도는 코로나 사태 당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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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상하이 광군제 기간 동안 난징 이스트 로드에서 한 쇼핑객이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 쇼핑백을 들고 있다.


지난 9월 중국으로의 스위스 시계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0% 감소하여 바쉐론 콘스탄틴과 IWC를 소유한 리치몬트 그룹과 오메가를 소유한 스와치 그룹과 같은 럭셔리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레알은 지난 분기 북아시아에서 유사 판매가 6.5% 감소했으며, 중국의 뷰티 시장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티로더는 9월까지 3개월 동안 매출이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한 중국에서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올해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주가는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다.


매출 감소는 중국 내에서 불고 있는 눈에 띄는 분위기 변화를 반영한다. 와인버그 캐피털 파트너스(Weinberg Capital Partners)의 창립 회장이자 케어링의 이사회 멤버인 서지 와인버그(Serge Weinberg)는 9월 프랑스 TV 네트워크 <BFM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분적으로 사회적 이유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생활 방식은 ‘신중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큰 시계, 가방, 눈에 잘 띄는 물건은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옆으로 치워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행동의 변화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2년 동안 기록적인 수의 고위 관리들을 구속하는 등 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금융과 테크 등 이전에는 잘나가던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캠페인은 시진핑 주석이 10년 전 집권한 이래 그의 리더십의 특징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책임의 일부만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 노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 시장의 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때 황금기였던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현 시기를 '역사의 쓰레기 시간(garbage time of history)'라고 부른다.


'쓰레기 시간'은 스포츠 경기에서 점수차가 너무 크고 종료시간이 가까워, 산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승패가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수들은 더이상 경기할 마음이 없어지고, 관중도 경기에 흥미를 잃은 상황에서 남아 있는 마지막 무료한 시간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자들은 “더 이상 중국의 내일은 없다 (no more tomorrow for China) "는 의미로, 이 문구를 은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쇼킹한 문구가 SNS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는 사실은, 일부 중국 지식인들이 이미 닥쳐온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히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할 수 없기에, 역사를 앞에 내세운 것이다.


코코 리(46세)는 1년에 약 60만 홍콩달러(1억 626만 원), 즉 수입의 약 20%를 명품 구매에 지출했다. 홍콩의 다국적 기업 임원으로 일하다가 직장을 잃은 후, 그녀는 자신의 습관을 줄이고 중국 본토 온라인 플랫폼에 에르메스 핸드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예전에는 마음에 들면 아무 생각 없이 럭셔리를 샀다. 하지만 앞으로 수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은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이 없다.”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럭서리엔사이트(Luxurynsight)의 CEO 조나단 시보니(Jonathan Siboni)는 "중국 내 명품이 특히 중산층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라며, 자신의 회사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4분의 1이 12개월 전보다 서구 브랜드에 매력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확장도 문제다. 아시아 국가에 지연 전술(go-slow)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는 럭셔리 캐시미어 제조업체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SpA)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만일 너무 빨리 올라가면 빨리 내려간다. 중국과 같이 초연결(hyper-connected) 국가에서는 위험이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몇몇 브랜드는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르메스는 중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에서 3분기 매출이 1%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2.3%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에르메스의 최고재무책임자 에릭 뒤 할구엣(Eric du Halgouet)은 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에르메스의 충성도가 가장 높은 고객이 여전히 보석, 핸드백, 기성복 패션과 같은 고가 제품을 과시하고 있어 실적은 유지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프라다는 같은 분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12%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는 관광객 지출이 48% 증가했다. 이 회사는 Z세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자매 브랜드 미우미우의 성공에 힘입어 경쟁사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지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그 증거는 거의 없다. 중국의 테크 대기업 바이두(Baidu Inc)에 따르면 10월 초 일주일간의 연휴 기간 동안 중국 전역의 주요 쇼핑몰의 유동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비록 중국 경제가 개선되더라도 쇼핑객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럭셔리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소매업 컨설팅 회사인 브라이터뷰티(BrighterBeauty)의 CEO 제시카 글리슨(Jessica Gleeson)은 “열망에 찬 중국인들은 더 이상 자신의 부유함을 증명하기 위해 브랜드가 정의하는 기쁨이나 라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재는 자기 자신, 건강, 엔터테인먼트 경험에 대한 투자가 돈이 움직이는 곳이며, 이 추세가 반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상하이에 살고 있는 장통(24세)은 중국에서 성공한 A급 학생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 구찌 가방, 한정판 에어 조던 운동화, 화려한 드레스를 구입하는 데 1년에 최소 10만 위안(약 2천만 원))을 지출하곤 했다. 그녀는


“당시에는 나만의 생각과 판단력이 별로 없었다. 그저 멋있는 사람처럼 옷을 입거나 행동하는 표준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따라가기만 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박물관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는 평범한 티셔츠와 대학에서 공짜로 받은 캔버스 가방, 크록스 신발 한 켤레를 즐겨 신는다. 이제 멋지다는 것은 더 이상 유명 브랜드를 자랑하고 특정 경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브라이터뷰터의 CEO 제시카 글리슨은 “더 이상 비싸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국 소비자들은 더 많이 산다고 해서 더 많은 행복이나 성취감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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