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와 같은 대규모 소매업체들은 쇼핑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실적 변수 중 하나인 날씨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분석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고 계획에만 엄격하게 사용되던 날씨 데이터가 이제는 소매업체가 광고를 지역화하고 스웨터와 같은 계절 상품 할인 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로 날씨 분석을 통합하여 재고 계획을 수립하는 월마트는 올해 미국 일부 지역에서 예년보다 몇 주 일찍 자외선 차단제 가격을 인하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의 스킨케어 카테고리 재입고 고문인 커비 도일(Kirby Doyle)은 몇 년 전 같았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널 케어 제품을 만드는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에서 일하는 커비 도일은 “처음에 (날씨 데이터는) 높은 수준의 계획을 위한 예측 모델에 불과했다.”라고 말하면서 “이제는 시즌 전 계획과 시즌 내내 날씨의 영향을 진단하고 프로모션 일정을 잡는 등 작업에 날씨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메테오노믹스(Meteonomiqs)부터 미국 회사인 플래널리틱스(Planalytics)와 웨더트렌드인터내셔널(Weather Trends International)에 이르기까지 틈새 기상 컨설턴트 그룹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날씨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월마트 임원이 회장으로 있는 전미소매연맹은 지난 7월 플래널리틱스와 함께 소매업체들이 날씨 분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격 책정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날씨 데이터 도구가 곧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플래널리틱스와 경영 컨설팅 회사인 베어링포인트(BearingPoint)는 소매업체가 가격 책정을 위한 분석 모델에 통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지난달 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자리인 업계 워크숍에서 베어링포인트의 경영 컨설턴트 라이언 오라본(Ryan Orabone)은 “날씨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면서 “하지만 분석은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가격 책정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처럼 따뜻한 10월에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소매업체들이 진땀을 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리테일 기업 트랙터 서플라이(Tractor Supply)의 CEO 할 로튼(Hal Lawton)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4분기에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날씨가 더 추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날씨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 회사는 난방용 펠릿과 겉옷과 같은 추운 날씨용 제품을 판매한다.
딕스 스포츠용품과 로스 스토어(Ross Stores) 등을 고객사로 둔 플래널리틱스(Planalytics)의 CEO 프레드 폭스(Fred Fox)는 날씨 분석은 트랙터 서플라이 같은 회사가 겨울용품 할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미국의 11월 기온이 2023년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예측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할인을 하면 나중에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프레드 폭스는 말했다.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직관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 가전·인테리어 유통업체 로우스(Lowe's)의 최고 재무 책임자 브랜든 싱크(Brandon Sink)는 5월의 춥고 습한 날씨를 전 분기 매출 약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타겟, 갭, 트랙터 서플라이를 고객사로 둔 웨더 트렌즈(Weather Trends)의 설립자 빌 커크(Bill Kirk)는 그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빌 커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5월은 실제로 습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6년 만에 가장 더운 5월이었고, 40년 만에 세 번째로 더운 5월이었다"고 말하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매업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3주에 한 번씩 자연재해로 인해 1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이는 1980년대에 3개월에 한 번 발생하던 것에서 증가한 수치다.
컴퓨터 모델을 사용하여 소매업체가 날씨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플래널리틱스는 2024년에 작년보다 두 배 많은 모델을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이 회사의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인 에반 골드(Evan Gold)는 말했다. 2019년 이후 이 수치는 9배나 증가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를 사용하는 소매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메테오노픽스의 스테판 보르네만(Stefan Bornemann) 대표는 소매업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날씨가 유동인구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심한 기상 패턴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빌 커크는 기온 변화에 따라 특정 제품의 매출이 어떻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지 분석했다. 그는 말 담요 판매는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7%씩 증가하고 스타벅스 커피 판매는 2%씩 증가한다고 말했다.
일부 클라이언트은 수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이른바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을 위해 빌 커크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만일 판매 시즌이 특히 부진할 경우, 고객사들은 초과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나중에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시행하는 대신 조기에 작은 가격 인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빌 커크는 말했다.
그는 "이제 소매업체들이 날씨를 실적 부진에 대한 핑계로 삼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월스트리트는 그런 변명을 싫어한다. 그러한 변명은 결국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사업을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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