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생태적 전환기의 섬유, 패션 & 럭셔리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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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전환은 더 이상 선택 아닌 필수... 업계 결론은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

2024-11-04 오전 11: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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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자연재해가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생태적 전환(ecological transition)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패션 업계는 10년 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정학적 긴장과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배하는 글로벌 상황 속에서 여전히 큰 과제를 안고 있으며 진전은 더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4~25일 베니스에서 '리제너레이션을 선도하다(Leading re-generation)'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베니스 지속 가능한 패션 포럼은 이러한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탈리아와 유럽의 패션 업계는 그동안의 진전, 가용 자원, 관료적 장애물, 달성해야 할 목표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이탈리아의 섬유 및 의류 부문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협회인 시스테마 모다 이탈리아(SMI)와 이탈리아 산업가 협회인 컨핀두스트리아(Confindustria)의 현지 지부와 함께 이번 행사를 주최한 컨설팅 회사 더 유러피언 하우스 - 암브로세티(TEHA)의 의견은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이었다. TEHA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199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55% 감축하기로 정한 기한인 2030년까지 예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2023년 EU가 채택한 '핏 포 55(Fit for 55)'라는 새롭게 개정된 친환경 법안 패키지도 고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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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패션 업계 관계자들이 베니스에 모여 패션 업계의 생태적 전환을 논의했다.


지난 6년 동안 유럽 패션 업계는 기업의 총 매출 대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율을 측정하는 지표인 탄소 집약도를 매년 9.7%씩 줄였다.


TEHA의 계산에 따르면, 이대로라면 패션 업계는 2030년이 아니라 2038년에야 '핏 포 55'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목표보다 8년이나 늦은 것이다. TEHA의 파트너이자 지속가능성 책임자이며 이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카를로 시치(Carlo Cici)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기후 변화의 사회 경제적 영향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연이 이 부문에 상당한 비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유럽 패션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연간 500억 유로(74조 7,850억 원)로 추정되며, 따라서 패션 업계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해 있다. 2030년까지 247억 유로(36조 9,438억 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되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거나 혹은 배출량을 제한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여야 하며, 이로 인해 업계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인 1570억 유로(234조 8,249억 원)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가지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아마도 [패션 업계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25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4,500만 유로(673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100개 패션 기업 중 28개 기업은 여전히 환경 성과를 공식적으로 측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00개 기업 중 34개 기업은 EU가 정한 속도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탈탄소화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럭셔리 그룹에게는 일부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유럽 최고의 럭셔리 제품 생산국인 이탈리아의 경우 이 부문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연구는 2,686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탈탄소화에 필요한 추가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은 평균적으로 7%에서 11%에 이르는 마진의 5.8%를 포기해야 할 위험이 있으며, 특히 소규모 기업의 경우 7% 정도”라고 결론을 내렸다.


기업들이 다가올 규제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으면 투자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SMI의 세르지오 탐보리니(Sergio Tamborini) 회장은 “2022년, 우리는 해당 부문에서 수명이 다한 제품에 대한 생산자 책임을 확대하여 새롭게 재활용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2025년은 곧 시작될 예정이고,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법안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뒤처지는 것은 관료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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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EU의 패션 및 섬유 산업을 위한 다양한 탈탄소화 시나리오


세르지오 탐보리니 회장은 “10년 전에 느꼈던 긴박감이 줄어들고 있다. 오늘날 지속 가능성은 규제와 프로토콜의 문제다. 하지만 생태적 전환은 관료적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유럽에서는 제조업체가 책임감 있게 생산하도록 여러 규제와 인증이 제조업체에 부과되고 있다. 동시에 유럽 생산자에게 부과된 요건과 완전히 상반되는 조건에서 생산된 제품이 우리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유럽 기업가들의 업무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이미 있는 법을 시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럽섬유연합(Euratex)의 디르크 반티엠(Dirk Vantyghem) 사무총장은 “아마도 너무 많은 규제가 부과된 것 같다. 너무 많고, 너무 빨리 진행된다. 우리는 관료주의를 줄이고자 하며, 이는 한편으로는 규제를 줄이되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생태학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이제 우리는 업계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입법 프레임워크를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마치 복잡한 퍼즐과 같아서 각 조각은 오랜 협상과 과정을 거쳐야 하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조립해야 한다. 하지만 이 퍼즐이 완성되면 섬유 산업 전체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럽섬유연합의 부사장인 바바라 시미노(Barbara Cimmino)는 “우리는 지속 가능성과 산업 제조를 조화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제조와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EU] 규정을 설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현재 섬유 패션 업계는 ‘명확하고 정의된 완전한’ 입법 체계를 기다리면서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투자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망이 있어야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후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구매 행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카를로 시치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전 세계 26,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우리 모두는 걱정하고 있지만, 지갑에 있는 돈이 적다고 해서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란제리 체인 야마메이(Yamamay)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바바라 시미노는 “이러한 높은 소비 추세를 되돌리기란 정말 복잡할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신세대가 다른 정신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프로필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엘리트와 훨씬 더 큰 규모의 하드코어 과소비자 집단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패스트 패션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순환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2년, 유럽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섬유 산업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침과 규제 사이의 16개의 새로운 입법 이니셔티브로 구성된 광범위한 정책 패키지의 일부다. 바바라 시미노는 “규정은 EU 회원국이 직접 적용한다. 그러나 지침은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긴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며, 종종 상당한 변화를 수반한다. 따라서 유럽 시장 수준에서의 조화가 중요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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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EU가 추진하는 16가지 입법 이니셔티브



패션 업계가 새롭게 적용되는 규칙에 적응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은 주로 직공, 원자재 생산자, 제조업체와 같은 제조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SMI의 세르지오 탐보리니 회장은 “이러한 기업들은 종종 덜 탄탄한 회사들이며, 항상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신발 생산 및 유통업체 나이스 풋웨어(Nice Footwear)의 CEO 브루노 콘테르노(Bruno Conterno)는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역량을 뛰어넘는 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는 충분한 자원이 있을 경우에만 투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에 주식 시장 상장을 선택했다. 2년 후 주식 시장이 우리 사업 모델에 비해 너무 불안정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매출과 EBITDA는 두 배로 늘었지만 시장 가치는 절반으로 줄었다. 기업가들은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합한 금융 파트너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의 역량을 믿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소규모 장인 기업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섬유 분야에서는 투자자를 유치하기가 어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관념은 더 이상 업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브루노 콘테르노는 “오늘날 그것은 한계가 되었다. 우리는 문화적 모델을 바꿔야 한다. 장인들은 최대 6개월 앞을 내다보는데, 이런 전망으로는 생태적 전환에 필요한 투자를 계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소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업계 리더에게 의존할 수 있도록 조직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스카나의 섬유 및 의류 마감 전문업체인 베스테(Beste)는 2023년에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생산 컨소시엄인 홀딩 모다(Holding Moda)에 합류하면서 바로 이 일을 해냈다. 프라토에 본사를 둔 베스테의 CEO는 “꼭 필요하고 근본적인 조치였다. 우리는 종종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정치인들은 섬유 산업 현실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싸워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홀딩 모다]에 합류하면서 은행을 비롯해 더 많은 기회가 열렸고, 이제 우리는 존중을 받고 있다. 우리는 새롭게 자원과 비전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럭셔리 고객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산 면화를 다시 도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생태적 전환을 가속화하려면 민간과 공공 부문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하며, 사업에 대한 지원도 다양화해야 한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딧(Unicredit)의 고객 전략 책임자인 아날리사 아레니(Annalisa Areni)는 “은행의 역할이 크게 바뀌었다. 더 이상 단순히 사업 자금 조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요소를 개선해야 하는지 이해시켜야 한다. 산업별 미니 채권과 같은 대체 금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은행만으로는 모든 중소기업을 도울 수 없다. 세금 면제 등을 통해 공공 부문과 협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이며, 지금은 ‘불확실성이 클 때와 마찬가지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새롭게 부상하는 사업 모델이 얼마나 실행 가능한지,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러한 다양한 제약 조건은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TEHA가 제시한 다섯 가지 제안에 모두 고려되었다.


보고서에서 TEHA는 “우리가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에 입법 체계를 신속하게 정의하고,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도구를 단순화하고, 시장 내 통합을 장려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패션 산업을 위한 전국적인 산업 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업계의 R&D 노력과 기술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TEHA의 파트너이자 지속가능성 책임자이며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카를로 시치는 “우리에게는 이 녹색 혁명에 맞설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있다. 우리는 최소한의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과 행동을 취했을 때의 비용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 향후 10년 동안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투자는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오래 기다릴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는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결론지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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