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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가 타카하시 2024년도 가을/겨울 컬렉션(ⓒ Images Courtesy of Taiga Takakashi) |
해방촌 꼭대기에 있는 편집매장 팬스댄스(Pan’s Dance)에서 타이가 타카하시(Taiga Takakashi, T.T)가 2024년도 가을/겨울시즌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예전 어느 미국 패션 디자이너의 전시에 처음 초대받은 이래 팬스댄스의 행사에는 빼먹지 않고 참석한다. 매장을 운영하는 두 분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취향을 유지하며, 높은 감도의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준비하는 걸 보면 공간의 크기나 입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란 걸 실감한다. 무수한 유행 사이에 뚝심 있게 취향을 드러내는 공간은 온갖 장르의 물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2024년의 서울에 역설적으로 소중하다. 팬스댄스 건물 1층에 있는 카페 델리마이크(Delimike)도 언제나 충실한 차와 커피를 대접한다.
◇ 튼튼하지만 부드럽게
타이가 타카하시의 새로운 프레젠테이션에는 일반 공개 전날, 일종의 오프닝 데이가 거의 끝나기 직전에 방문했다. 반갑게도 일본에서 브랜드의 PR 담당자와 디자이너가 와 있었다. 작년 11월 교토(Kyoto)에서 만난 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평일의 어느 밤, 브랜드의 옷과 태도가 깃든 작은 공간을 나서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무수한 브랜드가 여는 행사와 행사 사이, 마음이 움직이는 물건을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드문 일인가?’
이 장인 정신 가득한 브랜드는 오래 모은 아카이브를 참조하고 재해석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일본 혹은 교토라는 지역의 색을 보여준다. 소위 미국식 일상복이나 작업복, 운동복이나 군복에 기반을 둔 여느 ‘레플리카 브랜드’와 결을 달리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타이가 타카하시의 컬렉션에는, 어떤 면에서 상충하는 두 영역이 원래 하나로 존재하는 것처럼 녹아 있다. 새로운 옷과 아카이브 컬렉션에는 입는 사람들을 생각하여 넣은 정성 같은 것이 깃들었다. 가령, 부드러운 올리브색 트윌 바지는 살에 닿는 원단 안감을 빗질하여 브러시드(brushed) 효과를 냈다. 트윌 가공 소재는 기본적으로 뻣뻣한 특성이 있다.
튼튼함에는 이를 데 없이 좋지만, 착용감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타이가 타카하시의 24년 F/W 시즌 트윌 바지는 부드러운 보풀을 낸 안감이 피부에 닿으며 더 따뜻하고 부드럽다.
이번 전시를 위하여 일본에서 공수한 몇 점의 아카이브 컬렉션 중에는 ‘글로서리 백(grocery bag)’도 있다. 미국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 물건이나 맥주 같은 걸 담아서 주는 종이 쇼핑백을 말가죽(horse leather)으로 만들었고, 추정컨대 염색하지 않은 생지 상태의 가죽을 꼼꼼하게 재봉하여 흔한 디자인에 가방 본연의 특성만을 살렸다. 만일 이런 변주를 소가죽으로 만든다면, 위에 말한 트윌 바지처럼 뻣뻣하게 형태가 유지될 것이다.
양가죽은 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겠지만, 타이가 타카하시가 지닌 이미지와는 약간 괴리가 있다. 말가죽을 사용한 가방은 근래 거의 보기 드문 형태로, 자연스러운 주름이나 본연의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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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매장 팬스 댄스(Pan’s Dance)에서 열린 타이가 타카하시 2024년도 가을/겨울 시즌 프레젠테이션(ⓒ Images Courtesy of Hong Sukwoo) |
◇ 뚜렷하고 단단하게
최근 여러 프레젠테이션에 방문했지만, 역시 마음이 더 가는 곳은 뚜렷하게 색을 유지하고, 그걸 꾸준히 해나가는 걸 직접 눈으로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이 브랜드의 옷은 원단, 촉감, 디자인, 부자재 하나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있다. 대놓고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종류가 아니라, 그저 그곳에 지금 있다는 감각으로 실재한다고나 할까.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넘어간다’라는 개념이 이 단단한 브랜드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라는 느낌이 드는 옷을 발견하는 것은 즐겁고, 또 벅찬 일이다.
교토의 타이가 타카하시 플래그십 매장 2층에 있는 다실 ‘사비(SABI)’의 다도 체험도 델리마이크 카페에서 할 수 있었다.
도예가 후쿠무라 류타(Fukumura Ryuta)의 그릇을 처음 보고, 갖고 있는 온갖 접시를 모조리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선한 밤바람이 부는 가을의 초입과 어울리는 다과와 차 그리고 가을의 색과 조화를 이룬 대나무를 감상하는 순간마저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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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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