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LVMH가 소유하고 있는 두 번째로 큰 패션 브랜드인 디올(Dior)이 공급망 투명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보 공개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탈리아 경쟁 당국이 디올을 대상으로 노동 착취 혐의 조사를 시작했고, LVMH의 장-자크 기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디올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몰랐다며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디올이 지난달까지 영국 법률에서 요구하는 공급망의 노동 조건에 대한 공개를 미루고 있었으며, 1년 이상 전에 종료한 제3자 인증에 대한 웹 사이트에 오래된 내용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2015년 제정된 현대판 노예제 방지법에 따르면, 영국 내 매출이 3600만 파운드(약 632억 원) 이상인 기업들은 자사 사업과 전 세계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를 매년 웹사이트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19일까지 디올의 영국 웹사이트에는 2020년의 노예제 반대 성명서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지속가능성 인증서만이 게시돼 있었다.
2024 파리올림픽의 주요 후원사로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3450억 달러(약 475조 4천억 원) 규모의 대기업 LVMH의 계열사인 디올은 지난 7월 17일 이탈리아 경쟁 당국이 디올과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마니를 대상으로 노동 착취, 소비자에게 장인 정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약속을 오도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은 명품 브랜드들이 공급망 투명성과 노동 조건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로 인해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 다른 투자자들이 LVMH에 공급업체들의 근로자 처우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디올은 일부 공급업체에서 적발된 불법 관행을 비난하며 "해당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당국의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마니는 "조사 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디올은 지난달 18일 통신이 영국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문의한 후에야 2023년 현대판 노예제 성명서를 공개했다. 새 성명서는 로이터가 디올에 문의한 당일 디올의 영국 자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다.
또한 디올은 다음날인 7월 19일 통신의 문의에 대한 서면 답변서에서 "최신 현대판 노예제 성명서를 준비해 왔으며, 웹사이트에 게재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그러나 8월 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디올은 2021년과 2022년의 현대판 노예제 성명서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회사 측은 누락된 성명서에 대한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아울러 LVMH는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보낸 이메일 성명서에서 영국 소재 디올 자회사가 "사업과 공급망에서 인권 존중과 현대판 노예제 위험 해결에 관한 그룹 전체의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LVMH 그룹의 장-자크 기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월 23일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이탈리아 디올 공급업체에서 발생한 근로자 착취 의획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발생한 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자크 기오니는 "LVMH가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며 "하청업체에 대한 감사와 통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공급망 관리와 노동 관행 개선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보여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성명서 발표가 의무화돼 있지만, 노팅엄 대학교 라이츠 랩의 사라 손턴 교수는 "아직 이를 준수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영국 의원들과 인권단체들은 처벌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2020년 영국 내무부는 대상 조직의 83%가 현대판 노예법을 준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지난 7월 19일까지 디올 웹사이트의 지속가능성 페이지에는 럭셔리 전문 지속가능성 감사 기관인 '포지티브 럭셔리(Positive Luxury)'가 23개 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 기업을 평가해 인증하는 '버터플라이 마크(Butterfly Mark)'도 소개했다.
버터플라이 마크 로고 위에는 '인증된 접근 방식'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크리스찬 디올 꾸뛰르가 "엄격한 감사를 거쳐" 2021년에 인증을 획득했으며, "지속 가능성 전략의 진정성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2023년 6월 재평가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디올은 재평가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포지티브 릭셔리의 CEO 에이미 넬슨-베넷(Amy Nelson-Bennett)은 지난 7월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녀는 "따라서 버터플라이 마크 인증과 커뮤니티 멤버십이 종료되었다."라고 말했다.
브랜드들은 재평가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후 90일 이내에 인증 마크를 제거해야 한다고 에이미 넬슨-베넷은 말했다. 디올은 2024년 7월에 인증 마크와 그에 수반되는 성명을 삭제했다.
디올과 LVMH는 웹사이트의 인증 및 로고에 대한 <로이토 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포지티브 럭셔리는 현재 LVMH가 소유한 벨베데레 보드카(Belvedere Vodka)를 포함해 약 170개 브랜드를 인증했거나 검토 중이다. 감사를 통해 기업과 브랜드는 브랜드가 공급업체를 얼마나 잘 감독하는지 등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문제에 관한 수백 개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포지티브 럭셔리는 2년마다 인증하는 모든 브랜드를 재평가하여 새롭게 적용되는 규정에 맞춰 감사 방식을 조정한다고 에이미 넬슨-베넷은 말했다.
현재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은 인권 및 환경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업체에 대한 보다 엄격한 감사를 요구하는 유럽연합의 새로운 공급망 규정에 대비하고 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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