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성래은 부회장 실질적 그룹 이끌 경영자로 자리매김
패션그룹형지, 최준호 부회장 경영 전면에…실적 회복 구슬땀
신성통상, 2세 염상원 이사로 승계 위한 상장폐지 의혹 불거져
 |
|---|
| (왼쪽부터) 신성통상 둔촌동 본사, 영원무역그룹 성남 본사 |
국내 패션기업 1세대 오너들이 2세로 승계 구도를 공고히 다지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패션기업 오너 자녀인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시장 규모도 제한적일 뿐 아니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해 패션기업들은 전문경영인보다 2세 승계 구도 체계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휠라코리아의 경우 윤윤수 회장에서 일찍이 윤근창 대표로 승계를 마무리 지었으며,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무역은 차녀 성래은 부회장을 중심으로 판을 새롭게 짜고 있다. 패션그룹 형지는 앞서 장녀인 최혜원 형지I&C 대표로 승계 구도가 자리잡는듯 했으나 아들 최준호 씨가 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최근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이슈가 불거진 신성통상은 이를 통해 아들인 염상원 이사로 2세 승계 구도를 굳히기 위한 물밑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2세로 경영권 이전이 가속화 되면서 이들에게 새로운 미션도 주어졌다. 부진의 늪에 빠진 실적을 끌어올리고 신사업 발굴을 통해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임무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지난해 업황 부진과 함께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같은 부진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2세 승계를 통한 세대 교체로 국면전환을 꾀해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한파를 겪으면서 패션기업들의 승계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모습”이라며 “이제 경영 전면에 나서는 2세들은 실적 개선과 신사업 발굴이라는 현안에 직면하고 있어 긴장된 분위기에서 치열하게 경영 수업을 받는 모습이 포착된다”고 말했다.
◇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 아들-염상원 이사로 승계구도 정리
최근 신성통상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신성통상은 관계사인 가나안 및 에이션패션과 오너 염태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22.02%를 전량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알렸다.
신성통상 측은 “회사의 상장폐지를 통해 대상 회사의 경영활동의 유연성,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함으로써 대상 회사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상장폐지 배경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신성통상의 행보를 승계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신성통상 지분을 사들이는 가나안 최대주주는 염태순 회장의 아들 염상원 이사로 가나안 주주의 82% 가량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사의 지분을 증여하기 보다는 비상장사의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증여세 등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도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앞서 휠라코리아와 영원무역 같은 기업들도 2세 승계를 위해 비상장사 지분을 활용했다. 휠라코리아는 2020년 피에몬테를 통해 휠라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피에몬테는 윤윤수 회장과 윤근창 휠라홀딩스 사장이 각각 지분 75.2%, 4.1%를 보유한 컨설팅 회사다. 윤근창 사장이 최대 주주(지분 60.20%)로 있는 전동스쿠터 제조·판매사 케어라인도 피에몬테의 나머지 지분 20.8%를 보유하고 있어 휠라홀딩스에 대한 지배력도 갖고 있다.
영원무역은 YMSA를 통해 영원무역의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YMSA는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기업으로,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같은 사례들을 미뤄보면 신성통상도 비상장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을 통해 신성통상 주식을 사들여 2세 지배 구조를 확립하고, 증여 비용 절감을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세 염상원 이사는 지난 2020년 1월 신성통상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22년 가나안 사내이사에 오른 뒤 경영기획실 근무, 물류 업무 등을 거쳐 현재 탑텐사업본부에서 강석균 전무에 이은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탑텐’을 지금의 위치까지 키워 온 강석균 전무에게 사실상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염상원 이사는 2009년 가나안 주식 82.43%를 양도받은 가나안의 최대주주다. 가나안은 신성통상 지분 42.1%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신성통상 최대주주는 염상원 이사다. 현재 염태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성통상 지분은 2.21%에 불과하다. 염상원 이사의 가나안 다음으로 에이션패션이 17.66%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염혜영, 염혜근, 염혜민 등 세 딸이 각각 5.3%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최근 탑텐의 실적 상승세도 염상원 이사의 승계 구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성통상 탑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5% 증가한 9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해 목표 매출은 1조원대로 이미 상반기 목표 매출은 초과 달성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나안 지분이 2009년 염상원 이사로 넘어가면서 승계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염상원 이사가 담당하는 탑텐이 신성통상 주력 사업부로 자리잡았고 올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는 만큼 오너 2세의 경영능력 띄우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 (왼쪽부터) 영원무역그룹 성기학 회장, 성래은 부회장 |
◇ 성래은 부회장은 경영능력 증명할 때…영원무역그룹 지속성장 이끌어야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총괄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영원무역 창업주인 성기학 회장에서 차녀 성래은 부회장으로 승계 구도가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기학 회장은 영원무역그룹의 창립자다. 1997년 국내에 노스페이스를 들여와 최대 매출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의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해 2016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2022년 영원무역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지난 1월에는 한국패션산업협회 회장으로도 선임됐다.
특히 성 부회장이 2022년 영원무역 부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랐다는 것은 성 부회장에 대한 성기학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영원무역의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 최대주주는 YMSA로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1%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YMSA 최대주주는 성기학 회장으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상반기 성래은 부회장에게 50.1% 지분을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현재는 성래은 부회장이 영원무역그룹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영원무역그룹 내부 이사회에서도 그녀의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확인된다. 그녀는 대표이사 지위에 이어 사외이사후보 추천 권한과 경영위원회를 맡아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가능 경영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원무역그룹의 경영 키를 쥔 성래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인플레이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회사 스캇 코퍼레이션의 부진으로 실적이 감소했지만, 성래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해외 현지공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를 단행하는 등 절치부심해왔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자회사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판매를 담당하는 지주회사다. 지난해 노스페이스 실적 호조에 따라 기대이상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올 1분기 실적은 다소 아쉬웠다. 영원무역홀딩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1.8% 감소한 8923억원, 영업이익은 44.6% 감소한 1179억원을 기록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성래은 부회장은 이사회 내부에서도 사업경영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며 “특히 올해부터 한국패션산업협회 협회장직까지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패션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발판으로 의욕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
| (왼쪽부터)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 최준호 부회장 |
◇ 최준호, 총괄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패션그룹형지, ‘장자승계’ 굳혀
패션그룹형지가 최준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승계구도를 굳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최준호 형지엘리트 사장을 형지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 인사를 결정한 데 이어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인천 송도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에서 타지키스탄 정부 및 기업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고 타지키스탄 섬유패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술 지원과 수출입 협력 방안을 논의할 당시 최준호 부회장이 타지키스탄 차관급 경제 대표단과 만남을 가진 것은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같은 달 최 부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 비중 있는 자리로 국내 각 산업을 대표하는 30개 기업 대표단이 함께 자리해 3국간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최 부회장은 2011년 패션그룹형지에 입사해 10년간 구매생산 부문에서 실무 역량을 다져왔다. 2018년 그룹 통합구매생산 총괄본부장, 2020년 공급 운영부문 대표 등 구매생산부터 재무 부문 최고 임원 역할까지 두루 섭렵하며 실무 능력을 쌓고 경영감각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까스텔바작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2년간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적자 폭을 줄였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을 이루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신규 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단독 굿즈 제작 및 유통을 시작으로 스포츠 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SSG랜더스, 한화이글스와도 협업을 진행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최병오 회장을 보좌하며 지난해 베트남 경제사절단 방문에 동참하면서 베트남 현지에 추가적인 생산 설비 투자 및 추가 부지 확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준호 총괄 부회장 지휘 아래 효율 위주 경영이 성과를 내면서 계열사 적자 폭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지난 3월 최준호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2세 지배구조를 확고히 다져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
| 패션그룹형지 송도본사 |
서재필 기자
sjp@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