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모스페인, 2024 내셔널 패션 디자인 어워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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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이라는 오랜 이분법적 성 개념에서 벗어난 '젠더리스 패션'으로 주목

2024-07-10 오전 5: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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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모스페인의 수석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가 뉴욕에서 열린 자신의 남성복 패션쇼에서 피날레 인사를 하고 있다.



브랜드 '팔로모스페인(Palomo Spain)'으로 알려진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Alejandro Gomez Palomo)가 2016년 마드리드 패션위크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오늘날의 언어를 사용한 두려움 없는 디자인"이라고 주장하는 대담함으로 남성에게 프릴과 대담한 오프숄더를 입을 권리를 부여한 무명 디자이너였다.


젊고 대담한 디자이너는 끊임없는 고민과 자유로운 시도로 데뷔 2년 만에 스페인 하이패션계의 최대 유망주이자 기대주로 떠올랐다.


밝고 화려한 컬러, 꽃과 깃털, 바로크식 소매로 장식된 옷을 입고 런웨이에 등장한 모델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오랜 이분법적 성 개념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유니섹스 패션을 선보인 그의 첫 컬렉션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그는 뉴욕과 파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제2의 존 갈리아노,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밀레니얼 디자이너, 비욘세의 디자이너,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이 모든 수식어는 오직 단 한 사람, 스페인 하이패션계를 대표할 차세대 디자이너의 대표 주자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를 위한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 스페인 문화부는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독특한 관점을 확립하고, 포용과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파괴적인 제안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예술적 표현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내셔널 패션 디자인 어워드를 수여했다.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는 코르도바의 포사다스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지 몇 분 후 <EFE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해온 일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두려움 없는 창작물을 언급하며 "이 상은 우리 팀과 나에게 정말 영광스러운 상이다. 나에게는 분명 장점이 있다. 스페인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라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단은 팔로모스페인의 수상에 대해 "포사다스에 위치한 작업장을 통해 스페인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데 기여하는 등 자국 영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올해 32세인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는 이미 패션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2019년에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무는 '캠프(camp)' 스타일을 주제로 한 멧 갈라에서 존 갈리아노, 구찌, 발렌시아가, 칼 라거펠트의 작품과 함께 그의 디자인 중 하나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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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모 스페인의 2024 봄/여름 컬렉션



1992년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태어난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테레사 헬빅, 안토니오 알바라도, 아나 로킹, 아가타 루이즈 데 라 프라다, 데이비드 델핀이 수상한 바 있는 내셔널 패션 디자인 어워드의 경쟁자로 항상 주목받아왔다.


디자이너는 "며칠 전 나의 커리어를 되돌아보면서 항상 꿈꿔왔던 일에 인생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자유의 기준이 부족했던 세대에게 새로운 공간을 선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새삼 느꼈다."라고 말했다.


9월 뉴욕에서 선보일 새로운 컬렉션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책임감과 매우 힘든 노력이 수반된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전개하는 남성복에 대해 "남성적인 몸에 여성적인 디자인을 입혔다"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페미닌 디자인, 젠더, 섹슈얼리티에 개방적인 남성 고객층을 확보한 남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라고 말한 그는 자신의 옷이 "나의 아버지 같은 젠틀맨 또는 뉴욕에서 가장 모던한 남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는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젊은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기성복 라인을 재출시한다고 발표했을 때 고용되었고, 이 프로젝트에서 고티에를 참고했다. 그는 <EFE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스타일은 그의 유산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라고 언급했다.


"나는 도발적인 사람으로 분류되어 왔지만 나 자신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두려움 없이 오늘날의 언어를 사용하여 현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번역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자 하는 자유로움과 열망으로 창작 활동을 했다." 그는 이러한 태도가 자신의 발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 디자이너는 자신의 브랜드를 독립 레이블로 전환하여 쌍둥이 출산을 발표한 비욘세, 에두아르도 카사노바, 해리 스타일스, 로잘리아, 리타 오라, 마일리 사이러스, 유로비전의 히어로인 가수 샤넬과 같은 셀럽들에게 5만 개 이상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장식된 수트를 입혔다.


2022년에는 라프 시몬스, 자일스 디콘과 함께 뉴욕 시티 발레단의 가을 패션 갈라에서 안무가 지아나 라이젠의 작품인 '플레이 타임'을 위한 무대 의상을 디자인했다.


TV 리얼리티쇼 <마스터 오브 쿠튀르(Maestros de la Costura)>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는 카리스마 있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자란 곳에서 작업실을 유지해 왔으며, 팀원들과 함께 제일 먼저 수상을 축하할 예정이다.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보상을 받았다." 그는 환경과 전혀 무관한 직업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이 투자한 '신뢰, 에너지, 돈'에 대해 애틋하게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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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모스페인의 2020 봄/여름 컬렉션



남성과 여성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디자인과 철학을 구현하는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의 디자인 세계는 그의 유년 시절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그는 포사다스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물론 병원의 의사마저 그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그의 성별을 여자로 생각했다고 한다.


딸을 기대한 알레한드로 고메즈 팔로모의 부모님은 그가 여덟 살이 될 때까지도 방을 핑크색으로 꾸미는 등 딸처럼 키웠다. 여덟 살이 돼서야 결국 아들임을 인정하고 하늘색으로 다시 바꿨지만, 이를 두고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며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인구 7천명의 시골에서 알아주는 괴짜였다. 학교 공부를 마친 후에는 주로 부모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일을 도우며 여자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시간이 날 때면 늘 어떤 옷이 예쁜지 생각해 보고 그려 보는 것을 즐긴 그는 손님들의 요청에 맞춰 냅킨에 자신의 디자인을 즉흥적으로 그려 주기도 했다.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이웃 아주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옷을 만들어 입히는 것 또한 즐겼다. 학교 성적도 우수한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그는 “내 학창 시절은 온통 ‘그림, 디자인, 바비인형’이 전부였다”고 한다.


이런 그를 두고 동네에서는 “아이가 커서 게이가 될지도 모른다”며 걱정 어린 충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전혀 개의치 않고 언제나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지지해 주었다. 그가 많은 인터뷰에서 언제나 가장 존경하고 좋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는 이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패션디자이너로서 발돋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영국으로 향한다. 지미추 등 유명 패션디자이너를 배출한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과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남성복 디자인을 공부하며 학비를 벌기 위해 런던의 부촌에 위치한 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 펍은 런던의 하이클래스 손님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그는 일을 하면서 그들의 패션을 유심히 관찰하고 다음날이면 해롯 백화점에 가서 그 옷들을 살펴보곤 했다. 런던에서 보낸 6년이라는 시간은 그에게 영어 실력만을 선사한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창작한 모든 컬렉션을 그는 2016년 마드리드 패션위크에서 쏟아냈고 이를 계기로 그는 단숨에 스페인 패션계의 혜성으로 떠올랐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아래층에 있는 자신의 아틀리에로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는 그는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이상을 좇지만 나는 스페인의 정체성이 충분히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페니시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성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한 인간으로서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으면 그만이라는 게 그의 젠더리스 패션 철학이다. 이분법적인 성에 갇혀 있지 않고 파격과 완성을 향해 가는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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