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의 제왕’ 로베르토 카발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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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투병 끝에 자신이 태어난 도시 피렌체 자택에서 사망…향년 83세

2024-04-15 오전 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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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카발리



호피 무늬 프린트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각) 피렌체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안사통신> 등은 로베르토 카발리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회사 측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로베르토 까발리 메종은 창립자 로베르토 까발리의 타계에 큰 슬픔을 느끼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 카발리는 피렌체에서 소박하게 시작하여 모든 사람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카발리의 유산은 그의 창의성,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 그의 가족을 통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토 카발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1970년대부터 화려한 동물무늬 프린트, 빛바랜 느낌의 청바지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호피 무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힌다.


특히 1970년대에 소피아 로렌과 브리짓 바르도와 같은 스타들에게 처음 선보인 피부가 노출된,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은 킴 카다시안에서 제니퍼 로페즈에 이르기까지 후대의 셀러브리티들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페라리, 서러브레드 말, 뚱뚱한 시가, 그리고 단추를 풀어 검게 그을린 가슴을 드러낸 테일러드 셔츠 등을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취향도 판타지 소재처럼 보였다.


그는 미스 유니버스 준우승자와 결혼했고, 보라색 헬리콥터와 토스카나 포도밭을 소유했으며, 샤론 스톤, 신디 크로포드 같은 할리우드 A급 스타들과 어울리며 함께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1980년대 미니멀리즘이 런웨이를 장악하고 몸에 꼭 맞는 깃털 장식의 작품이 유행에 뒤처지는 등 디자이너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탈세 혐의로 수년간 진행된 재판은 결국 로베르토 카발리의 무죄 판결로 끝났지만, 그의 이름을 딴 패션 하우스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하자 2015년에는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프린트 가죽과 신축성 있는 샌드 블라스트 청바지로 잘 알려진 로베르토 카발리는 자신의 디자인에 항상 경이로운 요소를 가미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애니멀 프린트는 결코 받아들이지 읺았다.


디자이너는 2005년에 플레이보이 클럽 웨이트리스들의 허름한 유니폼을 새롭게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결과 호피 무늬 유니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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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카발리



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는 1940년 11월 15일 이탈리아 최고의 가죽공예 중심지인 피렌체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할아버지 주세페 로시는 당대의 유명한 화가로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로베르토 카발리는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피렌체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해 섬유 프린팅을 공부했다. 그는 재학 중 돈을 벌기 위해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2012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1970년 파티에 난입했다가 디자이너였던 주최자를 만났을 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가죽에 프린트를 했다고 말했던 일을 회상했다.


다음 날 디자이너가 그의 작품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로베르토 카발리는 서둘러 얇고 유연한 가죽 샘플을 찾아 꽃 디자인을 프린트했다. 디자이너는 깊은 인상을 받았고 로베르토 카발리는 가죽 프린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장갑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로베르토 카발리는 송아지 가죽으로 작업하기 시작했고, 가죽에 패턴을 인쇄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여 곧바로 프랑스 명품 제조업체 에르메스와 고인이 된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뎅의 눈에 띄게 된다.


1970년대에는 전 세계 부호들의 놀이터인 생 트로페에 첫 부티크을 열고 파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후 피렌체의 호화로운 팔라초 피티(Palazzo Pitti)에서 이탈리아 최초로 컬렉션을 선보이며 소박한 원단과 전문적인 테일러링을 결합한 데님에 보헤미안 스타일의 패치워크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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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카발리



동물 애호가인 그는 2011년 패션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원숭이를 키우기도 했던 동물 애호가로, 프린트를 즐겨 사용하는 것에 대해 "나는 자연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고기조차도 환상적인 색상의 '드레스'를 가지고 있고 뱀과 호랑이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신이 정말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신을 모방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 로베르토 카발리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엑조틱 디자인은 당시 유행하던 미니멀리즘 룩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디자이너는 10년 후 디스트로이드 청바지로 다시 돌아와 히트를 쳤다.


그의 패션 제국은 홈 퍼니싱, 와인, 신발, 주얼리, 심지어 뱀 가죽으로 병을 감싼 보드카 라인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로베르토 카발리는 자신의 스타일을 하이-스트리트에도 적용하여 스웨덴의 거대 소매업체 H&M의 패스트패션 라인과 비욘세 등의 투어 의상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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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카발리



하지만 패션 대기업 LVMH와 케어링이 소유한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브랜드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13년 카발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났다.


2년 후 밀라노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그룹 클래시드라(Clessidra)가 회사의 지분 90%를 인수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는 데는 실패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미국 매장을 폐쇄한 이 패션 그룹은 2019년 11월 두바이의 부동산 재벌 후세인 사자와니(Hussain Sajwani)의 개인 투자 회사인 비전 인베스트먼트(Vision Investments)에 인수되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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