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로 자리잡은 온라인 리테일이 부상하기 전까지 소비자들은 모든 의류가 싸구려 자루에 담겨 배송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의류 소비를 원하는 요즘 소비자들은 재사용 가능한 나무 옷걸이, 종이 쇼핑백, 재활용 섬유를 사용해야만 안심한다. 덕분에 많은 패션 매장에서 플라스틱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계산대의 전자 장비뿐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인공 합성 섬유 위에 패션 산업이 구축되어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전 세계 면과 양모 생산량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반대로 비스코스, 나일론, 그리고 무엇보다도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 섬유는 약 3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모순은 헝겊 무역의 가장 큰 두 업체 간의 판매 시즌 싸움 뒤에 숨어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 뉴스>는 자라를 소유한 스페인 기업 인디텍스가 글로벌 최대 유통업체 중 하나인 독일 온라인 패션 대기업 잘란도와 플라스틱을 둘러싼 싸움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의 보이지 않은 싸움은 유럽 최대 온라인 쇼핑몰 잘란도가 배송 때 필요한 일회용 비닐을 제거하라는 인디텍스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는 잘란도에 고객들에게 배송하기 전 옷을 포장하는 비닐 봉지를 다른 소재로 교체할 것을 요청했지만 잘란도가 이를 거절했다.
인디텍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이쇼, 마시모두띠 등 브랜드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잘란도의 가장 큰 파트너사 가운데 하나다. 인디텍스는 2019년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2023년까지 폐지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회사 내부는 물론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에는 옷걸이, 스티커·향수 포장지, 투명 비닐봉지 등 모든 용품이 포함된다. 이들은 그룹이 정한 목표치의 95%를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디텍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려고 하지만 잘란도는 폴리백에 담긴 의류 유통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주저하고 있는 셈이다. 합성 자루인 폴리백은 패션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상품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사용된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는 일반적으로 제품을 매장에 진열하기 전에 폴리백을 제거하기 때문에 최근까지만 해도 폴리백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빠르고 저렴한 비즈니스 방식을 찾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고객의 의식 속에 이-커머스 서비스가 자리잡게 되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인디텍스의 탄소 발자국 개선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잘란도가 이 성전에서 위선적인 냄새를 풍긴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인디텍스의 201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유형의 포장이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쟁사인 H&M 탄소 배출량의 약 5%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자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거나 그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H&M의 전체 탄소 발자국 중 70% 이상이 의류 생산에서 발생하며, 약 8%는 포장재를 포함한 비의류 제품에서 발생한다.
폴리백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습기나 먼지로 인해 의류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소매업체인 파타고니아는 내부 연구 결과, 폴리백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의 30%가 판매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2014년에 폴리백을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인디텍스 역시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앨 계획은 없지만, 모든 가방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패션업계의 탄소 발자국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옷을 더 자주 구매하기 때문이다. 최근 거대 울트라 패스트 패션 전자상거래 업체인 쉬인과 테무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디텍스만큼 이러한 트렌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기업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인디텍스의 패스트 패션 철학은 빠른 재고 교체와 번거로운 수선보다는 버리기 쉬운 저렴한 소재를 사용하여 몇 주 안에 패션쇼 트렌드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00년 당시 유럽 의류 회사들의 평균 컬렉션이 2개였던 것에 비해 자라는 매년 수십 개의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패스트 패션이 각광받자 소비자들은 옷을 일회용으로 여기게 되면서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섬유의 1인당 생산량은 82% 증가했다.
인디텍스와 잘란도의 플라스틱 싸움이 이제야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하다. 크리스마스 이후 세일 시즌은 오랫동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고군분투를 상징해 왔다. 패스트 패션이 소비자에게 잉여 옷으로 옷장을 채우라고 부추기기 전부터 유통업체들은 할인 행사를 통해 정리해야 할 과잉 재고로 매장을 가득 채웠다.
통계에 따르면, 패션 업계 전반에 걸쳐 의류의 약 40%만이 정가로 판매되고 나머지 60%의 절반은 가격 인하가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전혀 판매되지 않는다. 이러한 낭비를 줄이는 것만이 폴리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업체와 싸우는 것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종종 패스트 패션은 헝겊 무역의 모든 문제에 대한 희생양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공평하지 않다. 만약 인디텍스의 경쟁업체들이 인디텍스의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적시 공급망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의류 폐기물은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인디텍스는 판매되지 않고 진열대에 쌓여 있는 재고의 양을 측정하는 재고 회전율의 경우 주요 경쟁사보다 현저히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의류 산업을 장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사람이 버리지 않고 수선할 수 있는 고품질 의류를 소량 구매하는 것이다. 옷의 절반 이상이 값싼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우리가 입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배송된 가방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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