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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10대 패션 순간으로 정리해 본다. |
패션은 항상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으며, 2023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화제가 되었던 패션 순간들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던 빅 이슈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아직 확실하 회복되지 않은 불확실한 세계, 국제 분쟁이 만연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패션 분야에서도 경제가 담론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3년 초의 조용한 럭셔리에 대한 집착은 미드 <석세션>의 마지막 시즌과 은밀한 부(stealth wealth)의 아이콘 기네스 팰트로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키 재판으로 한층 더 강화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올 여름 핑크빛 <바비>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의 우정 팔찌가 가득한 에라스 투어, 비욘세의 실버 디스코풍에서 영감 받은 르네상스 투어를 위한 테마 의상과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여성들의 소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이러한 걸 파워 삼총사는 세계 경제에 절실히 필요한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여성들의 옷장을 조금 더 핑크빛으로, 조금 더 반짝이게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WGA와 SAG의 파업으로 인해 레드카펫이 전면 중단되고 피켓 시위가 벌어지는 등 패션계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큰 변화를 상징하는 방식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다수 이탈하고 주로 백인과 남성들이 새로 임명되면서 업계에서 특히 리더십과 관련하여 부족한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패션계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은 세상의 굵직한 이슈를 상징하지만, 리한나가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올 레드 의상을 입고 둘째 임신을 발표한 것과 같이 유쾌한 순간도 많았다. 또한 맷 갈라에서 칼 라거펠트의 고양이 슈페트 분장을 한 자레드 레토나 하룻밤을 보낸 남자가 마르지엘라 타비 구두를 두고 사라진 후 이를 되찾기 위해 아마추어 탐정 역할을 자처하며 인터넷 패셔니스타들의 영웅이 된 여성의 이야기처럼 순수한 바이럴의 즐거움을 주는 순간도 있었다. 그럼 <타임>이 선정한 2023년 한 해를 정리하는 패션 순간을 만나보자.
리한나,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임신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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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한나가 2023년 2월 12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플 뮤직 슈퍼볼 LVII 하프타임 쇼에서 공연하고 있다. |
팝의 여왕 리한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 중 하나를 이용해 개인적인 소식을 전했다. 리한나는 지난 2월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 남친인 래퍼 에이셉 라키와의 둘째 임신 소식을 알렸고, 이를 스타일리시하게 발표했다. 로에베의 우주복에서 영감을 받은 올 레드 컬러의 커스텀 점프수트와 반짝이는 메탈릭 가슴 장식, 알라이아 재킷, 마르지엘라 x 살로몬 스니커즈를 착용한 리한나는 공연 중 배를 부드럽게 만지며 점점 커져가는 태아를 강조하는 의상을 선보였다. 이 제스처는 온라인에서 추측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인터넷 네티즌들이 여성의 신체에 대해 추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언제나 그렇듯이 리한나는 쇼가 끝난 후 담당자를 통해 임신 사실을 확인하며 논란에서 벗어났다.
멧 갈라의 가장 핫한 의상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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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페트 분장을 한 자레드 레토가 2023년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칼 라거펠트; 라인 오브 뷰티'를 기념하는 2023 멧 갈라에 참석하고 있다. |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패션 카이저 칼 라거펠트의 다채로운 유산이 2023년 멧 갈라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고 칼 라거펠트가 생전에 애지중지하면 키운 블루크림 버만 고양이 슈페트가 이날 밤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다. 도자 캣과 릴 나스 엑스 같은 스타들은 고양이 귀를 달았는데, 도자 캣의 경우 보철물을 착용하여 고양이처럼 보이도록 슈페트를 디자이너 룩으로 연출했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 자레드 레토는 슈페트의 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고양이 의상을 입고 멧 갈라쇼에 등장해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패션 담론을 지배한 '조용한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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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 <석세션>에서 로이가의 막내딸 시브 로이를 연기한 호주 출신 여배우 사라 스뉴크는 극중에서 절제된 미학이 강조된 '조용한 럭셔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는 2023년 초반부터 최고의 트렌드로 떠오르며 부와 계급의 표현에 대한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시브 로이(사라 스뉴크 분)의 '은밀한 부'의 파워 드레싱이 오랫동안 조용한 럭셔리의 특성(미니멀한 의상, 정교한 테일러링, 세련되고 터무니없이 비싼 액세서리)을 구현한 미드 <석세션>의 마지막 시즌과 귀족적인 취향으로 유명한 배우이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구프(Goop)의 창립자인 기네스 팰트로가 절제된 디자이너 의상을 선보이며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이 났던 스키장 충동 관련 재판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네스 펠트로는 7년 전 스키장 충돌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70대 노인이 기네스 펠트로와 스키장에서 부딪혀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며 0만 달러(한화 약 3억8800만원)의 거액을 손해배장으로 요구한 사건이다. 8차례 재판에 출석하며 보여준 기네스 펠트로의 법정 패션은 찐 부자들이 입는 오피스룩이 어떤 것인지 그들의 조용한 럭셔리를 완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며 올드머니 룩과 맞물려 화제가 되었다.
핑크 바비의 패션계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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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비>의 여주인공 마고 로비가 2023년 7월 3일 서울에서 열린 바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올해 최고의 블록버스터 히트작인 영화 <바비>의 영향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런웨이에서 하이 스트리트 패션에 이르기까지 분홍색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버블껌 핑크부터 네온 후크시아까지 장밋빛의 모든 색조가 올여름, 특히 영화 상영관에서는 '바비코어' 즉 분홍색과 바비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입은 관객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바비코어의 가장 유명한 홍보대사는 영화 <바비>의 여주인공 마고 로비로, 그녀의 프레스 투어 의상은 수년 동안의 유명 바비인형 룩을 재현해 주목을 받았다.
우정 팔찌에 새로운 생명을 붙어 넣은 테일러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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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이 2023년 8월 3일에 열리는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소파이 스타디움 투어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메트로 레일을 타고 소파이 스타디움으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서 우정 팔찌를 뽐내고 있다. |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팬을 식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손목을 장식한 형형색색의 우정 팔찌를 확인하는 것이다. 올 여름,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이 전 세계 공연장을 점령하면서 스위프트의 노래, 앨범, 시대적 배경이 적힌 우정 팔찌가 만들어져 공연장에서 공유되었다. 팬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공연장 직원과 팔찌를 공유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실제로 동료 팬들과 우정 팔찌를 주고받는 것은 에라스 투어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되었다. 이 트렌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2022년 앨범 <미드나잇>에 수록된 트랙 '유어 온 유어 오은, 키드'의 노래 가사 한 구절에서 탄생했다. 노래 가사 '그러니 우정 팔찌를 만들어서 그 순간을 즐겨(So make the friendship bracelets, take the moment and taste it)'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올 여름에는 구슬이 부족하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지구촌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비욘세, 르네상스 투어로 실버 혁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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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일 캘리포니아 잉글우드에서 열린 비욘세의 르네상스 월드 투어에 입장하기 전 팬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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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비욘세의 르네상스 월드 투어는 디스코와 클럽 문화를 기념하는 행사였고, 팬들의 룩은 이를 반영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콘서트 참석자들은 클럽 르네상스에 참석하기 위해 올 실버와 메탈릭 룩으로 치장하고 반짝임, 화려함, 스팽글 등 디테일을 아끼지 않았다. 비욘세의 슈퍼팬인 베이하이브(BeyHive) 멤버들 역시 퀸 베이에게서 힌트를 얻어 텍사스 출신답게 눈부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특별한 생일 콘서트를 위해 그녀의 요청에 따라 올 실버 의상을 입었다.
레드카펫 대신 피켓 행렬을 선택한 WGA와 SAG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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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프란 드레셔가 2023년 7월 14일 로스앤젤레스 넷플릭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SAG-AFTRA 및 WGA 파업을 지지하는 피켓 행렬에 동참하며 SAG-AFTRA 및 WGA 회원 및 지지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
올 여름 WGA와 SAG-AFTRA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후 레드카펫과 프레스 투어가 중단되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디자이너 가운과 정장 대신 노조 티셔츠와 항의 팻말을 들고 작가들과 함께 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노동계의 시크한 패션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노조가 역사적인 성과를 거두며 파업을 끝냈기 때문에 이 패션은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패션의 사회적인 공적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북 투어를 런웨이로 만든 줄리아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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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 줄리아 폭스가 2023년 9월 27일 뉴욕에서 목격되었다. |
젊은 MZ 세대의 유명인 중 줄리아 폭스만큼 의상적으로 아이코닉하고 상징적인 인물은 없을 것이다. 드라마틱한 아이라인과 멋진 옷차림으로 스키아파렐리 패션쇼에 참석한 후 뉴욕 다운타운의 잇걸에서 세계적인 셀러브리티가 된 이 여배우는 프레젠테이션의 힘을 잘 알고 있으며, 대담한 의상으로 재미있게 입고 놀거나 혀를 내두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올해 자신의 자서전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선보인 톡톡 튀는 룩이 대표적이었다. 영국의 세인트 마틴에서 공부한 엠마 초포바와 로라 로위나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브랜드 초포바 로웨나의 스쿨걸에서 영감을 받은 룩부터 CFDA 액세서리 디자이너상 수상자 라울 로페즈의 브랜드 루아르의 오버사이즈 수트까지, 폭스는 올해 주목해야 할 패션 피플 중 하나였다.
패션 하우스의 CD 교체로 다양성에 대한 논의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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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톰 포드가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인 2022년 9월 14일 베시의 스카이라이트에서 열린 패션쇼를 마치고 피날레 인사를 하기 위해 런웨이를 걷고 있다. |
올해는 유명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대거 퇴사한 해였다. 끌로에의 가브리엘라 허스트,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콧,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톰 포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럭셔리업계의 지각변동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리더가 누구인지에 대한 담론을 촉발시켰다. 최근 몇 년 동안 업계의 모든 직책에서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시기를 이러한 의도를 실천에 옮길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대부분 백인과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럭셔리 그룹 중 하나인 케어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모두 백인 남성으로 구성되었다.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낸 이러한 움직임은 럭셔리업계 안팎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아직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타비 도둑이 인터넷을 장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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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시스 두게는 데이트 후 상대 남성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타비 구두를 훔쳐갔다고 틱톡에 들을 올리자 인터넷이 들썩거렸고 결국 타비 신발을 찾을 수 있었다. |
패션계에서 타비 도둑(Tabi Thief) 이야기만큼 기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는 없다. 웰니스 회사인 칠하우스(Chillhouse)의 소셜 미디어 코디네이터인 올해 25세인 알렉시스 두게(Alexis Douge)는 데이트 앱에서 만난 조쉬라는 남성이 자신의 메종 마르지엘라 타비 메리제인 신발을 훔쳐 달아났다는 섬뜩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플랫폼에 "뉴욕 패션계 아가씨들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은 거의 백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메종 마르지엘라는 가장 탐나는 아방가르드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 타비 메리제인의 가격은 1,000달러(약 130만 원)가 넘는다. 예상대로 화가난 패셔니스타들이 알렉시스 두게를 옹호하면서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동영상을 게시한 지 몇 시간 만에 틱톡과 트위터 사용자들이 조쉬의 이름, 인스타그램 계정, 전화번호를 알렉시스 두게에게 보냈다. 또한 그녀에게 놀라운 정보도 추가로 보냈다. 조쉬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 여자친구가 최근 알렉시스 두게의 아파트에서 사라진 것과 동일한 메리제인 타비를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 알렉시스 두게는 문자 메시지로 조쉬를 만났을 때 그는 타비를 가져간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그녀가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여자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스크린샷을 보내자 그는 마침내 사실을 인정했고 결국 타비 신발을 다시 돌려받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해에 그나마 해피엔딩이 하나 있었으니 불행 중 다행?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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