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들고나는 글로벌 명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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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12

2024-01-02 오전 10:03:32

非패션 디렉터 지고, 패션 디자이너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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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재임 시절 알렉산드로 미켈레 수석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 발표는 주가 관리를 통한 투자자 만족, 소셜미디어 및 언론의 평가, 인터넷 미디어에 반영된 소비자 반응 등 브랜드 성패 여부와 향후 3~5년 간 수익성을 예측하는 척도이자 생존을 위한 필살기(必殺技)다. 사진출처 : Domus archive



◇ 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임명 잇따라


2024년 새해를 앞둔 글로벌 명품업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사 개편에 한창이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Matthew Williams, 미국)가 오는 2024년 1월부로 지난 3년 동안 지휘해 온 프랑스의 럭셔리 패션하우스 겸 향수 브랜드인 지방시를 떠난다. 설립된 지 70년된 파리 패션하우스 지방시(Givency, 1952년)는 매튜 윌리엄스 해임 후 아직 후임자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이나, 일부에서는 최근 알렉산더 맥퀸(Alexadner McQueen) 출신인 사라 버튼(Saran Burton), 전(前) 구찌(Gucci) 수석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전(前) 지방시·버버리 수석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 등이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올 가을 패션업계는 여러 패션 브랜드들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 소식으로 소란스러웠다. 2019년 임명된 니콜라 브로냐노는 블루마린(Blunemarine)을,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클로에(Chloe), 사라 버튼은 알렉산터 맥퀸, 뤼도빅 드 생 세르넹은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를 떠났다.


최근까지도 부진에서 못 벗어난 토즈(Tod’s)는 올 12월 1일, 월터 키아포니(Walter Chi apponi)를 내보낸 후 마테오 탐부리니(Matteo Tamburini)를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용했고, 모스키노(Moschino)는 다비데 렌네(Davide Renne) 전(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새 인재를 물색 중이다.


모회사 케링(Kering)의 신의 한 수로써 구찌 브랜드를 완전 재편하고 총매출액을 3배(3,9bil 유로/2015→9.7bil/2021)로 끌어올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알레산드로 미켈레, 지방시 임기(2017~2020) 동안 좋은 실적을 올렸던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는 공직 상태다.



◇ 패션=크레에이터 개인숭배에 뿌리 둔 매정한 비즈니스


글로벌 럭셔리 패션 어패럴 업계에서 어느 패션하우스가 누구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는지에 대한 소식은 언론과 소셜미디어 이용자 반응과 기업 주가의 상승과 하락으로 곧바로 확인되는 초민감 바로미터다.


가령, 지난 2022년 9월 버버리가 영국 디자이너 다니엘 리(Daniel Lee)를 임명한 후 기업 주가가 4.4% 증가했다. 반면, 올 초 구찌가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는 소식에 이튿날 케링의 주가는 증시에서 0.1% 떨어진 가격에 출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선정은 미래의 강력한 브랜드 비전(brand vision) 구축과 수익성(profit)을 판 가름짓는 패션 비즈니스(business of fashion)의 두 주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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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윌리엄스는 지방시 지휘 기간 중 U-lock 자켓과 봐유백(Voyou bag)을 시그니처



◇ 非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지휘 하에 컨셉 지향적 트렌드 이어져


가장 유명한 사례는 칼 라거펠트로, 그는 미술사학을 공부했지만 실습을 거쳐 50여 년을 펜디와 샤넬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 오프화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고(故)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는 공학과 건축학 전공자였고, 매튜 윌리엄스는 뮤지션 스타일링을 통해 복식 디자인에 입문한 사례다.


가령, ‘1017 Alyx 9SM’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성공을 거쳐 지방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에 부임됐던 매튜 윌리엄스는 지난 불과 3년 반 동안 이 레거시 브랜드의 턴어라운드 미션에 도전한 결과 모회사인 LVMH의 기대와 새 고객군 확보에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홍콩 사업가인 아드리 엔 쳉(Adrien Cheng)의 투자 지원을 받으며 1017 Alyx 9SM 브랜드의 아시아 시장 공략에 유리한 위치를 마련했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 브랜드인 발리(Bally)에 영입됐던 필리핀 태생의 스트리트 패션 디자이너 루이지 빌라세뇨르(Rhuigi Villasenor)는 14개월 만에 발리를 떠났다.


새 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과 동시에 유명인사 협업 프로젝트를 실험하는 명품가도 눈에 띈다. 예컨대, 고전적 구두와 가죽 액세서리 브랜드 이미지로부터 쇄신에 한창인 발리는 올 봄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모네 벨로티(Simone Bellotti)를 영입하고 영화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Adrien Brody)를 내세운 캡슐 컬렉션으로 빌라세뇨르의 임기간 내에 못 이룬 새 브랜드 비전 구축과 매출 신장을 꾀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내세운 전략으로 막대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루이 뷔통의 전략-루이 뷔통의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협업 컬렉션 프로젝트 전략이다.


최신 유행 선점 각축과 매출 향상 전쟁에 임하는 글로벌 명품 패션가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과 해고 주기는 해가 갈수록 짧아져가는 추세다. 인간의 창조력에 관한 과학자들은 하나 같이 인재의 창조성이 얼마나 환경과 조건에 의존적이며 섬세한가를 강조하지만, 정작 발빠른 유행과 치열한 경쟁적 환경 속에서 주주 관리와 매출실적 보고에 주목해야 하는 글로벌 명품업계 패션하우스들은 크리에이티브 탤런트에게 브랜드 턴어라운드와 아이덴티티 리뉴얼 임무 성사까지 3~5년의 시간 밖에 주지 않는다.


야망있고 재능 넘치는 젊은 패션 디자이너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칼 라거펠트나 알렉산드로 미켈레처럼 탁월한 시대의 창조적 예지가(visionary)가 되든가, 시모네 벨로티처럼 여러 패션 명가를 거쳐가며 실무 경험을 쌓든가, 매튜 윌리엄스와 루이지 빌라세뇨르처럼 분명한 자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말했다. 돈을 버는 것과 일하는 것은 예술이지만,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다. 예나 지금이나 패션산업은 출중한 재능자에 대한 신화 구축과 숭배를 자양분 삼아 번창하는 예술 비즈니스의 절정이 아니었던가.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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