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럭셔리업계 친환경 전환 너무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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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발전, 패션/럭셔리 부문 중요 화두

2023-11-06 오전 9: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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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제2회 베니스 지속가능 패션 포럼에서는 더디게 진행되는 패션과 럭셔리업계의 친환경 전환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패션과 생태학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그 전망은 어떻게 될까? 최근 몇 년 동안 지속 가능한 발전은 생산, 공급망, 투자, 커뮤니케이션 및 규제 측면에서 패션 및 럭셔리 부문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의 진보는 베니스 지속가능 패션 포럼에서 여러 가지 모범 사례와 제안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환 이행의 지연, 남과 북, 환경과 사회적 영향, 소비자 인식과 행동 간의 불일치, 그로 인한 타협과 정치적 및 산업적 장애물을 지적한 것처럼 여전히 복잡하다.


지난해 유럽 최고의 명품 생산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작된 이 서밋은 지난 10월 26일과 27일 (현지시각) 양일간 열렸으며, 지금까지 코펜하겐이 차지했던 틈새시장인 지속 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벤치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모든 섬유 및 의류 기업이 모인 고용주 연합인 시스테마 모다 이탈리아(Sistema Moda Italia, SMI)와 유럽의 대표적 싱크탱크 유러피언 하우스 앰브로세티(The European House - Ambrosetti), 지역 고용주 협회인 컨핀두스트리아 베네토 에스트(Confindustria Veneto Est)가 주최한 이번 제2회 서밋은 '전환 촉진(Boosting Transition)'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앰브로세티의 글로벌 패션 부문 수석 파트너이자 이사인 플라비오 시우카티(Flavio Sciuccati)는 컨퍼런스를 시작하면서 "20년 전에 시작된 다른 선순환 산업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는 패션 부문의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패션 포럼에서는 공급망에 속한 약 2,800개의 제조업체와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ESG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한 매우 포괄적인 연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EU 27개 회원국은 690만 톤의 섬유 완제품을 생산하여 1억 2,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1억 7,500만 톤의 원재료와 24,000만 m3의 물을 사용하면서 18만㎢의 토지를 점유했다고 지적했다. 즉, 유럽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 혁신 덕분에 계속 줄어들겠지만, 섬유 및 액세서리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와 2025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유럽에서 버려지는 의류 35벌 중 4벌만 재활용


한편, 섬유 폐기물도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연합의 소비자들은 연간 520만 톤에서 750만 톤, 즉 260억 벌의 의류를 폐기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이자 파트너이자 지속 가능한 관행 책임자인 카를로 시치(Carlo Cici)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 3개 중 1개는 비OECD 지역의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다."라고 말했다. 유럽 시민들은 1년에 평균 35벌의 의류를 버리는데,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3벌에 불과하고 국내 시장에서 재사용되는 것은 1벌에 불과하다. 브랜드와 유통업체가 순환 경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현실이다.


이러한 섬유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섬유의 70%가 합성 섬유이기 때문에 재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연구원들은 "모두가 추적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항상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약 58%가 의류를 구매할 때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고려한다고 답했지만, 오늘날에도 온라인 구매 시 세 번 중 한 번은 제품을 반품하며, 그 중 대부분은 아프리카의 야외 매립지로 향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방글라데시 섬유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패션 산업의 사회적 영향력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개선된 것 같지 않다. 앰브로세티 연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섬유 노동자들의 착취와 끔찍한 노동 환경이 드러난 2013년 라나 플라자 참사 이후, 통제는 강화되었지만 사회적 상황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7,500만 명 중 150만 명에 해당하는 2% 미만의 근로자들만이 적절한 임금과 제대로 된 고용 계약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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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 프라다가 재사용한 오래된 어망




'보다 책임감 있고 윤리적으로 행동하겠다'는 서구 기업들의 선언과 실제 현장, 특히 남미 국가들의 상황은 베니스 지속 가능한 패션 포럼의 토론에서 여러 차례 대비되었다. 지속 가능한 개발 전문가이자 친환경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왜드(Wrad)의 공동 창립자인 마테오 워드가 들려준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변 섬유 공장들이 모두 인증을 받고 필터를 갖추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가이드와 함께 다카 외곽을 방문하던 중, 그는 시골을 관개하는 데 사용되는 물의 검고 악취가 나는 색을 발견했다. 그의 가이드는 "티셔츠 한 장이 5달러인 이곳에서 이 필터를 항상 사용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점검이 있을 때만 필터를 켠다."라고 반박했다. 마테오 워드는 "서구 기업들이 경제적 생존이 시급한 국가의 자원과 인적 자본을 착취하여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한, 이런 종류의 생태적 파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베니스의 카 포스카리(Ca' Foscari) 대학교 경제학 및 경영학 교수인 스테파노 미켈리(Stefano Miceli)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섬유 산업은 압박을 받아왔으며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더욱 약화되었다. 오늘날 패션 부문은 우려스러운 측면을 가진 산업 생산 모델의 수많은 문제와 어려움을 대표하는 중심지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해체하기란 매우 어렵다. 일부 업체는 유럽으로 생산기지를 옮겼지만, 많은 업체는 여러 국가에서 계속해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항상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왔다. 이제 이 분야는 포스트 프로덕션, 즉 제품 수명이 다한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개념도 통합해야 한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이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반으로 비용 분산


이탈리아 패션산업을 대표하는단체인 패션기업연합(Confindustria Moda)의 회장이자 가죽 모직물 공장 레다(Reda)의 전무이사인 에르콜레 보토 포알라(Ercole Botto Poala)는 "현재의 상황은 20년 전에 내린 선택의 결과물이다. 당시 우리는 증가하는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를 민주적 패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결정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체 의류 체인에 비용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생태적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업스트림 부문 전체가 지속 불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문제는 모든 논쟁의 중심에 있다. 면 티셔츠를 예로 든 엠브로세티 연구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의류를 생산하려면 기존 제조 방식보다 비용이 2배 더 들지만,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진 측면에서는 4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구매력 하락과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중요한 문제(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지정학적 불안정, 물류 문제,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위기)로 인해 생태학적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패션 기업은 가격을 인상하여 비용을 시장에 전가하거나 부분적으로 마진을 둘여 비용을 내부화하는 두 가지 전략적 옵션 중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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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년과 2019 년 사이에 유럽 폐기물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친환경적인 생태학 전환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느린 입법 속도와 정치 지도자들의 상반된 결정이다. 미국은 2022년에 인플레이션 저감법(IRA)을 채택했고, 유럽은 1월에 새로운 그린 딜 산업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3월 30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유럽연합의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일련의 제안인 '지속 가능한 순환 섬유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엠브로세티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약 28%에 대한 합의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특히 2024년 의회에서 논의되어 2025년에 발효될 예정인 지속 가능한 제품 회생을 위한 에코디자인(ESPR)에 관한 새로운 규정에 많은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의류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에 대한 디지털 여권이 도입된다. 무엇보다도 판매되지 않은 신제품 의류의 폐기 금지와 판매되지 않은 품목의 재활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치는 특히 패스트 패션을 겨냥한 것으로, 생산량을 줄이도록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이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지속 가능한 관행 책임자인 카를로 시치(Carlo Cici)는 "현 EU 정상회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에 매우 헌신해 왔지만, 지금은 선거 전 단계를 넘어서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 주에 다수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재무 외적 보고, 즉 ESG 매개변수 측면에서 기업의 의무를 완화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동의안은 가까스로 통과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 비상사태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기업에게 이는 의무와 경제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EU에는 이념적이고 감정적인 수준에서 논쟁을 벌이면서 저항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인할 수 없는 성과도 있었다. 기업의 생태 발자국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환경 단체인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의 인증을 받은 기업의 수가 1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30개 주요 패션 체인 중 12개 체인은 체계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우 적극적이다. 또한 앰브로세티는 유럽 100대 패션 기업의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기준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 중 29%만이 추가적인 재무 보고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100개 기업 중 71개 기업이 ESG 기준을 채택했으며, 대차대조표를 게시하는 기업의 경우 이 분야에 대한 감독이 평균 17% 증가했다. 이탈리아 공급망에서는 16% 증가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통계는 2023년 매출 5천만 유로에서 8천만 유로 사이의 기업 중 78%가 은행으로부터 지속 가능성 성과와 관련하여 압력을 받았다는 점인데, 이는 2022년의 22%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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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안 하우스 엠브로세티의 '전세계 정의로운 패션 전환(global just fashion transition)'을 위한 8가지 제안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고려되는 매개변수가 너무 많고 다양하여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컨퍼런스에 참석한 많은 연사들이 개탄했다. 카를로 시치는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데이터 세트를 통해 정책의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엠브로세티가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시한 8가지 제안 중 하나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방향으로 정책을추진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동일한 지표가 없으면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대규모 투자를 할 위험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제안 중 하나는 패션 산업의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그리고 금융 부문 및 기타 가치 사슬에 속한 기업들 간의 '제휴를 통한 변화 촉진'에 대한 요구다. 카펫 조각부터 바다에서 수거한 어망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재생 원사로 나일론 제품을 만드는 프라다의 '리나일론' 프로젝트는 이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100% 재활용 나일론으로 만든레디-투-웨어, 가방, 신발 컬렉션은 럭셔리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2년에 재생 나일론 원사인 에코닐(Econyl)을 개발한 나일론 원사 제조업체 아쿠아필(Aquafil)과 에코닐을 기반으로 나일론 원단을 개발한 직조업체 리몬타(Limonta)와 함께 시작되었다. 올해 초 프라다 그룹에 합류하여 지속 가능한 운영 및 제품 규정 준수 이사직을 맡은 키아라 모렐리(Chiara Morelli)는 "원사와 연구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9년에는 재활용 나일론으로 만든 6가지 액세서리 캡슐을 처음 선보였다. 2021년부터는 모든 나일론 부품 생산을 이 재활용 소재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생태적인 전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섬유 체인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다른 소재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하우스와 두 공급업체의 협력은 모든 면에서 선순환을 이루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입증되었다. 리몬타의 전무이사 안토니오 브루사델리(Antonio Brusadelli)는 "업계가 긴밀하고 협력하고 단결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차 산업과 같은 다른 분야에도 새로운 노하우를 수출할 수 있었고 리더십과 가시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 매출이 증가해 투자 비용을 완전히 상쇄했다."라고 말했다. 아쿠아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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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3년 3분기까지, 시장에서 발행된 글로벌 GDP 및 ESG 관련 채권에서 패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지속가능 제품이 가진 '가치'의 중요성 알리기


스테파노 미첼리 교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특히 소비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슬로푸드 운동이 성공했던 것처럼 지속 가능한 제품이 가진 가치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번스타인의 재무 분석가 루카 솔카는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예로 들면서 "표면적으로 페인트를 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과 내러티브 관점에서 브랜드의 깊은 뿌리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루카 솔카는 "가장 일 잘하는 기업은 이러한 가치를 기업의 DNA에 통합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 마케팅 스토리에 더 큰 의미와 깊이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 축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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